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원 디올’ 이끌 디자이너부터 공급망·보안·세일즈 등 업계 최고 인재 영입… ‘살아있는 유산’의 새 판을 짜다
입력 2025.06.27 00:30

디올 회장 겸 CEO 델핀 아르노 일간지 첫 단독 인터뷰
LVMH 회장 맏딸이자 상속녀…“혁명보다 안정적 진화 위해 전략적 인사 배치”
“핵심 문화 수도 서울의 전통과 혁신 존중”...내달 13일까지 DDP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展
“한국 김현주 작가 한지 공예 디올 정원 아름다워...보라매 공원에 ‘디올 정원’ 조성도”

최근 1~2년 사이 럭셔리 패션계의 침체는 잇단 디자이너 교체로 이어졌다. 샤넬, 구찌, 보테가 베네타, 셀린, 발렌시아가 등을 비롯한 10여개 고급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가 자리를 옮겼다. 신진 디자이너의 발탁이라기 보다는 유명 디자이너들끼리 자리를 옮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패션계 뮤지컬 체어’(흔히 말하는 의자 뺏기 놀이)란 조롱섞인 조어도 생겨났다.
그러한 요즘, 다시 사람들의 입에 뜨겁게 오르내리는 이들이 있다. 오는 27일(현시지각) 파리 남성패션 위크를 통해 디올 남성복 쇼 데뷔전을 치를 조나단 앤더슨 디자이너를 향한 시선이다. 2013년부터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 그룹 산하 스페인 럭셔리 패션 하우스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를 맡았던 조나단 앤더슨은 지난 4월 디올 남성복(디올 맨) CD로 임명된 뒤, 6월에 여성복까지 맡게 되며 디올의 단독 CD가 됐다.
크리스챤 디올 이후 디올의 세 가지 라인을 모두 이끄는 디자이너는 앤더슨이 처음이다. 이미 미 뉴욕타임스는 “조나단 앤더슨 임명으로 디올의 새 역사를 만들다”는 제목으로 디올의 파격에 주목하는 등 세계 유수의 매체들이 앞다퉈 디올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가 있다. 조나단 앤더슨을 십수년 전 발탁해 성장시킨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맏딸이자 상속녀이며, 디올 회장 겸 CEO인 델핀 아르노(50)다. 십대 시절부터 아버지와 매장을 다니며 ‘삶이 곧 경영자 수업’이었던 그녀는 아르노가(家) 다섯 남매의 유일한 여성이자 LVMH그룹의 모태나 마찬가지인 디올을 이끄는 수장으로 그룹 혁신의 등불로 꼽힌다.
‘재벌가 상속녀’라는 수식어 만으로도 어릴 때부터 온갖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좀처럼 매체 앞에 나서지 않았던 그녀가 어렵게 인터뷰에 나섰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24시간 일하는 아버지” 못지 않게 전 세계를 다니며 분초 단위로 일하는 스케줄. 경영자이자,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서면으로 만나야 했지만, 예상 시각보다 답장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 직접 꼼꼼히 답했다는 전언이다. 델핀 아르노 디올 회장이 국내 일간지와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맏딸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기업인 디올의 회장 겸 CEO를 맡은 델핀 아르노. ⓒBRIGITTE LACOMBE /디올 제공

―조나단 앤더슨이 지금 가장 ‘핫’한 디자이너 중 하나인 건 분명하지만, 특별히 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14년 전 파리 북역(Gare Du Nord) 근처에 있는 조나단 앤더슨의 쇼륨을 방문해 그를 만났다. 작은 아파트에서 거침 없이 말을 하던 그는 이미 천재적이었고 훌륭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LVMH는 그의 브랜드에 투자했고, 로에베 CD가 공석이 되자 그를 떠올렸다. 그의 쇼가 세월을 거쳐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는 것이 좋았다.
조나단 앤더슨은 그의 세대에서 가장 재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독특한 재능과 강력한 매력을 겸비했다. 지난 10년간 로에베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며 문화적·공예적 중요성을 유지한 그의 능력은 장기적인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해온 조나단은 창의적 팀을 이끌고 명확하고 목적 있는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의미 있는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의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헌신은 그가 디올을 다음 시대로 이끌기 위한 적절한 선택임을 증명한다."
디올의 남·녀·오트 쿠튀르까지 맡으며 '원 디올'을 완성할 디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 ⓒDAVID SIMS /디올 제공

