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선글라스는 데일리 룩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시그니처가 된다. “선글라스 없이는 외출하지 않는다”고 켄달 제너가 말했듯, 선글라스는 하이힐이나 샌들, 근사한 백처럼 룩의 완성도를 단번에 끌어올린다. 특히 여러 아이템을 레이어링하여 스타일링하기 어려운 여름 시즌 선글라스는 단 하나만으로도 룩의 무드를 설계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한 아이템이다.

렌즈의 색감, 프레임의 실루엣, 질감과 마감까지, 선글라스는 한 사람의 분위기와 스타일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감정의 창이라는 눈을 가리면서 오히려 더 많은 스토리텔링을 남겨온 이 작은 액세서리는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 아이콘들의 상징이 되었다. 오드리 헵번의 캣아이 프레임, 조안 디디온의 셀린느 오벌, 안나 윈투어의 오버사이즈 실루엣은 하나의 인물 세계관을 구축했으며, 엘튼 존은 스테이지 위에서 환상적인 유니콘 렌즈로 자신의 판타지를 구현했고, 칼 라거펠트는 결코 선글라스를 벗지 않음으로써 미스터리를 신화로 승화시켰다. 그들에게 선글라스란 패션이자 정체성이며, 때로는 권위와 신비로움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2025년 패션계는 선글라스 트렌드 키워드를 노스탤지어로 정의하고 있다. 새롭지 않지만 오히려 더 강력한, 과거의 아이코닉 스타일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트렌드가 2025년 여름 스트리트를 점령할 예정이다. 1960년대의 라운드 프레임, 70년대 레트로 퓨처리즘,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스키니 메탈까지, 과거의 실루엣이 2025년의 감성으로 업데이트되어 돌아왔다.
90년대 후반 매트릭스 퓨처리스틱 룩
영화 ‘매트릭스’의 팬들이라면 반가워할 트렌드!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의 올 블랙 룩이 떠오르는 메탈릭 선글라스는 1990년대 후반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익숙하다. 얇은 테 안에 골드 혹은 실버 메탈이 빛나는 이 트렌드는 2025년, 다시 한번 런웨이를 점령했다. 토리 버치는 뉴욕 패션위크에서 업타운과 다운타운 무드를 절묘하게 믹스했고, 미우미우는 핑크 새틴 미니스커트와 매치해 일상의 쿨한 스타일 포인트가 됨을 증명했다.


이 메탈릭 선글라스는 패션뿐 아니라 기술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미러(mirror) 렌즈는 보는 이의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퓨처리스틱 이미지를 준다. 슈퍼카의 금속 광택을 연상시키는 반사 표면은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특히 태양빛이 강한 여름날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반짝이는 텍스처는 낮에도, 네온이 번지는 밤거리에서도 완벽하게 파워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60년대 샤론 테이트의 오버사이즈 룩
클로에의 2025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이 둥글고 커다란 프레임은 여배우 샤론 테이트의 유산에 대한 오마주다. 시에나 밀러부터 벨라 하디드까지, 이미 스트리트에서 쉽게 목격되고 있다. 샤론 테이트가 즐겨 착용한 선글라스는 오버사이즈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얼굴을 압도하는 거대한 프레임은 그녀의 작고 섬세한 이목구비와 대비되어 더욱 시크한 인상을 남겼고,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특히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형의 계곡(Valley of the Dolls)에서 착용한 크고 둥근 라운드 선글라스가 아이코닉 룩으로, 현재까지도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레퍼런스로 활용되고 있다.



