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J12 블루(J12 BLEU)
샤넬이 올해 새롭게 선보인 매트 세라믹 컬러의 J12 블루(J12 BLEU).
프랑스어로 ‘블뢰’ 또는 ‘블뤠’ 그 어디쯤으로 발음되는 이 오묘한 단어의 청각적 아름다움을 완벽히 시각화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시간에 따라, 또 조류의 밀도에 따라 변화하는 깊고 푸른 바닷빛이든, 칠흑 같은 어둠으로 접어드는 짙은 밤의 어느 순간이든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 조차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그 단어를 계속 입안에서 반복하다 보면, 경쾌한 ‘블루’와 묵직한 ‘블랙’의 중간 즈음에 혀끝이 돌고 있다는 걸 느낄 지도 모른다. 샤넬의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은 한 마디로 도저히 정의해 내기 어려운 이 색감을 그동안 시계 업계에서 단 한번도 구현되지 않았던 색상과 질감으로 완성해낸다.
푸르지만 푸르지 않고, 검지만 검지 않은 매트한 세라믹 블루 컬러를 창조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빛의 방향에 따라 푸르게도, 또 검은 빛으로도 변하는 이 시계는 직접 보지 않고는 지금의 영상 과학 수준으로는 명확하게 구현하기 어럽게 느껴질 정도다. 인간의 창조성이 과학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24가지 프로토타입 제작 등 5년간 걸친 연구
2000년 출시된 블랙 에디션과 2003년 출시된 화이트 에디션에 이어 J12 출시 25년을 맞은 샤넬 매뉴팩처는 올해 새롭게 J12 블루(J12 BLEU)를 선보이며 아이코닉한 타임피스 컬렉션에 새로운 컬러를 추가했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J12의 런칭 25주년 기념식은 홍콩의 전설적인 랜드마크인 침사추이 시계탑을 블루 컬러로 수놓으며 J12 블루의 빛으로 밤하늘을 수놓았다.
하지만 그 찬란한 빛 못지 않게 고뇌와 희열에 찬 블루의 맛을 보았던 건 마치 스위스 매뉴팩처에 온 것 같았던 낮 시간 동안의 제작 과정 설명이었다. 독일에서도 최상급 세라믹 원자재 회사로 잘 알려진 인마텍 테크놀로지스를 소유한 회사의 원자재를 가공하는데서부터 전 과정을 샤넬에서 통제해 이뤄낸다.





디자인은 파리의 스튜디오에서, 독일의 원자재를 가공한 부품 생산과 조립, 품질 테스트는 스위스 라쇼드퐁에서 이루어 내는 등 세라믹 부품을 외부에서 공수해오는 것이 아니라, 제조부터 관여해 시계의 모든 과정을 총괄해 만들어낸다고 샤넬 측은 설명했다. 이렇게 세라믹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다룰 수 있는 건 고급 시계 회사 중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샤넬은 또 다른 세라믹을 창조해냈다. 샤넬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은 그의 ‘블루’에 대한 철학을 이렇게 밝혔다. “블랙 컬러에 은은한 블루 빛을 넣고 싶었습니다.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이 블루 톤을 선택하게 되었고, 마치 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죠. 강렬하면서도 우아함이 느껴지고, 블랙에 가까우면서도 블루에도 가까운 그런 오묘한 컬러를 원했습니다.” 이번 ‘블루’에 도달하기 위해 24가지 다른 프로토타입과 150가지 다른 색상 테스트를 거쳤다고 했다. 색상을 찾아내는 데만 1년이 걸린 것이다. 이를 포함해 샤넬 워치 매뉴팩처는 5년 간의 연구를 통해 J12 블루만을 위한 특별한 블루 톤을 개발했다.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창의성
샤넬이 시계를 만든다는 것을 ‘패션’의 영역에서 이해한다면, 당신은 20년도 더 된 오래전 사고에 갖혀있는 것이다. 물론 패션에서 멀어져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시계가 탄생하는 출발점에는 샤넬 창업자인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 그녀가 과거 입었던 의상, 그녀의 스케치 등 수많은 아카이브가 창작에 많은 영감을 준다.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식이기도 하다.
오트쿠튀르(최고급 수제 맞춤)는 어떨까. 인간의 창의력으로 구현된 구조를 바탕으로 손끝으로 이뤄낼 수 있는 가장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수공예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 이는 복잡 시계(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생산해 내는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가 수백년을 이어 보존하고자 하는 정신이자, 최첨단 기계가 점령한 이 시대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하이엔드 패션과 고급 시계는 완전히 떼어내어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패션을 먼저 떠올리면 가끔 미학적인 관점에만 압도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들도 있다. 샤넬 시계는 고급 시계 분야에선 드물게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블루는 샤넬 패션, 뷰티, 그리고 1932년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 등 언제나 하우스에 존재했으며 이번에는 워치메이킹만을 위한 새로운 컬러로 다시 재해석한 것이다.
샤넬이 과거 블루와 블랙을 매치시킨 아카이브 의상을 보면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합일 수 있지만, 그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색상이었다. 이를 아르노 샤스탱이 포착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세라믹을 귀금속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다”
홍콩의 출시 이벤트는 하늘빛이 아직 드리워진 저녁 6시부터 밤 늦게까지 이뤄졌다. 총 9가지 모델로 선보이는 J12 블루가 자아내는 색상을 홍콩의 하늘과 푸른빛으로 반사된 시계탑으로 구현하려는 듯 보였다. 낮과 저녁이 교차하는 하늘 아래, 샤넬 앰배서더 박서준과 진백림, 진위정, 그리고 새미정 등을 비롯한 여러 명의 프렌즈들이 함께 푸른빛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내고 있었다.
박서준이 착용한 모델 중 하나는 밝은 블루의 천연 사파이어가 세팅된 지름 38mm 버전. 칼리버 12.1이라 명명한 이 무브먼트는 정확성의 척도인 COSC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셀프 와인딩 방식으로 파워리저브는 70시간. 박서준은 자신이 소유한 트위드 재킷을 입고 와 클래식한 멋과 함께 샤넬의 도전 정신을 기념했다. 박서준의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과 열의는 프로페셔널했다.

