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워치스&원더스
현장에서 눈길 끈 워치들
신중했지만, 정체성은 더욱 강화됐다.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인 ‘2026 워치스&원더스(Watches & Wonders 2026)‘는 아이콘 모델의 절제된 재해석, 창립·론칭 기념일을 활용한 정통성 강화 등이 두드러졌다. 특히 6년 만에 워치스 & 원더스에 복귀한 오데마 피게의 등장은 시계 산업이 다시 한 무대 위에서 경쟁하는 시대로 돌아왔음을 알렸고, 독립 브랜드들이 약진한 것도 취향 다변화를 보여주는 지점이었다.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경향을 꼽으면 우선 케이스 사이즈의 축소. 지난 수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40-43mm 대신, 36mm에서 39mm 사이가 남성용 시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불가리의 옥토 피니씨모 37mm를 비롯해 바쉐론 콘스탄틴·랑에운트죄네 등의 대표 제품들이 이 사이즈를 들고 나왔다. 여성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사이즈라는 설명도 된다. 두번째로 스켈레톤 미학. 까르띠에는 프리베 10주년을 맞아 크래쉬 스켈레톤으로 보는 이를 감탄하게 했다. ‘형태의 마스터’라는 메종의 별칭을 단숨에 깨닫게 한 제품이다. 에르메스 는 ‘에르메스 H08 스켈레트’를 통해 브랜드 최초의 스켈레톤 스포츠 워치를 선보였고, 태그호이어의 모나코 에버그래프,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바이레트로그레이드 등 다수 제품이 현장을 들썩였다.
다양한 천연석 다이얼도 시계를 호화롭게 변주했다. 피아제 폴로 79와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에 사용된 소달라이트를 비롯해 재스퍼, 오닉스 등 천연석이 대거 등장했고, 롤렉스는 라이트 그린 어벤츄린 다이얼로 시선을 단번에 끌었다. 롤렉스는 자체 신합금 주빌리 골드를 발표해 고객들의 대기 줄이 더 늘어날 것을 예고하는 듯 하기도 했다.
‘기존 잘하던 것을 더 잘하는’ 제품이 상당수 등장했던 이번 워치스&원더스에서 남다르게 눈에 띈 건 일명 ‘우주용 시계’들이다. ‘인공지능(AI) 랠리’를 이을 다음 주자로 ‘우주 산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상업 우주 비행 시대에 걸맞게 우주에 집중한 시계가 차별화 됐다. 대표적인 것이 IWC의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 우주복 위에서 조작 가능한 베젤과 로커 스위치를 갖춘 최초의 인간 우주비행 인증 도구시계다. 브라이틀링의 네비타이버 B02 코스모넛 아르테미스II는 NASA 아르테미스 II 미션에 장착된다.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기술 혁신은 빠지지 않았다. 기술적으로는 물리적 부품의 마찰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유연 메커니즘’의 도입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더불어 장인정신의 척도라 불리는 미닛 리피터(Chiming Watch)의 부활과, 착용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울트라 씬(초박형)’ 및 첨단 티타늄 합금, 루미너스 세라믹 등 소재 공학의 경쟁이 치열한 한 해였다. 현장에서 화제가 된 주요 브랜드별 대표 제품을 간략하게 정리했다.(순서는 브랜드명 A·B·C 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 네오 프레임 점핑 아워
오데마 피게에 있어 2026년은 6년 만의 워치스 & 원더스 복귀라는 사실 자체가 헤드라인이다. 1929년의 프리-모델 1271을 출발점으로 삼은 18K 핑크골드 직사각형 케이스(34.6 x 34mm)에, 케이스 양옆 각 8개씩의 가드룬(세로 줄무늬)이 뾰족한 러그까지 흘러내린다.
불가리(BVLGARI) - 옥토 피니씨모 37mm
단순 축소가 아닌, 신형 자동 마이크로로터 캘리버 BVF 100 을 처음부터 새로 설계해 기존 40mm 무브먼트 대비 부피를 20% 축소했다. 3년의 개발 끝에 72시간 파워 리저브와 코트 드 제네브 마감, 새로 윤곽을 다듬은 8각 나사를 갖췄다.