샤론 테이트는 다양한 프레임 형태도 과감히 시도했다. 원형은 물론 사각형, 버터플라이 프레임 등 여러 실루엣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언제나 자신의 개성과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진 고급스러운 소재와 색감, 톨토이즈 쉘(tortoise shell) 패턴, 반투명 프레임, 그리고 브라운과 퍼플 컬러의 틴트 렌즈는 그녀의 룩을 한층 더 세련되게 완성했다. 샤론 테이트 아이코닉한 선글라스는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되기도 했다. 패션계는 그녀의 이름을 따 ‘Sharon Tate Shades’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고, 시에나 밀러, 헤일리 비버, 마고 로비 등 현대 아이콘들이 그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선글라스 브랜드에서는 샤론 테이트의 이름을 붙인 디자인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샤론 테이스트 쉐이드의 오버사이즈 프레임은 얼굴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고 자신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미니드레스, 벌룬 소매 블라우스, 헤어 밴드와 함께 매치하면 샤론 테이스트 스타일의 레트로 무드가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60년대 레트로 기하학의 귀환
다이아몬드, 사다리꼴, 육각형 등 과장된 기하학 프레임이 복귀했다. 프라다의 2025 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는 연보라빛의 아메시스트(amethyst) 컬러 렌즈와 실크 스카프를 함께 스타일링하며, 1960년대 레트로 감성에 미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로리 하비(Lori Harvey)가 2025년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에서 프라다(Prada)의 2025년 봄, 여름 컬렉션 선글라스를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이 선글라스는 1960년대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대담한 폴리곤 형태의 오버사이즈 아세테이트 프레임이 특징이다. 로리 하비는 흰색 탱크탑과 가죽 팬츠, 블랙 스니커즈와 매치하여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완성했다 .

모던 클래식 캣 아이 룩
이탈리아레이크 코모(Lake Como)의 햇살 아래, 마치 고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 샤넬의 2026 크루즈 컬렉션. 낭만적인 리조트 웨어 룩에서 유독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샤넬이 새롭게 재해석한 캣 아이 선글라스였다. 고양이의 눈처럼 날렵하게 치솟은 프레임은 고전적인 형태에 현대적인 조형미를 더하며, 샤넬만의 절제된 글래머를 완성했다. 프레임은 전통적인 블랙 아세테이트가 아닌 투명한 라벤더, 버터 베이지, 그리고 아이시 화이트 컬러로 구성됐으며, 디테일은 얇은 메탈 라인으로 정제되었다. 이 선글라스는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서, 마치 얼굴의 구조를 다시 디자인하는 조각처럼 작용한다.



렌즈 컬러 또한 인상적이다. 브라운과 그레이 사이를 부드럽게 가로지르는 틴트 렌즈는 지나치게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시선을 완성해준다. 샤넬의 캣 아이 선글라스는 가벼운 실크 트렌치코트, 시폰 드레스, 니트 수트와도 조화를 이루며, 지중해의 여름과 파리의 가을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감성을 제안한다. 마치 클래식한 시네마의 여주인공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무드이지만, 결코 레트로가 아닌 시대를 통합한 뉴 룩이다. 모델 마이키 매디슨(Mikey Madison)은 캣 아이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등장해 그 진가를 증명했다. 그녀의 하트형 얼굴을 타고 흐르는 듯한 프레임의 곡선은 섬세하면서도 인상 깊었고, 특히 파스텔 핑크 새틴 드레스와 함께 연출된 룩은 이번 시즌 가장 완벽한 ‘컨템포러리 페미닌’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
엘리트 시크의 라이브러리언 룩
미우미우를 통해 트렌드 사이클 중심에 올라선 ‘도서관 여신’ 스타일의 ‘라이브러리언 시크(Librarian Chic)’. 단정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위험한, 스마트하면서도 치명적인 파라독스를 담은 이 스타일은 블레이저, 셔츠, 플리츠 스커트가 매치되어 완성된다. 특히 선글라스가 라이브러리언 룩에 스타일 ‘킥’이 된다. 밝은 렌즈, 약간 기울어진 듯한 사각 실루엣의 웨이페어러(wayfarer) 프레임, 얇은 체인 목걸이와 함께하면 시크한 이 시대 버전의 문학 소녀 룩이 완성된다.


에비에이터의 진화
선글라스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에비에이터 프레임은 올해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라인으로 재탄생했다. 생로랑, 크리스토퍼 에스버, 톰 포드까지 다양한 브랜드에서 비행기 곡선을 닮은 실루엣을 선보이며 가죽 재킷, 스트레이트 핏 데님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에비에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중성적이고 시크한 분위기다.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며, 스타일링에 따라 밀리터리 무드부터 하이엔드 스트리트까지 폭넓은 변주가 가능하다. 특히 하늘색 셔츠, 드로 스트링 팬츠와 매치하면 간편하면서도 시크한 여름 데일리 룩이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