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틱 디렉터 뎀나의 ‘새로운 구찌 시대’ 알려
하우스 코드 재해석, 구찌다움(Gucciness) 정의하는 페르소나 구현
AI(인공지능)이 수많은 것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인간의 창의성까지 지배하긴 어렵다고들 한다. 창의성이 인간만의 고유 영역인가의 문제는 또 다른 고찰을 부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창의력을 지닌 이들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맨 앞줄엔 분명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Demna)가 자리할 것이다.
혁신과 도발로 자신만의 독창성을 강조하며 ‘패션계 천재적인 이단아’라 불렸던 그는, 이제 ‘구찌의 뎀나’가 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길을 다시금 정립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구찌: 라 파밀리아(La Famiglia)’ 캠페인을 통해 ‘구찌다움(Gucciness)’의 정의를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 9월 전통적인 런웨이 대신 ‘라 파밀리아’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하우스의 원형(archetypes)을 그만의 방식으로 탐구하며 우리를 ‘뎀나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게 했던 그다.
지난 9월 처음 공개된 ‘구찌: 라 파밀리아’ 컬렉션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며 발전해 온 구찌 하우스의 아카이브와 비주얼 코드에 대한 뎀나의 지속적인 탐구에서 탄생했다. 그동안 구찌를 완성했던 여러 아트 디렉터들을 존중하면서도 뎀나의 세상으로 유혹하듯 그의 렌즈를 통해 전임자의 미학을 새롭게 한다. 이는 오는 2월 선보일 구찌에 대한 그의 비전을 담은 데뷔 패션쇼를 향한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파괴적이고 변혁적인 모습을 기대했다면 오산. 역발상은 창의성의 시작이다. 무엇보다 이번 캠페인에서 가장 무릎을 치게 하는 부분은 의상을 ‘캐릭터’로 프레임화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톰 포드 시절의 거부할 수 없는 관능미와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예술적으로 끌어갔던 대조적 미학 코드, 사바토 데 사르노의 절제된 재단은 뎀나를 통해 유연하게 엮인다.
의상을 입은 모델은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캐서린 오피의 연작(聯作)인 듯하다가도, ‘구찌다움(Gucciness)’을 정의하는 공유된 감각을 통해 옷, 가방, 혹은 모델을 넘어 인격화된 스토리로 재탄생한다. 일부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상체 혹은 하반신을 피사체로 담아내 자신, 혹은 타인을 대입하며 상상을 자극한다.
‘파밀리아(가족)’에서 느껴지듯, 이미지마다 캐릭터 명칭이 붙은 뎀나의 ‘파밀리아’ 캠페인은 일종의 구찌가 내포한 ‘페르소나’를 연극적으로 구현해 주인공을 특정 마니아층이 아닌 더 넓은 뎀나의 우주로 포용한다. 모든 사람이 구찌 가족의 캐릭터와 관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뎀나가 구찌의 유산(아카이브)에 얼마나 정통했는지를 확인케 한다.
이제 시동을 건다는 해석도 된다. 수많은 패션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이 ‘이단아’에서 ‘절충주의’로 세계관을 넓혀온 그가 2월 데뷔 쇼를 시작으로 구찌에서 펼쳐낼 ‘구찌다움’을 통해 얼마나 더 우리의 시각을 확장해줄지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그는 새로운 관능미와 즉흥성, 이탈리안 애티튜드로 하우스의 코드를 재해석한다. ‘인카차타(Incazzata·분노한 여자)’는 1960년대풍의 ‘리틀 레드 코트’를 착용한 채 열정적인 기질을 드러내고, ‘갈레리스타(Gallerista·갤러리 대표)’는 새로운 비율로 재해석된 구찌 뱀부 1947 핸드백으로 완성한 세련된 블랙 룩과 함께 당당하고 주체적인 애티튜드를 보여준다.
더불어 ‘디레토레(Direttore·디렉터)’의 테일러드 수트와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프린치피노(Principino·어린 왕자)까지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제스처와 스타일링, 존재감은 확장된 구찌 가족의 서로 다른 개성을 조명한다.
‘이웃집 청년’이라는 뜻의 ‘라가초 델라 포르타 아칸토(Ragazzo Della Porta Accanto)’를 보자. 가방을 옆에 끼고 들고 무심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은 보통의 모습이지만, 실은 한층 꾸미고 좋아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일 수도 있고, 비교적 복장 규제가 적은 실리콘밸리 테크 회사에 다니는 이일 수도 있다.
글로벌 패션지인 WWD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라 파밀리아’ 영화와 프레젠테이션이 공개된 직후 리본 등의 의상이 있는 남성복 ‘너드(Nerd)’, 유연한 느낌의 화이트 셔츠 단추를 깊게 풀어놓으면서도 어깨에 건 핸드백과 액세서리 모두에게 시선이 가게끔 만든 ‘나르치시스타(Narcisista)’ 등이 특히 인기를 끈 실루엣이라고 했다.
의상 사진인데, 이미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인 듯 캐릭터화된 다양한 연출력은 ‘실루엣 장인’ 뎀나와 만나 한 편의 각본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인격을 입듯 진화한다.
편안함과 개성, 아이코닉 코드가 담긴 의상과 액세서리는 ‘구찌: 라 파밀리아’의 다채로운 페르소나와 컬렉션 고유의 미학을 드러내며, 개인을 넘어선 하나의 정체성을 구현한다. 특히 뒤축을 밟아 신는 구조로 디자인된 부드러운 레더 소재의 뮬은, 이탈리아 특유의 무심한 듯한 세련미를 뜻하는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의 여유로운 무드를 담아낸다.
새로운 광고 캠페인에서 공개된 ‘라 파밀리아’ 컬렉션은 8일부터 구찌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한 선별된 구찌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일부 제품은 공식 온라인 스토어(Gucci.com)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새로운 캠페인은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Gucci.com) 및 공식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