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5 어워드 시상식

“응급 치료는 위치나 소득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 모든 곳에서 존재해야 합니다.”
지난 5월 22일 일본 오사카 사카이 공연 아트 센터에서 열린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tier Women’s Initiative·이하 CWI) 2025 어워드’ 현장. 미국 출신으로 지난 2017년 케냐에서 응급 의료 지원 서비스 시스템인 ‘플레어’를 공동 창업한 케이틀린 돌카트가 연단에 섰다. “제 삶에 있어 가장 강력한 순간을 꼽자면, 건강한 아기들로 가득찬 방을 볼 때입니다. 제 때 응급 구조와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 없었을 아이들이니까요.”


그녀는 이날 시상식에서 ‘생활 개선’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CWI는 UN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포괄하는 세 가지 임팩트 어워드, 즉 ‘생활 개선’ ‘지구 보존’ ‘기회 창출’ 세 분야에 수상자를 선발한다. 돌카트를 포함한 각 부분 3명씩 모두 9명이 올해의 CWI 수상자가 됐다.
미 시카고 출신으로 밴더빌트 대학과 MIT를 졸업한 그녀는 처음엔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에 진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 비영리단체인 클린턴 의료 접근 이니셔티브(Clinton Health Access Initiative)에서 일하고 MIT에 진학하면서 신흥 시장의 의료 서비스를 지원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2017년 그녀가 동업자와 함께 플레어(Flare) 앱을 선보이기 전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응급 환자들이 구급차를 맞이할 때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162분. ‘구급차의 우버’로 불리는 플레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플레어는 동아프리카의 사용자들이 단일 번호와 실시간 추적 앱을 통해 응급 구조대와 연결되도록 한다. 응급차의 출동 시간은 과거 162분에서 현재 평균 15분까지 당겨졌다. 저비용 구독 모델인 플레어는 200만 명 이상의 회원과 4만 건 이상의 구조 사례를 기록했다. 현재 탄자니아와 우간다 등 아프리카 지역 전체로 점진적으로 확장 중으로 2030년까지 1000만명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심장마비·골절·각종 사고 등 모든 응급 구조에 나서지만 그녀가 특히 자부심을 가질 때는 긴급 출산 등 산부인과 구조로 둘 이상의 생명을 구해낼 때. 인간의 존엄성, 접근성, 희망이 그녀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이번 CWI의 주제 역시 돌카트가 외친 것처럼 ‘선의를 위한 힘(Forces for Good)’이다. ‘선의를 위한 힘’은 여러 차례 공유됐다. 방송인이자 작가, 양성평등 운동가인 샌디 토크스빅이 사회를 맡은 이번 시상식에선 CWI 글로벌 프로그램 디렉터 윈지 신이 샌디 토크스빅과의 대담을 통해 여성 창업가들이 겪는 도전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환호를 보내는가 하면, ‘선의를 위한 힘’이란 구호를 함께 외치고, “함께이기에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협력과 연대 정신에 대한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돌카트를 포함해 ‘생활 개선’ 분야에선 인도에 배수처리 등을 개선한 바이오 화장실을 철도와 농촌에 3만여 개 이상 공급한 ‘반카 바이오루’의 창업자 나미타 반카와 르완다의 오염된 식수를 정화된 물로 바꾸는 스마트 ATM기기를 선보여 50만 명 이상에게 안전한 음용수를 공급하고 200개 일자리를 창출한 ‘이리바 워터 그룹’의 이베트 이심웨가 수상했다.
‘지구 보존’ 분야에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기후 행동 기업 ‘비비드 엣지’를 세운 트레이시 오루크가 선정됐다. 태양광 패널, 열펌프, 조명 업그레이드 등을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며, 에너지 절감으로 상쇄되는 서비스 요금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또 소방 호스 등 폐기물을 패션 제품으로 재탄생 시킨 영국 패션 브랜드 ‘엘비스&크레시’의 크레시 웨슬링이, 바나나 섬유로 만든 100% 천연 생분해성 생리대 회사 ‘사티’의 창업자 크리스틴 카게추가 이름을 올렸다.

‘기회 창출’ 부문은 아랍어 문해력 상승에 기여한 ‘리틀 띵킹 마인즈’를 창업한 요르단 출신 라마 카이얄리와 인도 농촌 지역에 바나나 섬유를 패드로 만드는 기술을 공급한 에스마트 글로벌의 재키 스텐슨이 받았다. 아르메니아에서 지난 2020년 긴급 구호 앱인 ‘세이프 유’를 선보인 마리암 토로스얀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는 모든 것이 실제 일어나는 현실이기에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다. 전 세계 폭력 등에 노출된 여성들의 긴급 SOS 앱으로 긴급 구조는 물론 법적·의료적·심리적 서비스 접근을 제공한다. 3개국에서만 4만4000여명의 여성에게 도움을 줬고 1만8000건의 폭력 관련 경고를 처리했다. 현재 일부 유럽은 물론 몇몇 아시아 지역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문화 및 인류애 프로젝트 의장은 이들에 대해 “세상을 변화시킬 집단적인 힘을 지닌 이들”이라고 먼저 헌사를 보냈다. 그는 또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세대를 위한 길을 개척한 그들의 용기와 비전을 함께 축하한다”면서 “이들의 여정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영감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WI)는 2006년 첫 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66개국 330명의 펠로우를 지원했으며, 총 12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제공했고, 500명 이상의 체인지메이커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육성해왔다. 또 INSEAD에서의 경영자 교육, 맞춤형 비즈니스 훈련 등을 포함한 1년간의 펠로우십을 제공한다.
2026 에디션은 오는 24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한다. 10개 어워드에서 각 부문별 상위 3개 기업을 대표하는 총 30명의 펠로우가 발표되며, 내년 5월 태국에서 열리는 CWI 어워드에서 기념 자리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