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쉐론 콘스탄틴
국내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1755 서울’ 오픈
“가능한 한 더욱 잘하라. 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Faire mieux si possible, ce qui est toujours possible)”
1819년 유능한 사업가였던 프랑소아 콘스탄틴이 당대를 대표하는 시계 사업체를 이끄는 자크 바텔레미 바쉐론에게 쓴 편지 문구 중 하나다. 둘의 이름을 보면서 뭔가 짐작이 되는 바가 없는가? 콘스탄틴과 바쉐론. 그렇다 우리에게 익숙한 270년 역사의 스위스 럭셔리 워치메이킹 메종 ‘바쉐론 콘스탄틴’이란 브랜드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바쉐론 콘스탄틴은 지난 1755년 당대 손꼽히는 시계 장인인 장 마크 바쉐론이 세운 회사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이름인 ‘J.M. 바쉐론’을 서명해 놓은 회중 시계가 그 첫 발이 된 세계 최고(最古)의 시계 브랜드다. 여기서의 ‘최고’를 가장 으뜸이라는 뜻의 ‘최고’(最高)로 이해하는 이도 있을 테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큰 무리 없을 정도의 기술력과 미학을 두루 지녔다.
이미 1770년 지금의 복잡 시계 기능을 갖춘 시계를 선보였던 창업자의 천재적인 기질을 타고난 손자 자크 바텔레미 바쉐론은 유럽과 북미를 넘나드는 사업가 프랑소아 콘스탄틴을 만나 가문의 시계 제조 기술력을 전 세계로 알리기 시작했다. 그 때의 둘을 이어준 문구. ‘가능한 한 더욱 잘하라. 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이는 현재 바쉐론 콘스탄틴의 기업 신조(motto)처럼 자리잡았다.
◇바쉐론 콘스탄틴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 첫 플래그십 스토어
언제나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의 제품을 실현해 보이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최근 3년 가까이 공을 들여 서울 청담동에 이 문구를 건물로 구현해냈다. 지난 5일 국내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바쉐론 콘스탄틴 사상 세계 최대 규모로 선보인 ‘메종 1755 서울(Maison 1755 Seoul)’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심볼인 ‘말테 크로스’를 중심에 두고 재해석한 황금빛 브라스 소재의 파사드로 장식된 외관이 멀리서부터 눈길을 끄는 곳이다. 629㎡의 6개 층 규모로, 지금까지 최대 규모였던 미국 뉴욕의 매디슨 애비뉴 플래그십 스토어(약 418㎡·2021년 개관)보다 1.5배 가까이 넓다. 뉴욕·긴자 등 각 국을 대표하는 여러 플래그십 스토어 중에서 말테 크로스를 비롯한 브라스 파사드로 건물 전체를 에워싼 건 역시 한국이 전 세계 처음이자 유일하다. 글로벌 CEO 로랑 퍼브스도 오픈식을 위해 한국을 찾을 만큼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속내’는 건물 내부 조형물부터 마감재까지 하나 하나 살펴야 깨달을 수 있다. 바쉐론과 콘스탄틴이 만나 기술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했듯, 270년 역사의 스위스 유산과 한국적 정서가 교차하며 바쉐론 콘스탄틴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듯 하다.

◇브랜드의 헤리티지, 한국적 장인 정신으로 꽃피우다
1층 문을 열면 하얀색 워치메이커 가운을 입은 작은 조형물이 눈에 띈다. 창업자 장 마크 바쉐론의 마스코트로, 270년을 기념하는 말테 크로스를 향해 마치 올해의 테마인 ‘퀘스트(The Quest)!’를 외치는 듯 하다. 장 마크는 18세기를 대표하는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와 절친이자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와도 친분을 나누며 이성·논리에 대해 토론하며 시계 제조에 철학을 투여했다. 루소 역시 수공예 그 이상의 심미적 작품(aesthetic works)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장 마크 바쉐론의 능력을 높이 사기도 했다.
그 당시 정신은 천장부터 벽까지 한국적 감성의 현대미술과 전통 예술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오프닝 전시를 기획한 아티스트 지니 서(Jinnie Seo)의 설치 작품 ‘Constellation of Lights’ ‘Blue Cloud’ 등 서로 연결된 2개의 대규모 설치 조각 작품이다. 기존 작가가 주로 사용했던 구리 뿐만 아니라 유리 등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다양하고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 완성됐다. 창을 통한 빛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이 달라지는 시각적인 효과가 은은하게 펼쳐지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이 면이 되고, 면이 공간이 되는 느낌으로 재해석한 것이 돋보인다. 지니 서 작가를 시작으로 1층의 예술 작품은 매년 기획전으로 새로운 아티스트와 협업해 선보일 예정이다.