아르노 샤스탱의 ‘최고의 세라믹’을 도출하려는 고뇌와 열정 역시 홍콩의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는 듯 하다. 같은 세라믹이라도 강도와 높은 열에 견디는 연구를 통해 더욱 ‘완벽한 세라믹’을 창출해 냈다. 스크래치에도 강하고 높은 내구성을 지닌 세라믹 제작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증명해낸 것이다.
아르노 샤스탱은 “샤넬은 25년에 걸쳐 세라믹을 귀금속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라고 강조했다. “세라믹은 샤넬 워치메이킹이 일구어낸 예술이자 샤넬의 뛰어난 노하우로 완성한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샤넬의 기술이 뛰어난 엔지니어들 덕분에 세라믹은 다양한 창조적 가능성을 펼칠 수 있고 무한한 영감을 주는 소재로 거듭났습니다.”

◇J12블루의 독보적 기술력과 예술성
9가지 모델 중 박서준이 이날 착용한 ‘J12 블루 칼리버 12.1 38MM 워치’<사진5> 외에도 샤넬의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제품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우선 ‘J12 블루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워치’<사진3>는 샤넬 오뜨 오를로제리의 정수를 담았다. 172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다이아몬드 세팅 플라잉 뚜르비옹 무브먼트는 샤넬의 미학과 워치메이킹 전문성을 입증한다.
케이지 중앙에 세팅 된 65면 솔리테어 다이아몬드가 극대화다. 다이아몬드가 오픈워크 블루 다이얼을 환하게 밝혀주며, 동시에 셀프 와인딩 기계식 워치 베젤에 자리한 34개의 바게트 컷 사파이어의 자연스러운 광채가 돋보인다. J12 블루의 세라믹은 특별한 마무리 터치를 더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측면을 8시간 동안 정교하게 수작업으로 폴리싱했다. 매뉴팩처에서 3년간 개발된 칼리버(Caliber 5)의 리듬에 맞춰 정밀하게 움직인다. 블루 컬러의 천연 사파이어 34개가 베젤에 세팅됐다.
‘J12 블루 38MM 사파이어’<사진4>는 베젤과 인디케이터에 세팅 된 58개의 천연 바게트 컷 사파이어가 밝은 블루 컬러로 빛나며, 짙은 블루 세라믹과의 조화로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오뜨 오를로제리 모델에만 적용되는 COSC의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블랙 피니시의 칼리버 12.1을 탑재했다. 샤넬은 수많은 보석 세팅 기술을 마스터한 워치메이킹 공방을 보유한 몇 안 되는 하우스 중 하나다.

J12 블루 38MM 사파이어 워치를 위해 샤넬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매트 블루 세라믹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눈부신 광채를 지닌 선명한 블루 컬러의 천연 사파이어를 선별했다. 샤넬 워치 매뉴팩처에서 약 7시간에 걸쳐 선명한 블루 컬러의 천연 사파이어 46개를 베젤에 세팅했다.
J12 블루 컬렉션은 기존 블랙·화이트와는 달리 전 라인업 모두 한정판이다. 정한 수량이 다 팔리면 더는 제작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묘한 블루가 깊은 밤을 향해 블랙으로 변하고 있었다. 샤넬의 블루는 누군가의 손목에서 다시 빛을 받아 푸르게 빛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