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식 지사 설립한 앙투앙 팡 태그호이어 CEO
“한국에는 혁신에 대한, 신제품에 대한 엄청난 욕구가 있다. 만족할 만큼 훌륭한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다면, 한국 고객들은 즉각 ‘좋지 않다’고 응수할 만큼 제품에 대한 지식도 뛰어나고 까다롭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덕분에 성장한다. ‘Designed To Win(승리를 위해 존재하는)’의 정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위스 럭셔리 워치메이커 태그호이어 앙투앙 팡(Antoine Pin)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25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갈라 행사 자리에서 만나 “실패하고 실망시킬 위험을 감내한다는 것이 태그호이어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면서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개선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태그호이어가 한국 지사를 공식적으로 설립한 것을 축하하고 새롭게 시작한 ‘Designed To Win’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갈라 디너 이벤트는 브랜드 프렌즈인 배우이자 방송인 덱스(김진영)을 비롯해 배우 한효주·박민영·박형식, K팝 그룹 에이티즈의 산, 스포츠 국가대표 출신 추신수∙이상화·황희찬∙손연재·윤성빈·전웅태·이채운 등 패션·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국내외 화제 매체를 장식했다.
끈기·강한 정신력·승리를 향한 집념 등을 내걸고 까레라·모나코·포뮬러1 등 레이싱 워치 분야에선 압도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태그호이어 제품의 역사와 장인 정신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다.


앙투앙 팡은 지난해 CEO 자리에 오른 인물. 그의 인생 여정을 보면 마치 시계 다이얼의 한 바퀴를 돌 듯 1994년 태그호이어에서 시작해 태그호이어 CEO로 임명됐다. 그 사이 불가리∙제니스∙디올 시계 등 태그호이어가 소속된 LVMH그룹내 브랜드에서 상당부문 경력을 쌓았다. 태그호이어가 올해 한국 지사로 본격화 되기 이전, 이미 태그호이어의 일본 및 한국의 총괄 매니저로 임명된 바 있어 한국 시장과 고객 성향, 글로벌 트렌드에도 매우 밝다.
1/100초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세계 최초의 스포츠 스톱워치인 ‘마이크로그래프’ 시계(1916년 출시)를 선보인 브랜드 CEO답게 1분 1초도 모자란 스케줄 탓에 방한에 앞서 그와 먼저 줌으로 인터뷰를 나눠야 했다.
―태그호이어는 이미 오랜 기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다. 자체 운영을 한다는 것의 의의를 들자면?
“일반적으로는 새로운 제품의 직접적인 공급망을 갖는다는 것이다. 기존 에이전트도 훌륭했고, 신뢰가 여전하지만, 관리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이를 ‘더 빠른 출시 과정’이라 일컫는다. 즉, 에이전트를 거칠 경우 제품을 본 뒤에 구매 결정 등이 이뤄지게 된다. 혁신적인 제품들이 세계의 다른 매장에 이미 안착해 있는 동안 한국으로는 ‘운송 중’이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등장할 혁신 제품을 고려해도 이는 너무나 당연하고 필연적인 결과였다. ‘Designed To Win’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고객들이 신제품에 얼마나 흥미를 갖는지, 아시지 않느냐.(웃음)”
―언뜻 캠페인을 보면 ‘이기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실패해본 적이 있는가.
“물론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1만번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하지 않는 1만번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는 것이다. 요점은 실패에 관한 것이 아니다. 학습과 성장에 관한 것이다.
많은 위대한 운동선수를 보면 ‘난 실패했고, 다시 일어났고, 성공했다’고 말한다. 이는 모든 시장에서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다시 일어나는 힘이다.”


―승리할 배짱(gut)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렇다. 많이들 ‘실패의 문화를 좋아한다’고들 한다. ‘실패해도 괜찮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패가 정말 괜찮지는 않을 수 있다. 기업으로는 금전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 엄청나게 타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하는 게 괜찮지 않다면 전진할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전진이 없으면 성공할 여지가 없다. 그게 바로 태그호이어가 말하는 ‘Designed To Win’ 정신이다.”
― ‘성공. 그것은 심리 작전이다(Success. It’s a Mind Game)’, ‘Don’t Crack Under Pressure(압박 속에서도 굴복하지 마라)’ 같은 캠페인에 이어 이번 캠페인이 등장한 것도 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것 같다. 초창기부터 태그호이어와 함께해왔던 당신의 아이디어인가.
“여럿이 같이 이뤄낸 공동의 작업이다. 우리는 시장에서 최고의 시계를 제안하는 게 목표다. 최고의 시계란 가장 정확하고, 가장 회복력 있고, 가장 성능이 좋은 시계를 의미한다.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포뮬러 1®의 공식 타임키퍼 자리를 되찾는 건, 우리의 명성뿐만 아니라 스위스 시계 산업에 이바지하는 우리의 헌신을 이야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형 이벤트 공식 스폰서가 된다는 건 그만큼 재정적 부담도 생길 수 있다. 이것이 가격으로 전가된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태그호이어의 고객을 보면 기업가 정신으로 뭉친 사업가들이나 학생들이 특히 눈에 띈다. 공통점이 있다. 우리와 함께 더 밝은 미래를 향해 희망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성장을 꾀하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태그호이어의 고객들이고, 또 태그호이어에서의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단순히 비용으로만 따지자면, 당신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왜 시계를 사는가. 시간을 알고 싶다? 그러면 휴대폰을 사면 된다. 시계는 최고의 품질을 향한 수많은 사람이 일궈낸 제품이자 작품이기도 하지만 착용자에게 영감을 가져다 주고, 희망을 준다.”


―매일 시계를 보는 것이 일상이면서도, ‘만트라(mantra·기도할 때 등에 쓰는 주문 같은 것)’ 같은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이다. F1경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조건에서’ ‘남들이 안 할 때’ ‘실패를 무릎쓰고’ 자신만의 도전으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일구며 승리를 헤쳐나간 이들이 있다. 명상은 자기 확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태그호이어 시계를 보는 것이, 나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든다, 라고 자기 암시를 불러넣을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고, 그런 헤리티지와 가치, 또 역사를 지닌 시계이기도 하다. 시계의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태그호이어는 말하고 있다. ‘당신은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어요. 난 당신 곁을 지키고 있어요. 당신이 최고가 되는 순간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도전해보세요. 정말로 도전해보세요’. 태그호이어를 착용한 수많은 챔피언의 이야기이지만,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곧 여러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태그호이어는 CEO로서 당신에게도 도전적이기도 하다.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태그호이어는 전임자들의 노고 덕분에 유명해졌다. 1987년 부임한 이후 태그호이어를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크리스티앙 비로스를 비롯해 장 크리스토프 바뱅 모두 브랜드를 정상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또 혁신에 혁신을 가한 프레데릭 아르노 전 회장(현 로로피아나 회장)의 노고는 빼놓을 수 없다. 겸손해야 하고 도전적이지만, 탐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궤적이 이 자리에 오르도록 준비시켰다고 생각한다.”
―태그호이어를 다섯 단어로 표현한다면?
“도전. 꿈. 영감. 기회. 나 자신을 뛰어넘어 최고가 되라는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