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 보네-마장베르 ‘리모와’ CEO 인터뷰
리모와가 브랜드의 상징적인 수트케이스를 가죽을 통해 획기적으로 진화시킨 ‘그루브(Groove) 컬렉션’을 지난 22일(현지시각)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127년 역사의 독일 프리미엄 모빌리티 메종 리모와가 일상용 가죽 핸드백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신호탄이자 다른 럭셔리 브랜드를 향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날 전 세계 리모와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에서 선보인 새로운 그루브 컬렉션은 리모와의 디자인 DNA를 유기적으로 확장했다. 홈(groove)이 파인 알루미늄과 폴리카보네이트 수트케이스로 유명한 메종의 정체성은 살리면서 디자인 감각을 더했다.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대담하게 뻗어나간 오버사이즈 그루브 패턴을 통해 메종의 미학 코드를 경쾌하게 재구성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레더로 제작해 가벼우면서도, 탄탄한 조직감으로 고유의 스타일리시함도 극대화했다. 가방 외부에는 메종의 로고가 양각으로, 내부에는 리벳(rivet·금속 재료를 박거나 연결할 때 쓰는 못)으로 고정한 로고 플레이트가 자리 잡았다.
이번 그루브 컬렉션은 리모와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다층화한다는 점에서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장인정신과 독일 엔지니어링 공학의 우수성을 보유한 리모와는 2017년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LVMH가 인수한 이후 5년 만에 매출이 4배 성장하는 등 발전을 거듭했다. 여행 카테고리의 최강자로 꼽히는 리모와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라이프스타일 가방과 액세서리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디올과 협업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크로스바디 백을 필두로, 캔버스 소재로 혁신한 네버 스틸 시리즈를 선보였고, 2023년에는 나일론 시그니처 컬렉션을 출시했다. 지난해엔 알루미늄 캐리어를 재해석해 독창성을 오롯이 담은 ‘오리지널 백’으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더니 최근엔 ‘오리지널 백팩’을 가방 라인에 추가했다. 이번 그루브 컬렉션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리모와의 방향성과 미래 전략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통 핸드백은 여성 소비자들을 주요 타켓층 삼지만, 리모와의 이번 제품군은 중성적인 디자인으로 남·녀, 연령대 상관 없이 멋스럽게 착용할 수 있다. 이번 출시에 맞춰 리모와 CEO인 위그 보네-마장베르(Hugues Bonnet-Masimbert)와 국내 매체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컬렉션 출시로 바쁜 일정을 쪼개 이메일로 답했다.

―이미 일부 가죽 제품과 액세서리 등이 있긴 했지만 리모와로서는 이 제품을 통해 가죽 제품군으로의 본격적인 론칭과 확장을 선포했다. 왜 이 시점에, 어떤 이유에서 이 제품을 개발하게 됐는가.
“오늘날 여행은 장대한 모험부터 일상적인 여정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2020년 네버 스틸 컬렉션 출시 이후, 우리는 이러한 진화를 반영하여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확장해왔다. 본격적인 가죽 핸드백 라인을 선보이기로 한 것은 전략적 결정이었으며, 리모와의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고객들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은 것으로, 다용도(versatile)적이면서도 사려 깊은(thoughtful)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비전과도 일치한다. 2023년에 출시한 가죽 수트케이스 라인인 디스팅트(Distinct)의 성공 또한 큰 힘이 돼 고무된 점도 있다.”
―과거 럭셔리 브랜드들은 지금 같은 로고 플레이 보다는 원단 같은 소재, 스타일과 실루엣으로 차별화해 왔다.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리틀블랙 드레스, 디올 뉴룩, 생로랑의 스모킹 재킷 등이 대표적으로, 패션 사(事)에서 브랜드 혁신이 있을 때 더 적확하게 드러난다. 리모와도 마찬가지다. 특유의 그루브 패턴을 적용한 가죽 가방의 탄생은 리모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가? 가죽 가방은 신규 제품이 진출하기엔 매우 경쟁이 치열한 곳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군을 선보이기로 결정한 이유는?
“‘이동성(Mobility·모빌리티)‘은 항상 리모와의 핵심이었다. 127년 넘게 우리는 장인정신과 혁신을 통해 여행자들의 진화하는 요구를 예측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는데, 새로운 카테고리로의 진출 또한 분명 그중 하나다. 우리는 이번 컬렉션의 최종 결과물, 특히 새로운 ‘그루브(Groove)’ 패턴과 리모와의 상징적인 코드를 창의적으로 반영한 다양한 가방 디자인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문적인 장인 정신, 프리미엄 소재, 다재다능한 기능성,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 등을 통해, 그루브 컬렉션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리모와를 차별화하는 요소들을 강화한다. ‘이동성’ 전체를 아우르는 리모와의 총체적인 전략적 접근과도 일치한다."
그루브 컬렉션은 쇼퍼 백, 슬라이딩 호보 백, 크로스바디 백 라지, 크로스바디 백 스몰, 총 네 가지의 스타일로 출시됐다. 쇼퍼 백과 슬라이딩 호보 백 모두 탈부착 가능한 2-in-1 파우치와 넓은 내부 포켓이 있다. 쇼퍼백은 리모와 수트케이스에 장착하기 좋은 핸들 디자인을, 슬라이딩 호보백은 백스트랩을 갖췄다. 지퍼로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크로스바디 백은 반짝이는 팔라듐 부품과 부드러운 가죽이 빚어내는 강렬한 대비감이 특징이다. 쇼퍼 백, 슬라이딩 호보 백, 크로스바디 백 라지와 스몰은 블랙이 기본 컬러이며, 크로스바디 백 라지와 스몰의 경우 리모와의 상징인 알루미늄 제품을 연상시키는 실버 컬러를 시즌 한정으로 선보인다. 크로스바디 백 스몰은 핑크, 버건디, 그린의 시즈널 컬러로도 출시되었다.


