그룹 인사 단행한 세계 최고 부자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그의 선택은?
입력 2023.01.13 10:02 | 수정 2023.01.13 10:06

LVMH 아르노 회장, 맏딸 디올 회장으로 임명
아들들도 주요 포지션에서 후계자 수업
아르노 회장 여전히 건재
CEO 은퇴 연령 75세에서 80세로 늘려

11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를 비롯해 해외 매체들이 일제히 속보를 쏟아냈다. 세계 명품 업계를 지배하는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그룹이 오랜만에 그룹 전반적인 CEO 교체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12월 블룸버그가 발표한 억만장자 지수에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를 밀어내고 전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한 인물. 순자산 기준으로 1708억달러(약 222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인물이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 출신이 전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한 것은 아르노가 처음이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그런 LVMH 그룹이 몇 년 만에 단행한 그룹 CEO 교체 뉴스니 명품 업계를 뒤흔들 만한 소식임이 틀림없다. 이날 소식 가장 위를 장식한 건 LVMH그룹의 상징이기도 한 루이비통 CEO의 교체.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루이비통을 이끌었던 마이클 버크(66)가 물러나고 디올을 패션계에서 가장 우아하고 파워풀한 브랜드로 안착시킨 피에트로 베카리(56)가 루이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아르노 회장에게 직보(直報)하는 권력도 누린다. 어떻게 보면 자리를 옮긴 ‘전보’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 마디로 ‘승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패션쇼를 열며 ‘더부티크’와 단독으로 인터뷰한 베카리는 LVMH 그룹 내에서 언젠가는 루이비통 수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점쳐졌던 ‘브레인’이다. 마이클 버크 회장이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서도 다정한 스타일이라면 베카리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며 추진력 있게 돌진하면서도 직언하는 스타일이다. 과거 2011년 버크 회장이 펜디 CEO로 한국을 찾았을 때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 “내 아내의 눈빛과 똑 닮아 있는 고려 청자의 아름다움에 전율을 느껴 경매에서 많은 돈을 3점을 샀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아 예의상 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의 남다른 심미안을 보여주는 이야기이자 원하는 건 반드시 해내는 성격을 보여준다. 버크 회장은 아르노 회장의 곁에서 경영 자문 역을 이어갈 예정이다.
모자이크를 꿰맞추듯 각자 최적의 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눈에 띄는 건 결국 가족 승계를 강화했다는 것. 그의 첫째 딸인 델핀 아르노(48)가 이번 인사를 통해 디올 회장겸 CEO 자리에 오른 것이다. 과거 12년간 디올에서 근무한 뒤 2013년부터 루이비통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했었다. 국내 삼성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친분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르노의 장남인 앙투안 아르노(46)는 지난해 12월 가족 지주회사인 크리스챤 디올 SE의 최고 경영자로 임명되며 그룹 내 승계 여부에 관심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관심인 것은 루이비통 시계&주얼리 부분 스테판 비앙키 사장의 역할 확대다. LVMH가 2021년 17조원이란 거액으로 인수한 티파니를 시계&주얼리 분야에 합류시킨 것. 이전까지는 독립된 조직으로 루이비통 마이클 버크 회장이 운영을 함께 맡아왔다.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시계&주얼리 조직에 아르노 회장이 둘째 부인 사이에서 얻은 세 아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 둘째 부인의 첫째인 알렉상드르 아르노(30)는 티파니 프로덕트·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이고, 프레드릭 아르노(28)는 태그 호이어 시계 CEO다. 24세 막내 장 아르노는 루이비통 시계 사업부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혼한 전 부인의 자녀들이 주로 패션 부문이라면 현 부인의 자녀들은 시계&주얼리 부분에 포진해 있는 것. 특히 스테판 비앙키는 업계에서 ‘CEO를 키워내는 CEO’로 잘 알려져 있다. 3년 전 제 1회 ‘LVMH워치위크’에서 인터뷰했을 당시 그는 “말단 직원부터 만나며 무엇을 바꿔야 하는 지, 무엇이 필요한지 차근차근 들었다”면서 “떠난 인재도 돌아오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며, 그들의 혼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후계자 수업으로는 적격인 CEO인 셈이다.
이렇게 탄탄하게 승계 구도를 만들었지만, 재밌는 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74)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 게다가 지난해 이사회 안건 승인을 통해 CEO의 퇴임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늘렸다. 80세 정년이라니! 물론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노후 보장이라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질 것 같다. 게다가 그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사랑해 마지 않는 z세대 아들 덕분인지, 젊은이들과의 소통도 활발하다는 전언이다. LVMH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등이 그렇게 빨랐던 것도 아들들의 ‘입김’ 덕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 애정을 갖고 브랜드 역사를 이을 것인가, 외부 경영자가 더 효율적일까. ‘아버지’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아르노의 이번 결정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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