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의 달 9월, 키아프·프리즈 서울 2025와 아트 나잇
입력 2025.08.31 07:00

아트의 달, 9월. 서울이 다시 한번 거대한 아트 전시장이 된다. 9월 3일,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트 페어로 성장한 키아프·프리즈 서울(Kiaf Frieze Seoul)이 막을 올린다. 아시아의 새로운 아트 허브로 자리매김한 서울은 올해도 예술과 문화, 그리고 도시적 활력이 교차하는 무대를 준비하며 전 세계 아트 컬렉터, 큐레이터, 애호가들을 불러 모은다. 여기에 아트 나잇(Art Nights) 이벤트가 더해져 도시 전체에서 예술 축제가 펼쳐진다.
9월 3일,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트 페어로 성장한 키아프·프리즈 서울(Kiaf Frieze Seoul)이 막을 올린다.

‘프리즈 서울 2025’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펼쳐진다. 런던과 뉴욕, LA에 이어 서울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은 프리즈 서울엔 30개국에서 모여든 120여 개 갤러리들이 참여하여, 20세기 거장들의 작품부터 오늘의 실험적인 시도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스펙트럼을 압축적으로 선보인다.
프리즈 서울의 메인 섹션은 그야말로 세계 미술계의 축소판이다.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갤러리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80여 개의 주요 갤러리가 올해도 서울을 찾는다. 한국의 주요 갤러리 역시 대거 합류한다.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2, 갤러리바톤, 갤러리현대, 제이슨함,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P21, PKM 갤러리, 휘슬 등이 이름을 올리며 국내 미술 시장의 저력을 보여준다. 아시아권에서는 상하이의 안테나 스페이스, 베트남의 갤러리 퀸, 홍콩의 키앙 말링게, 싱가포르의 에스티피아이, 일본의 테이크 니나가와, 타카 이시이 갤러리, 타로 나수, 토미오 코야마, 그리고 마닐라의 더 드로잉 룸이 함께한다.
정수진, 〈Observer〉, 2022. Oil on art board, 31 x 31 cm. 제공: 이유진갤러리. 촬영: 전병철

글로벌 무대에서 이름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하는 갤러리들도 빠지지 않는다. 데이비드 즈워너, 에스더 쉬퍼, 가고시안, 글래드스톤, 하우저앤워스, 리만머핀, 리슨, 마이 36, 페이스, 페로탕, 스프루스 마거스, 타데우스 로팍, 화이트큐브 등이 올해도 프리즈 서울을 찾는다.
올해 처음으로 합류하는 갤러리들도 눈길을 끈다. 홍콩의 10 챈서리 레인 갤러리와 드 사르트, 일본 나고야의 켄지 타키 갤러리와 도쿄의 미사 신 갤러리, 오타 파인 아트, 타쿠로 소메야 컨템포러리 아트,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 등이 서울에 합류한다. 또한 상하이의 레오 갤러리, 베이징의 하이브 현대미술센터, 서울의 이유진 갤러리·피비 갤러리·디스위켄드룸, 뉴욕의 알베르츠 벤다, 브루클린의 카발호 파크, 로스앤젤레스의 메이크룸, 브레시아의 아팔라쪼갤러리, 아테네의 더 브리더, 이스탄불의 디리마트, 브라가의 두아르트 스퀘이라, 마드리드의 갈레리아 알바란 부르다이까지, 도시의 이름만으로도 국제 미술의 확장성을 실감하게 한다.
추미림, 〈Vista〉, 2023. 루프 비디오 설치, 75인치 TV 4대, 컬러, 사운드, 투명/거울 아크릴 조각, 가변 크기, 5분. 제공: 백아트. 촬영: Studio Kenn

