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한번 입으로 또 한번… ‘루이 비통’ 맛보세요
입력 2025.09.26 00:30

루이 비통
청담에 문 연 ‘르 카페 루이 비통’
미식 디렉팅 맡은 윤태균 셰프

오리지널 루이 비통 시그니처 시저 샐러드에 유자 드레싱을 더한 ‘유자 시저 샐러드 이클립스(Yuja Caesar Salad Eclipse)’. /루이 비통 제공

루이 비통이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루이 비통 메종 서울 내에 새로운 미식 공간인 ‘르 카페 루이 비통(Le Cafe Louis Vuitton)’을 지난 1일 공식 오픈했다. 그간 해외 유명 셰프와의 협업을 통한 팝업을 기획했던 루이 비통 측에서 처음으로 상설로 선보이는 공간이다. 서울에 문을 연 ‘르 카페 루이 비통’의 미식 디렉팅은 미슐랭 스타 셰프인 윤태균 셰프가 맡았다.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한 프렌치 레스토랑 ‘임프레션’에서 그만의 감성을 담아낸 요리를 선보였던 윤 셰프는 전 세계 유망 셰프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글로벌 미식 네트워크인 ‘루이 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발탁됐다. 이번 오픈에 맞춰 윤태균 셰프가 선사하는 미식 철학에 대해 들었다.
‘르 카페 루이 비통’의 윤태균 셰프. 내부는 북 큐레이터가 선별한 다채로운 도서들과 윤태균 셰프가 직접 고른 요리 관련 도서들을 만날 수 있으며, 이외에도 루이 비통 에디션에서 출간한 여행, 스타일 및 루이 비통 헤리티지에 대한 다양한 시리즈의 출판물들이 채웠다. /루이 비통 제공

―지난 5월 루이 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가 정식 발족했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커뮤니티를 이뤘다는 것만으로도 이례적이다. 동시대를 이끌어가는 세계적인 셰프의 만남도 화제겠지만, 그만큼 서로 간에 철학도 조금씩 차이가 날 것 같다.
“루이 비통의 철학과 문화를 미식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하고자 파리에서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협업을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화상 미팅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루이 비통 총괄 셰프가 직접 방문해 교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레시피와 메뉴 기반의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루이 비통의 ‘럭셔리 스내킹(Luxury Snacking·고급스러운 간단한 식사)’ 콘셉트 아래 브랜드의 정신과 철학을 공유하고자 하는 기획이 인상 깊었다."
―동켈레 셰프는 프랑스 생트로페의 바이브(느낌)를 전 세계에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서 네오 가스트로노미(neo-gastronomy)라는 표현을 썼다.
“프랑스에서 협업을 하며 경험했던 프랑스 남부의 해안가, 올리브 나무가 펼쳐진 동산의 바람, 생트로페 루이 비통 카페의 하얀 벽과 주황 테이블 웨어, 매일같이 걷던 골목길과 그 옆의 가로수 등 전체적인 이미지와 그 기억들 전부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서울과 연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랑스에서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을 가스트로(gastro)라고 말하는데, 디테일과 재료의 퀄리티는 가스트로를 목표로 삼고, ‘르 카페 루이 비통’에 맞는 캐주얼한 형태의 음식을 네오 가스트로노미(neo-gastronomy)로 표현하고자 했다.”
메뉴들은 프렌치에 한국적인 풍미를 더해 달콤함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오리지널 루이 비통 시그니처 시저 샐러드에 유자 드레싱을 더한 ‘유자 시저 샐러드 이클립스’, 소고기로 속을 채우고 간장과 참기름 육수를 곁들여 전통 만두를 재해석한 ‘비프 만두’와 배를 이용한 디저트인 ‘페어 샬롯(Pear Charlotte)’ 등이 있다. 보는 것 만큼이나 아름답고 풍부한 감칠맛이 입안에 맴돈다.
―임프레션 등을 통해 철학 있는 프렌치 퀴진을 선보여 팬들이 많았다. 이번 카페는 좀 더 캐주얼한 느낌의 메뉴가 많아 오히려 고민이 더 많을 것 같다.
“전 세계 ‘르 카페 루이 비통’에 공통으로 판매되는 시그너처 메뉴들과 함께 특히 서울에서 보여줄 수 있는 한국적인 터치가 들어간 로컬 메뉴들을 루이 비통의 색깔로 담아내고자 했다. 루이 비통이라는 공간에서 한식 메뉴들을 한국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동시에 외국 손님들이 한식에 기대하는 맛을 선사하는 밸런스를 잡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재밌다.”
대표 디저트들. /루이 비통 제공

―시그니처 로고를 이용한 음식 디자인이 눈에 띈다. 하지만 만두피에 루이 비통 로고를 찍는다고 해서, 크레페를 루이 비통 로고 문양으로 얇게 주물 형태로 뽑아낸다고 해서 완벽하게 루이 비통을 먹고 그 정신을 흡수한다고 말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과거 루이 비통의 전시 ‘Volez, Voguez, Voyagez(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처럼 미식을 여행하고 탐험하는 데 어떤 여정을 꾸릴 생각인가.
“요리를 통해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과 우아함, 그리고 Voyage(여행)를 통해 관철시키려는 그 철학을 담기 위해 고심했다. 로고와 음식으로 경험을 제공하고 그 안에 담긴 가치와 메시지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식 메뉴들을 한국 사람에게는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동시에 외국 손님들이 한식에 기대하는 맛을 우리만의 디테일과 퀄리티로 전달하며 우리와 고객이 함께하는 Voyage가 되길 기대한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를 사로잡는 등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문화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K푸드 역시 굉장한 인기지만, 최근 트렌드를 보면 케데헌에도 등장했고, 틱톡서도 광풍을 일으켰던 (냉동) 김밥이나 도파민을 자극을 하는 매운맛 챌린지 같은 것들이 인기다. 이번 메뉴에서 한식에 영감받은 메뉴를 적극 도입한 미슐랭 스타 셰프의 관점에서, 지금 시점에서 K-푸드에 대해 평하자면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고맙게도 한국의 여러 엔터테인먼트 문화를 통해 한국 식문화가 해외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 뭐든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환경이 중요하다. K-푸드 역시 이제는 어떻게 그 매력을 소개하고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김치를 다른 나라 용어가 아닌 ‘김치’ 그 자체로, 또 소스가 특히 중요한 프랑스에서도 고추장을 ‘레드페퍼페이스트’가 아닌 ‘고추장’이라고 우리가 말하는 방식 그대로 말하는 등 K-푸드가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고 있다. 그런데 K-셰프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아직 해외 대중이 바라보는 K-푸드는 Gastro의 단계보다는 길거리 음식과 코리안 바비큐, 그리고 반찬과 장을 만드는 장인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요리사들과 다양한 식문화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매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 혹은 이미지를 단 하나의 음식으로 표현한다면 뭐로 표현하고 싶은가
“캐비아. 전 세계 어느 메뉴이든 캐비아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또 메뉴를 빛나게 해주기도 하는 재료이자 음식이다. Voyage에 가지고 다닐 수 있어 브랜드와 어울리는 음식이라고도 생각한다.”
―당신에게 음식이란 무엇인가.
“요리사라는 삶을 살며 제 자신을 투영하고 제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
―내일 만약 종말이 온다면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꼭 대접해주고 싶은 음식은.
“제가 만든 차돌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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