―리모와는 127년 역사의 유구한 브랜드면서도 굉장히 모던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번 그루브 컬렉션처럼 현재성 있는 시도를 통해 잘 구현되는 것 같다. 리모와 하면 떠오르는 알루미늄 소재의 경우, 자체 특성 때문에 일단 형성해 놓으면 모양이 잡히지만 가죽에선 볼륨감 등 그루브 패턴을 형성하는데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디자인이 완성된 과정을 이야기해준다면? 수트케이스의 기능성을 어떻게 가죽에 구현했는지도 궁금하다.
“이 컬렉션은 꽤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됐다. 가장 큰 과제는 리모와의 상징적인 DNA를 우아함과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소재인 가죽에 옮기면서도, 리모와 제품임을 즉시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우리의 유산을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그 자체로도 당당하게 빛나는, 다재다능한 가방 컬렉션을 만드는 일이었다. 우리는 특히 가죽에 정확한 형태와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리모와의 정신에 충실하게, 완벽한 기능성을 염두에 두고 컬렉션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그루브 쇼퍼 백의 핸들은 여행 가방의 손잡이에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그루브 크로스바디 백의 지퍼는 양쪽으로 열려 수납 공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세심한 장인 정신에 대한 리모와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 앰버서더인 로제 등과 네버 스틸 캠페인을 통해 최근 각광받는 여행 트렌드인 목적의식 충만한 여행(Purposeful Travel)을 선보이며 ‘목적의식 있는 럭셔리(Purposeful Luxury)’ 란 개념도 선사했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역할은 여행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상’과 ‘모빌리티’ 관점에서 앞으로 리모와의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더 있을 것 같다.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일반적인 한국에서는 ‘이동성’이 필수적이다. 리모와는 ‘목적의식 충만한 여행’을 장거리 여행 등만 아니라, 현대인의 삶을 이루는 모든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정의한다. 고객들은 독일 엔지니어링, 뛰어난 제품, 그리고 순수한 미학에 대한 저희의 헌신을 신뢰하며, 가장 소중한 소지품을 담아온 리모와의 유산을 소중하게 여긴다. 이는 우리의 ‘스페셜티 케이스’와 다양한 협업 사례를 통해 잘 드러난다. 우리의 전문성에 창의성을 더해 문화적 영향력을 만들고 기존 고객과 새로운 고객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혁신이라는 메종의 DNA에 충실하게, 쾰른의 전담팀은 계속해서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며, 기능성을 개선하고 있다. 1898년부터 여행의 변화에 맞춰 왔듯이, 리모와는 제품 카테고리를 유기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오리지널 백팩’과 ‘그루브 컬렉션’ 같은 최근의 출시작들은 이러한 비전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의 발전에 대해 기대가 크다.”

―한국 소비자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은 만큼 브랜드 지식도 높고 까다롭다고 꼽힌다. 한국 소비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은?
“한국에는 리모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많아 매우 감사하다. 한국에서 리모와가 큰 사랑을 받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품질과 내구성에 대한 우리의 변함없는 약속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트케이스(여행 가방)에 대한 평생 보증 제도는 오래가는 장인 정신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가치와 깊이 공명한다.
작년 서울에서 로제와 루이스 해밀턴과 함께 한 이벤트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한국 고객들은 또한 저희의 유산과,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흔적이 더해진(patina·파티나) 여행 가방의 고풍스러운 멋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이 때문에 ‘RE-CRAFTED’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해, 오랫동안 사용된 리모와 알루미늄 여행 가방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높아, 지난해 출시된 ‘오리지널 백’을 포함해 성장하는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부터 ‘디스팅트’ 가죽 여행 가방 라인까지, 리모와의 최신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리모와의 유산과 공명하고 창의적 노력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공하는 가죽 카테고리의 강한 성장에 기뻐하고 있다. 그루브 컬렉션을 통해 우리는 브랜드의 가죽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 활기찬 컬렉션이 안목 있는 한국 고객층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