―당신의 안목도 한 몫했을 것 같다.
“디올의 CEO로서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패션 하우스를 진화시키기 위해 적절한 창의적 목소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변혁의 적절한 시점을 인식하려면 직관과 전략적 통찰력이 필요하다. 장인의 탁월함(artisanal excellence)에 대한 그의 존중은 사보아 페르(savoir-faire·장인 정신)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닌, 기념하고 축하하는 우리 아틀리에의 가치관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러한 공유된 열정은 디올의 전통이 존중받을 뿐만 아니라 고양되어 시대를 초월하고 혁신적인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한다. 핵심은 디올의 기반을 지키며, 어디로 진화해야 할지 아는 것이다."
―과거 조나단 앤더슨과 인터뷰를 나눈 적 있다. 당시 그는 2013년 당신을 만나고 LVMH 임원들과 대화한 뒤 “럭셔리의 개념은 사라졌다”고 도발적으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당시 원문을 옮겨보자면 ‘럭셔리는 죽었다. 말하자면 럭셔리 소시지는 살 수 있다. 무언가에 ‘럭셔리’라는 이름을 붙이면, 그저 더 비싸다는 의미일 뿐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 럭셔리 브랜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럭셔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정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럭셔리란 무엇이며, 디올에서 어떻게 구현하겠는가.
“럭셔리는 항상 매력, 장인정신, 우수성, 진정성에 관한 것이었다. 이 용어는 널리 사용되지만, 진정한 럭셔리는 사보아-페르와 혁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의미 있고 영원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럭셔리는 감정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디올에서는 전통과 현대성을 조화시키는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하며, 창의성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다.
럭셔리는 배타성을 넘어 문화와 연결되고 영감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며, 우리는 럭셔리를 유산과 재창조의 교차점으로 형성하는 데 헌신하며, 본질을 유지하면서 진화하도록 허용한다.”
1947 오트 쿠튀르 봄여름 바(bar) 자켓. 디올의 아이콘이자 탁월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생한 하우스 스타일으로 자리잡았다. ⓒAssociation Willy Maywald/ADAGP, Paris, 2025 /디올 제공

1947년 선보인 디올의 전설적인 '뉴 룩' 오리지널과 최근까지 디올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새롭게 재해석한 '뉴 룩'이 함께 전시되는 등 시대에 따라 어떻게 모던하게 재해석 됐는 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KYUNGSUB SHIN /디올 제공

―남·녀 컬렉션을 진두지휘하는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을 탄생시킨 무슈 디올 시대와 마찬가지로 단일 디자이너가 브랜드 전체를 총괄하는 ‘원 디올’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할 것이다.
“패션은 사이클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로고에 대해 말하자면, 한때는 로고만이 중요했고 다른 시대에는 덜 중요했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우리는 다른 아이디어로 가득 찬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로 갈지 지켜봅시다!
럭셔리는 미학 그 이상이다. 장인정신, 문화적 관련성, 스토리텔링에 관한 것이다. 조나단 앤더슨은 전통과 새로운 시각을 조화시키는 이 비전을 구현한다. 그의 리더십은 디올의 우수성에 대한 헌신을 강화하며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화할 것이다.
―10년 후 디올은 어떤 모습일 것이라고 상상하는가.
“중요한 건, 고객들이 꿈을 꾸게 하는 것이다. 조나단은 디올의 이 여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다음 10년 동안 디올은 혁신과 장인 정신의 경계를 넘어 럭셔리 분야의 리더십을 강화하며, 동시에 우리의 유산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자 한다.
우리는 대담한 창의성, 문화적 관련성, 브랜드의 모든 접점에서 우수성에 대한 헌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참여시키고 영감을 주는 것을 계속할 것이다.”
◇한국 작가들의 예술성 돋보인 DDP 디올 전시
디올은 LVMH 그룹이 탄생한 ‘모태’나 마찬가지인 핵심중 핵심. 아르노 회장이 1970년대 미국 뉴욕을 방문한 당시 택시 기사가 “프랑스 대통령 이름을 몰라도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 이름은 안다”고 하면서, 디올 인수를 시작으로 현재 75개 브랜드의 명품 제국을 일궜다.
디올은 앤더슨의 임명 시기와 비슷한 지난 4월19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도 선보이고 있다. 디올의 70여년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로 다음달 13일까지 이어진다.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수 써니 박 작가가 작업한 무도회 드레스 전시 공간. ⓒKYUNGSUB SHIN /디올 제공

