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앤코
니콜라 보 시계 부분 부사장 인터뷰
어떤 메종은 시간을 측정하고, 어떤 하우스는 아름다움을 조율한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그 둘을 하나의 언어로 말하는 이름이 있다. 티파니앤코의 시계는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손목 위에 얹힌 메커니즘이면서 동시에 빛과 비례, 기억과 욕망을 정교하게 세공한 작품 같은 제품.
지금 티파니의 워치메이킹을 논한다는 것은 단순히 신제품의 사양을 훑는 일이 아니라, 봉인돼 있던 하우스의 미학적 본능이 생명력으로 박동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에 가깝다.
티파니앤코 시계 부분 부사장 니콜라 보는 그 귀환을 누구보다 명확하고도 우아한 언어로 설명한다. 최근 방한한 그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니콜라 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다시 깨우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단지 수사가 아니라, 티파니의 현재 전략을 거의 완벽하게 설명하는 문장이다.
실제로 티파니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하우스는 1847년부터 시계를 판매했고, 1868년에는 초기 스톱워치인 ‘티파니 타이머’를 선보였으며, 1874년에는 제네바에 제조 시설을 구축했다. 뉴욕의 감각과 스위스의 정밀성이 만나는 접점이 이미 19세기에 형성돼 있었던 셈이다. 오늘의 티파니 워치는 새로운 야심에 대한 표현이라기보다는, 찬란하게 존재했던 계보의 복원과 최고급 시계를 생산하던 자존심을 회복하는 현장이다.
니콜라 보가 특히 상징적으로 꺼내 든 장면은 영화로도 제작됐던 1912년의 전설적인 선박 타이타닉과 관련된 일화다. 긴급 구조신호를 받은 카르파티아호의 선장 아서 H. 로스트론이 수백 명의 생존자를 구조한 뒤, 뉴욕의 유력 가문들이 감사의 뜻을 담아 티파니 포켓워치를 제작해 선물했다는 일화. 그 순간 중요한 것은 단지 한 점의 시계가 아니라, 당대의 사람들이 ‘감사의 무게’를 어떤 이름에 맡겼는가 하는 사실이다. “당시 생존자들이 수많은 스위스나 영국 브랜드를 제치고 티파니를 선택했다는 점은, 그 시대 티파니 워치가 가졌던 압도적인 위상을 증명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찬란한 과거를 현대와 접목해 재창조하는 모험을 하고 있습니다.”
2021년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합류 이후 티파니의 시계 전략은 더 선명해졌다. 니콜라 보는 여러 인터뷰에서 “티파니의 아이코닉한 주얼리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창조물”을 강조해왔다. 아카이브 속 최고급 시계에 대한 정신과 상징, 즉 우아함의 구조와 장인정신의 태도를 오늘의 비례와 오늘의 욕망으로 다시 번역한다.
그 미학은 지난 1월 LVMH 워치 위크 2026에서 공개된 티파니 타이머를 통해 명징하게 드러난다. 40mm 플래티넘 케이스, 티파니 블루 래커 다이얼,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인덱스, 그리고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 400을 티파니를 위해 조율한 무브먼트. 다이아몬드는 장식적 제스처가 아니라 시간을 읽기 위한 인덱스로 기능하고, 케이스백의 로터에는 티파니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의 ‘버드 온 어 락’이 조각처럼 내려앉는다. 가독성, 기계적 정당성, 주얼러의 아이덴티티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한 점 안에서 균형을 이룬다. 단 6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 이 시계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니콜라 보 부사장이 ‘1번’을 직접 착용하고 등장한 건 신제품 그 이상의 ‘선언’ 같았다. 뉴욕타임스는 ‘티파니 타이머’에 대해 티파니가 남성 고객과 본격적으로 접속하는 전환점으로 읽었고, 글로벌 시계 전문 매체들은 티파니가 ‘진지한 워치메이킹의 대화’ 속으로 들어왔다고 평했다.