유백색의 벽을 그냥 지나치지 말 것. 장 자크 루소가 추앙했던 ‘심미성’이 한국적으로 표현되는 현장이다. 국가 무형 유산80호 자수 장인 김영이 선생과 제자들이 손바느질로 손수 지어낸 아트 월(wall) ‘시간의 입방체:Threads of Legacy’다. 전통문창살이나 책거리 병풍 등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을 입체감이 느껴지는 벽화처럼 표현해냈다. 전통적이지만 모던하다.
◇270년 역사를 구현한 최첨단 기술과 상주 워치메이커
2층은 디지털 첨단 기술과 인간의 장인 정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벽면을 차지한 대형 영상은 270년 워치메이킹 세계와 유산을 보여주는 인터렉티브 디지털 아카이브 ‘크로노그램’으로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과 로잔 예술대학(EPFL·ECAL) 연구소와 바쉐론 콘스탄틴 헤리티지팀이 합동으로 연구해 만들었다. 토큰을 올려놓으면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여행하듯, 각종 주문서와 스케치, 유명인들의 편지 등 자료부터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착용했던 시계 모습 등 문서로만 420m길이의 방대한 분량의 역사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토큰을 올려놓으면 아카이브를 거칠 수 있는 경로를 스스로 구성해가며 탐색해 나간다. 뉴욕, 두바이, LA 등 전 세계 일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구현되고 우리나라에선 ‘메종 1755 서울’이 유일하다.
최첨단 기술로 역사 여행을 한다면 바쉐론 콘스탄틴의 현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최초로 20년 경력의 스위스 시계 장인이 상주하게 된 것. 퍼페추얼 캘린더 같이 최상급 복잡 시계를 수리할 수 있는 경력을 지닌 이로, 간단한 시계 점검부터 개인 맞춤형 서비스까지 직접 하게 된다.

이번 오픈을 기념해 컬렉션 최초로 미닛 리피터를 탑재한 오버시즈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오픈페이스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 외에도 레 컬렉셔너, 캐비노티에 컬렉션을 포함한 정교한 시계들이 전시되어 다양한 셀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호모 파베르-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아름다움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후원 협약을 맺고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고, 루브르 박물관과 파트너십을 통해 예술 작품을 보존하고 이에 영감받은 시계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창의성을 선보인다. 또 전설적인 레코딩 스튜디오인 런던 애비로드와 협업으로 현대적 감각을 문화적 다면성으로 발산하고 있다.
예술에 대한 헌사는 ‘호모 파베르’라는 단어로 다시한번 결집한다. 3층 라운지에서 선보이는 국내 공예가들의 작품을 통해 또 한번 마주할 수 있다. 가구 디자이너 김윤환의 중앙 테이블이 묵직하면서도 유연한 무게감을 주고, 그 외에도 한지 공예가 오샛별, 금속 공예가 김현성, 강우림이 작업한 아름다운 작품들과 은 공예가 고혜정, 금속 공예가 김두봉, 가죽 공예가 김준수, 도예가 이종민, 화각장 이재만 등의 정교하면서도 독창적인 현대 공예작이 눈에 띈다.
이들 중 몇몇은 리치몬트 그룹 회장인 요한 루퍼트와 제네바고급시계협회 대표 프랑코 콜로니가 지난 2016년 스위스에 세운 비영리단체 ‘미켈란젤로재단’이 공예문화 진흥을 위해 지원하는 국제공예 비엔날레인 ‘호모 파베르’에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고혜정 작가의 경우 2024년 10월 베니스에서 열린 호모 파베르 전시에서 최우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오픈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타일 & 헤리티지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도 고 작가의 작품성에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루프탑 가든은 한국적인 요소를 독창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연출하는 디자이너 양태오가 기획한 라운지가 자리하고, 5층은 이벤트 또는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시간과 대륙을 넘나들며 간단한 장식 하나에도 의미를 심어두는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바쉐론 콘스탄틴의 모토를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가능한 한 더욱 잘하라. 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방문예약 1877-4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