―DDP에서 선보이는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는 전 세계 유명 도시 순회전이다. 한국에서 선보인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파리를 시작으로 브루클린, 런던, 도쿄 등 다양한 도시에서 열렸다. 새로운 도시로 이동할 때마다 해당 국가의 특성에 맞게 전시 공간과 콘텐츠를 새롭게 구성해 새로운 전시를 창조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서울이라는 공간과 시대 정신은 이번 전시를 여는 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서울은 핵심 문화 수도로서 디올과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구현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성의 역동적인 조화가 디올의 가치를 완벽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활기찬 예술 현장과 깊은 문화 유산은 하우스에게 영감을 주는 목적지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넓은 공간은 몰입형 경험을 창조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한국 예술가들과의 협업과 조각보 패치워크, 한지 종이 예술 등은 디올의 유산과 한국의 장인 정신 사이의 의미 있는 대화를 촉진했다. 이 에디션은 패션과 디자인의 미래를 포용하며 독특한 한국적 렌즈를 통해 재해석한 우리의 유산을 기념하는 행사다. 단순히 유산(heritage)에 대한 것만이 아닌, 창의성에 대한 축제다.”
전 세계 아이코닉한 장소와 함께 한 레이디 디올 백. @BRIGITTE NIEDERMAIR /디올 제공

―‘디올 레이디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가 이불을 시작으로 디올은 한국과 한국 디아스포라 예술가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유명 작가들이 레이디 디올을 재해석한 방도 따로 있었다. 단일 국가의 예술가 작품이 이처럼 전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한국은 당신에게 어떤 이미지나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한국은 디올에게 문화적·예술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불부터 디올 레이디 아트 프로젝트까지의 장기적인 협업은 한국 예술가들을 위한 전용 전시 공간을 처음으로 마련하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디올 레이디 아트 프로젝트는 이제 10주년을 맞이했으며, 지난 10년 동안 가장 재능 있는 크리에이티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한국의 풍부한 예술 현장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고, 상징적인 레이디 디올 백이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유명 한국 작가 등이 재해석한 레이디 디올 백을 위한 예술적인 공간. '디올 레이디 아트(Dior Lady Art)'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9명의 아티스트와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Lady Dior As Seen By)' 콘셉트에 참여한 17명의 아티스트가 완성한 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KYUNGSUB SHIN /디올 제공

―예술가 협업 뿐만 아니라 디올 앰버서더인 지수를 비롯해 많은 K스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 디올에게 핵심 시장이며, 그 문화적 영향력은 글로벌 무대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창의적 에너지는 디올의 비전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우리는 의미 있는 협업과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국 예술성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강화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세계 최초의 콘셉트 스토어를 오픈한 이유 중 하나다. 이 새로운 리테일 경험을 실험하기에 적합한 도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시회와 파트너십의 성공은 지속적인 성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입증하며, 우리는 전통과 혁신을 모두 존중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의 디올의 존재감을 확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한국 전통 달항아리의 내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공간 속에 정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을 모은 '디올 가든' 방. 한국 작가 김현주가 한지의 주원료 닥나무 섬유로 내부를 예술로 승화했다. ⓒKYUNGSUB SHIN /디올 제공