까르띠에(Cartier) - 프리베 ‘크래쉬 스켈레톤’
까르띠에는 매년 워치스 & 원더스를 가장 다채롭게 채우는 메종 중 하나다. 그 중 한 점을 꼽으라면 프리베 컬렉션 10주년 기념 크래쉬 스켈레톤이다. 1967년의 비대칭 케이스를 플래티넘 소재(약 45.34 x 25.18mm)로 재현하면서, 다이얼을 통째로 비워내고 매뉴팩처 1967 MC 수동 무브먼트의 브릿지를 로마 숫자 형태로 가공해 다이얼 그 자체로 만들었다.
샤넬(Chanel) - 코코 게임 캡슐 컬렉션
J12 28mm·42mm 사이즈 확장, J12 골든 블랙 한정판, J12 X-Ray 다이아몬드 스켈레톤, 프리미에르 갈롱, 그리고 약 360만 유로에 책정된 체스보드 유니크 피스 등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마드모아젤 코코를 게임 캐릭터처럼 다이얼 위에 배치한 ‘Coco Game’ 캡슐 컬렉션은 J12·보이프렌드·코코 게임 롱 네크리스 등 다양한 케이스에서 같은 유머의 변주를 들려준다.
쇼파드(Chopard) - L.U.C 1860 루센트 스틸 ‘아뢰즈 블루’ 다이얼
쇼파드는 올해 플뢰리에 매뉴팩처 30주년을 자축했다. 그 중심에는 1996년 첫 L.U.C 모델인 1860의 후속작 격인 L.U.C 1860 루센트 스틸이 있다. 자체 개발 친환경 합금 루센트 스틸™(약 80% 재활용 소재) 36.5mm 케이스에 두께 8.2mm, 그리고 핸드-기요세 가공으로 마무리한 ‘아뢰즈 블루’ 다이얼이 핵심이다.
IWC -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
90년간 항공 도구 시계를 만들어온 IWC가 올해는 시선을 우주로 옮겼다. 미국의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사 Vast와 협업한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는, IWC 역사상 처음으로 유인 우주 비행을 위해 처음부터 새로 설계된 시계다. 케이스는 화이트 지르코늄 옥사이드 세라믹과 세라타늄® 조합으로 형성됐다.
예거-르쿨트르(Jaeger-LeCoultre) - 마스터 하이브리스 인벤티바 자이로투르비용 아 스트라토스페어
핵심은 신형 매뉴얼 와인딩 칼리버 178이다. 세 개의 티타늄 케이지가 X·Y·Z 축으로 각각 20초·60초·90초 주기로 회전하는 트리플 액시스 자이로투르비용을 탑재했다. 전 세계 20피스 한정. ‘The Watchmaker of Watchmakers’라는 메종의 별칭을 정직하게 증명하는 한 점이다.
롤렉스(Rolex) - 오이스터 퍼페추얼 36 ‘주빌리 모티프’ 다이얼
올해 롤렉스의 핵심 키워드는 ‘오이스터 케이스 100주년’ 이었다. 1926년 세계 최초의 방수 손목시계로 등장한 오이스터의 한 세기를 기린다. 1970년대 후반의 클래식한 주빌리 패턴을 가져와, ‘ROLEX’ 글자들로 다이얼 전면을 채우되 10가지 색상을 한 칸 한 칸 순차적으로 도포해 완성했다.
파텍 필립(Patek Philippe) - 노틸러스 50주년 한정 컬렉션
3가지 손목시계와 탁상시계로 네 가지 한정판이다. 세 손목시계 모두 두께 6.9mm, 1977년 데뷔 후 노틸러스의 슬림 실루엣을 지탱해 온 자동 마이크로로터 캘리버 240을 탑재했다. 22K 골드 미니로터에는 ’50 1976 - 2026′이 새겨졌다.
피아제(Piaget) - 폴로 79 소달라이트 다이얼
피아제는 1957년 9P 칼리버(울트라-신)와 1963년 오너멘털 스톤 다이얼이라는 두 가지 유산을 가진 메종이다. 올해 워치스 & 원더스에서는 이 두 유산을 한 점에 결합한 폴로 79 소달라이트 다이얼을 선보였다. 케이스·브레이슬릿 전체가 18K 화이트골드(38mm, 두께 7.45mm)이며, 다이얼은 약 2.8캐럿의 블루 소달라이트 원석을 0.4mm 두께로 슬라이스해 가공했다.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 오버시즈 셀프 와인딩 울트라-씬
오버시즈 컬렉션 30주년을 맞은 바쉐론 콘스탄틴은 오버시즈 셀프-와인딩 울트라-신에 신형 자체 매뉴팩처 칼리버 2550(두께 2.4mm, 80시간 파워 리저브)을 처음 탑재해 혁신을 다시금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