흥미로운 지점은 작년 포커스 아시아에 참여했던 젊은 갤러리들이 올해는 메인 섹션으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 실린더, 지갤러리, SAC 갤러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성장은 프리즈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신진 갤러리를 국제 무대에 올려 세우는 플랫폼임을 잘 보여준다.
프리즈 서울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포커스 아시아(Focus Asia) 섹션은 2012년 이후 설립된 아시아 기반 갤러리를 조명한다. 올해도 마닐라 아트 앤 디자인 현대미술관의 조셀리나 크루즈, 두산아트센터의 장혜정이 자문을 맡아 섹션의 방향을 제시한다. 참가 갤러리에는 브랜드 스톤 아일랜드가 후원으로 나서며, 아티스트와 갤러리들에게 실질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백남준,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 1991. 혼합 매체, 79 × 53 × 165 cm. 제공: Bhak

올해 포커스 아시아에서는 총 10개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이 소개된다. 추미림과 백아트(자카르타, 서울), 요코테 타이키와 콘 갤러리(도쿄), 임선구와 드로잉룸(서울), 안제 히데오와 카나 카와니시 갤러리(도쿄), 푸 량과 린씨드(상하이), 사이드코어와 파셀(도쿄), 양승원과 갤러리 플래닛(서울), 크리스틴 티엔 왕과 PTT 스페이스(타이베이), 정유진과 상히읗(서울)이 그 주인공이다. 작가와 갤러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단독 무대는 동시대 아시아 미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치이자, 서울이 국제 미술 지형 속에서 중심에 서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다.
또한 프리즈 기간 동안 서울 전역에서는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Frieze Seoul Artist Award), 프리즈 필름(Frieze Film), 프리즈 뮤직(Frieze Music), 국내외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협업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키아프 서울 2025’는 9월 3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올해의 주제는 ‘공진(共振, Resonance)’. 서로 다른 음색과 리듬이 공명하여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듯, 한국 미술 시장의 뿌리와 세계 미술계의 맥박이 공진하는 순간을 선보인다. 175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지난 해보다 숫자는 줄었지만 그만큼 내실을 기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특히 한국 주요 화랑이 선보이는 기획전은 단순한 상업적 전시를 넘어, 오늘의 한국 미술이 어떻게 세계의 언어 속에서 발화되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무대는 키아프 플러스(Kiaf PLUS) 섹션이다. 전체 참가 갤러리 175곳 중 단 19개 갤러리만이 이름을 올린 이 공간은 젊고 실험적인 감각을 전면에 내세운다. 여기서는 대형 갤러리의 권위와 무게감 대신,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과 위트가 공간을 지배한다. 낯설지만 매혹적인, 그래서 더 끌리는 시각적 언어가 관람객을 맞이하며, 현대미술의 또 다른 얼굴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2년 신설된 키아프 플러스(Kiaf PLUS)는 키아프 서울이 지향하는 젊음과 역동성을 가장 잘 대변한다. 국내에서는 라흰, 띠오, 엘케이아이에프, 갤러리 휴가 합류하고, 해외에서는 타이베이의 아르트민 갤러리, 파리의 마아트 갤러리, 도쿄의 하이드 갤러리와 쓰타야북스 등 이름만으로도 감각을 자극하는 갤러리들이 함께한다. 각자의 뿌리와 시선을 가진 이들은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지르며 지금 이 순간 가장 과감한 실험을 제안한다.
아시아와 유럽 작가들을 아우르는 아르트민 갤러리(Artemin Gallery)는 다크 유머와 개인사를 엮어 잃어버린 유년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핀란드 기반 작가 미르자 치즈믹의 작업을 소개한다. 갤러리 그라프는 이여름 작가가 일상의 간식을 투명 레진에 봉인해 기억과 감정을 시각화한 작품을 내세우며, PBG는 2024년 포브스코리아 ‘30세 미만 30인’에 선정된 이희조 작가의 소박한 사물 속 행복의 순간을 포착한 작업을 선보인다.
갤러리 그라프_이여름, Life in Ice Cream_bite, Colored resin and mixed media, 31x26x4cm, 2024