―전시 공간 중 특별히 의미 있는 공간이나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모든 공간이 각자의 특색과 독특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선택이 매우 어렵지만, 디올 가든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크리스찬 디올의 꽃과 자연에 대한 사랑은 항상 하우스의 중심에 있었으며, 이 공간은 그 열정을 아름답게 반영한다. 이 설치물은 한국 김현주 작가가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삼아 한국의 전통 닥나무 종이인 한지를 사용해 만든 정교한 꽃 질감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디올의 유산과 한국 전통 공예의 놀라운 융합으로, 이 전시회를 정의하는 과거와 미래의 대화를 상징한다. 관람객들이 디올의 중심에 항상 있던 경이로움과 황홀함을 느끼길 바란다.
이 외에도 디올의 정원에 대한 열정을 반영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와 협력해 서울 보라매 공원에 디올 정원을 조성했다. 지역 주민, 시민,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평화로운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디올이 최근 서울시와 함께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보라매공원에 조성한 '디올 정원'. 조경가 정영선이 설립한 조경설계 서안에서 디자인을 맡았다. 200m 길이로 뻗은 울창한 플라타너스 나무가 드리워진 공간에 한국 토착 식물이 조성됐다. 박람회는 10월 20일까지. ⓒKYUNGSUB SHIN /디올 제공

―무슈 디올의 자서전 ‘크리스찬 디올의 자서전, 디올 바이 디올’을 다시 읽으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디올 바이 디올(Dior by Dior)’을 다시 읽는 것은 깊은 영감을 주는 경험이었다. 크리스찬 디올의 말은 우아함에 대한 비전, 장인 정신에 대한 열정, 창의력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 등 하우스의 본질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의 선구적인 야망이었다. 자신의 디자인을 파리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시키려 했고, 디올을 처음부터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자 했다.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키는 그의 능력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지침이자 원칙이 되고 있다. 이 자서전은 우리가 계속 진화하더라도 디올의 본질예술성, 노하우, 꿈같은 매력은 항상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번 전시회를 방문한 많은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정말 기뻤고, 그들이 그곳에서 보낸 한 두 시간이 꿈꾸고 탈출하는 훌륭한 수단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
◇최고의 인재 영입으로 70년 디올 역사를 새로 쓰다
런던 경제대학교와 EDHEC 경영대학원 졸업 뒤 맥킨지에서 컨설팅 업무를 익힌 델핀 아르노는 2000년 LVMH에 입사해 디올에서부터 일을 배웠다. 2003년부터는 LVMH 그룹 이사회의 일원이 됐다. 이사회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였다. 그만큼 그녀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2013년 루이비통 이사 겸 전무 부사장에 오른 뒤, 2023년 디올 회장 겸 CEO가 됐다. 이젠 조나단 앤더슨을 비롯한 주요 직책 인사를 단행하며 기업 건전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주말마다 아버지와 함께 매장을 방문하며 현장 경험을 했다. 디올에 합류해 신발 부서로 패션계 발을 디딜 땐, 공장에서의 가격 협상부터 디자이너와의 협업까지 모든 과정을 배우며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현장 경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럭셔리 산업에서의 리더십은 비전과 장인 정신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한 매장 방문부터 맥킨지에서 당시 젊은 창의적 장면에 대한 연구를 맡았던 인턴십까지, 모든 경험이 제 비전을 풍부하게 해주었다. 럭셔리 분야의 리더십은 비전과 장인 정신에 대한 깊은 헌신을 요구한다.
 내 초기 경험은 진정한 우수성이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을 감행하는 데 있음을 가르쳐줬다. 디올에서는 이 철학이 모든 것을 이끌고 있다. 디올은 사보아-페르와 창의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유산을 존중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창조한다. 장인, 예술가, 신진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디올은 패션의 최전선에서 미래 세대를 영감으로 이끌고 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신이다. 이 확신이 없다면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영 파이낸셜 타임스 등 일부 매체와 그것도 10년에 한번 정도로만 인터뷰에 나서는 정도인데, 그 안에서도 스스로를 “매우 경쟁적”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조용히 지내는 것을 선호하며 열심히 일하고 차분한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그려진다. 당신의 리더십 스타일은 어떠한가.
“내 리더십 스타일이 경쟁적이라면, 무엇보다도 깊이 협업적이라는 의미다. 나는 명확성과 목적을 통해 이끌어가는 것을 믿으며, 창의적 자유와 전략적 우수성을 모두 보장한다. 디올을 이어온 디자이너들처럼, 창의적 자유의 원칙을 지키며, 이는 디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뿌리를 지키며 대담한 재창조를 가능하게 한 가치다.
인재 육성이나 리더십 결정에 있어 제 접근 방식은 신중하고 미래 지향적이며, 디올이 높은 기준, 혁신, 따뜻함을 갖춘 하우스로서 유지되도록 보장한다. 또 교육은 항상 디올의 중심이었다. 디올에서 멘토링은 탁월함과 포용의 가치에 뿌리를 둔 장기적인 비전에 필수적이다. 이화여자대학교와의 파트너십은 차세대 육성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반영한다. Women@Dior 또는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LVMH Prize를 통해 패션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젊은 인재를 지원하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경영자이면서 맏딸이자, 어머니, 워킹맘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한다. 딸에게, 딸 같은 젊은 동료들에게,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은가.
“어렸을 때 받은 사랑과 지원은 리더십에 대한 저의 접근 방식을 계속 형성하고 있다. 딸과 젊은 디자이너, 차세대 장인들에게 진정성, 신뢰, 대담함, 장인 정신에 대한 지속적인 존경을 바탕으로 한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
디올의 여정은 항상 꿈의 예술에 깊이 뿌리내리면서 미래를 영감을 주는 것이었다. 디올에서 가장 중요한 기둥 중 하나는 전승이다. 무슈 디올이 말했듯 그 말을 전달하고 싶다. ‘열정 없이는 패션은 없다!’”
한국계 캐나다 아티스트 제이디 차(Zadie Xa)가 이번 전시를 위해 그린 무슈 디올의 초상화에 한국 보자기 조각보에 영감을 얻어 공간을 장식했다. ⓒKYUNGSUB SHIN /디올 제공