디자인을 우선시 하는 것도 한계에 도전하는 티파니 정신을 응축한다. 니콜라 보 부사장은 “주얼리의 정신을 유지하면서 무브먼트를 그 디자인에 맞춰 재설계하는 역발상을 통해 진정한 ‘주얼리 워치’를 완성한다”고 강조했다. 티파니는 제네바 공항 근처에 전담 제조 팀을 구성하여, 전체 공정의 약 90%를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며 52명의 장인이 30여 개의 전문 공예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브먼트 위에 장식을 덧댄 제품이 아니라, 애초에 ‘주얼리적 사고’를 통해 탄생했다는 결이 다른 접근법이다. 비례와 질감, 착용했을 때의 표정까지 포함한 총체적 아름다움을 디자인에 녹여낸다.
이 철학은 티파니의 하이 주얼리 워치로 갈수록 더욱 환상적인 밀도를 얻는다. 쟌 슐럼버제의 유산을 담은 에나멜 워치는 예술과 주얼리, 시계의 삼각 구도를 완벽히 잇는다. 지난 1월 LVMH 워치 위크를 통해 공개된 이번 에나멜 워치 신제품은 파요네(금박 또는 은박 위에 에나멜을 도포한 뒤 고온에서 소성하는 방식) 에나멜 디자인 중 1962년 제작된 크로이실론(Croisillon·격자 구조) 브레이슬(팔찌)에서 영감을 받았다. 크로이실론의 상징적인 모티프는 18K 옐로 골드로 제작된 크로스 스티치와 직선 스티치가 교차하는 형태로,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저명한 직물 제조업 가문 출신인 디자이너의 배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이아몬드가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장착된 ‘풀 파베 다이아몬드 브레이슬릿 모델’에는 총 1236개의 다이아몬드(8.38캐럿)를 세팅됐다.
니콜라 보 부사장은 직접 제품을 가져와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전설적인 디자이너 장 슐럼버제의 ‘버드 온 어 락’을 재해석한 버드 온 어 플라잉 투르비옹의 경우 다이얼의 얇은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 무브먼트를 재보정하고 새가 날아다닐 공간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이터너티 워치 컬렉션의 경우 다이얼 위에 세팅된 12개의 다이아몬드가 특징. 하트, 브릴리언트, 마키즈, 페어, 쿠션 컷 등 하우스가 보유한 다양한 커팅 기법으로 세공된 다이아몬드가 적용되는데, 크라운에는 티파니 세팅 기법으로 다이아몬드를 장식해, 하이 주얼러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쯤 되면 그것은 손목시계라기보다, 시간을 매개로 한 이동식 주얼리 아키텍처에 가깝다. 찬란하지만 과하지 않고, 기술적이지만 차갑지 않다.
과거를 존중하지만 박제되진 않는다. 니콜라 보 부사장은 “과거에 대한 강한 감각을 가지면서도 미래를 위해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구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티파니 로프 워치다. 일본의 첨단 솔라 셀 기술을 도입했으며, 태양광 노출 없이도 최대 8개월 동안 사용 가능하다. 티파니 주얼리의 상징적인 하드웨어를 스트랩으로 디자인했다. 그는 “전통을 토대로 현대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진취적인 한국과도 닮은 모습”이라면서 “장인정신과 수공예의 가치, 디자인의 디테일, 하우스의 서사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한국은 세계무대를 여는 창”이라고 전했다.
1847년 시계 판매에 뛰어든 전통과 선망으로 가득찬 뉴욕의 감수성은 쟌 슐럼버제의 유산을 통해 시적인 환상과 초월적 정밀함으로 구현한 ‘에나멜 워치’ ‘버드 온 어 락 플라잉 투르비옹’ 등으로 실체화된다. ‘잠자는 미녀’가 깨어난 시각, 전설을 이어갈 티파니앤코의 시간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