국제적 감각으로 실험적 협업을 이어가는 파리의 마아트 갤러리는 인간이 사라진 미래 풍경 속에서 재생과 정서적 울림을 탐구하는 파비앙 콘티의 회화를 전시한다. 윤선갤러리는 디지털 시대의 허구성과 감각을 탐구하는 박인성의 기술적 실험을, 갤러리 휴는 섬세한 감정의 장면을 시각화하는 고스의 작품을 선보인다.
마아트 갤러리(MAĀT Gallery)_파비앙 콘티(Fabien Conti), Grillage, feuille violet, Acrylic and oil on canvas, 200x180cm, 2024

한국 젊은 작가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도모하는 띠오는 방대한 서사를 해체하며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하승완의 신작을 공개한다. 아줄레주 갤러리는 자유와 내면의 해방을 주제로 한 스페인계 이탈리아 작가 비아니의 작품을 전시하며, 갤러리 다선은 두터운 물감을 깎아낸 입체적 화면을 통해 집을 심리적 풍경으로 재해석한 고차분의 ‘입체의 집’을 선보인다.
아줄레주 갤러리_비아니(Viani), Do it Again, Acrylic on canvas, 110x140cm, 2025, ©Viani

또한 2023년 파리에 설립된 브릿지 갤러리는 문화와 세대를 잇는 플랫폼으로서, 반복적인 언어와 일상의 제스처를 해체해 시적 텍스트와 오브제를 결합한 데일 로렌스의 작업을 이번 키아프 무대에 올린다. 일본의 하이드 갤러리는 아트 전문 북스토어와 고베의 오래된 갤러리의 협업으로, 마키 이모토와 심페이 요시다 등 개성 강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일본의 대표 서점 체인인 쓰타야북스는 갤러리 운영을 병행하며 히로시 나가이와 코헤이 나와의 작품을 내놓는다.
서울이 예술의 중심이 되는 데에는 페어뿐 아니라 도시 전체를 무대로 펼쳐지는 서울아트위크(Seoul Art Week)도 이어진다. 9월 1일부터 7일까지, 미술은 갤러리를 넘어 거리와 공항, 미디어 월, 카페와 박물관으로 확산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We Connect, Art & Future’ 특별전이 열려 여행자들이 출국과 입국의 경계에서 미술을 만난다. 약 20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50여 점의 작품은 ‘이동’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항이라는 장소성과 교차한다. 동시에 서울 도심 곳곳의 디지털 미디어 월에서는 ‘미디어 아트 서울’이 펼쳐지며, 거대한 빌보드가 예술적 상상력으로 물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객의 감각을 깨우는 것은 아트 나잇(Art Nights)이다. 이 한밤의 예술 축제는 예술이 일상과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 도시의 밤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웅변한다. 9월 2일 ‘한남 나잇’에서는 가나아트와 리움미술관이 중심이 되어 관객을 맞는다. 낮에는 전시장을 찾기 힘들었던 이들이 야간 개장을 통해 작품과 마주하고, 미술관은 새로운 사회적 광장이 된다. 이어 9월 3일 ‘청담 나잇’은 갤러리와 바, 레스토랑이 교차하는 청담동의 특성을 살려 아티스트 토크와 칵테일 파티가 어우러지는 형식을 취한다. 미술과 사교, 예술과 생활이 긴밀히 섞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문화’의 현장을 증명한다. 9월 4일에는 삼청동이 무대다. 국제갤러리와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작은 갤러리들이 함께 불을 밝히며 도시의 고즈넉한 골목을 새로운 미적 경험으로 탈바꿈시킨다.
올해의 키아프·프리즈 서울은 도시가 하나의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확장된 거대한 캔버스가 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세계 곳곳에서 서울을 찾은 컬렉터들과 한국의 젊은 세대는 아트 나잇에서 미술을 ‘생활’의 차원에서 경험한다. 프리즈 서울의 세계적 무대와 키아프 서울의 만남과 조화, 그리고 아트 나잇의 도시적 리듬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순간! 이는 곧 한국 미술 생태계의 진화와 함께 아시아 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언하는 상징적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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