―2023년 디올 회장 부임 이후 디자이너 외에도 펜디 CEO였던 피에르-에마뉘엘 안젤로글루를 부 CEO로, 미우미우 CEO였던 베네데타 페트루초를 전무이사 겸 공급망 수장으로, 전 몽블랑 CEO 니콜라 바레츠키를 세일즈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최상위 인재를 채용했다. 디올의 전체 구조와 문화에 걸친 광범위한 변혁을 꾀하는 것 같다.
“내 역할은 혁명보다는 안정적인 진화를 위해 올바른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략적 인사 배치와 강력한 협업 문화는 디올의 비전을 지키며 유연성과 민첩성을 유지하게 한다. 내가 디올에 온 뒤 언급하신 대로 여러 인재를 채용했다. 또 팀에 두 명의 핵심 인력을 추가로 임명했다. 조르지오 스트리아노와 니콜라스 카레가 새롭게 설립된 산업 부문을 이끌게 됐다. 저에게 품질은 최우선 과제다.
디올은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리더십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여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패션은 본질적으로 순환적이며, 지금이 바로 진화의 완벽한 순간이다. 조나단 앤더슨의 비전은 디올의 유산을 존중하며 럭셔리를 재정의할 것이며, 이는 최고의 아틀리에와 우수성을 추구하는 팀의 지원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또 혁신은 우리 전략의 중심에 있다.
AI는 비즈니스 운영 전반에서 정밀성, 효율성,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LVMH와 함께 사이버 보안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책임이다. 기술과 보안을 동시에 발전시킴으로써, 우리는 더 스마트하고 안전하며 연결된 미래를 형성하고 있다."
―‘패션의 미래는 000’, 라고 문장을 완성한다면? 또 디올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패션의 미래는 시대를 초월한 재창조다(The future of fashion is timeless reinvention).’ 패션은 진화하지만 진정한 예술성은 창의성, 장인 정신, 문화적 대화를 바탕으로 지속된다는 뜻이다. 또 디올에 대해 말하자면, ‘디올은 살아있는 유산이다.(Dior is a living leg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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