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아이린이 오월의 신부가 됐다. 패션 모델답게 파리에서 꾸뛰르 쇼를 펼쳐 화제가 된 한국인 꾸뛰리에 미스 소희(MISS SOHEE)의 드레스를 본식 드레스로 선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렇게 웨딩의 주인공은 눈부신 화이트 웨딩 드레스이다. 하지만, 진정한 패션 애호가들은 발끝에서 시작된 디테일 이야말로 스타일의 정수를 완성한다는 사실을 안다. 웨딩 슈즈도 웨딩 드레스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치가 있다.



드레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슈즈는 순간을 완성하는 디테일이다. 특히 유명 셀러브리티들은 미학과 기능, 전통과 파격 사이에서 셀럽 자신만의 스타일로 웨딩 슈즈를 선택해왔다. 로열 패밀리와 셀레브리티들의 웨딩 룩에서 그들의 웨딩 드레스만큼 플래시백 되는 유명한 웨딩 슈즈들이 있다.


그 유명한 전설적인 그레이스 켈리의 웨딩!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지금까지도 이야기되는 예식을 위해 디자이너 헬렌 로즈가 제작한 드레스를 입고, 데이비드 에빈스(David Evins)의 슈즈를 매치했다. 이 슈즈는 둥근 팁과 5cm 굽의 흰색 클래식 살롱 슈즈였다. 그레이스 켈리 웨딩 슈즈의 특별함은 그녀의 우아한 웨딩 드레스처럼 레이스 장식을 감싸는 레이스다. 윗부분에는 진주와 유리 구슬로 장식된 로제트가 달려 있다. 그레이스 켈리는 행운을 빌며 오른쪽 신발에 구리 동전을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그녀가 고대 아일랜드 믿음을 기리는 방식이었다. 그녀의 웨딩 슈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레이스 켈리만큼 전설이 된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웨딩 슈즈도 세기의 웨딩 슈즈로 기억되고 있다. 1981년 여름, 당시 스무 살이던 다이애나는 영국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다.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렸던 이날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동화처럼 황홀했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입은 웨딩드레스 역시 전설로 남았다. 세인트폴 대성당을 걸을 때 그녀가 선택한 것은 디자이너 데이비드와 엘리자베스 이매뉴얼(David and Elizabeth Emanuel)이 제작한 빅토리아풍 드레스였다. 그리고 이 찬란한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슈메이커 클라이브 실턴(Clive Shilton)이 6개월에 걸쳐 제작한 신발이었다.

다이애나의 큰 키를 고려해 굽은 낮게 설계되었고, 신발 전체에는 542개의 세퀸과 132개의 진주가 수놓아져 있었다. 상단에는 하트 모양 브로치로 포인트를 더했고,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밑창에는 스웨이드 소재가 덧대어졌다. 신발의 아치 부분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꽃무늬와 섬세한 장식이 더해져 있다.
다이애나의 웨딩을 추억하게 했던 2011년 케이트 미들턴과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은 웨딩 당일의 모든 것이 비밀에 싸여 있었고, 케이트가 신었던 웨딩 슈즈의 정체가 공개되기까지는 무려 4년이 걸렸다. 그녀의 웨딩 슈즈는 왕립 드레스 스쿨(Royal School of Dress)이 제작한 전통적인 아이보리 새틴 힐로, 섬세한 수작업 레이스 자수가 더해져 있었다. 웨딩 드레스를 디자인한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이 최종 디자인을 맡아 마무리했다. 웨딩드레스와 함께 이 슈즈는 결혼식 이후 버킹엄 궁전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우아하고 클래식한 웨딩 슈즈와 함께 패션 룰 브레이커들의 과감한 선택도 있었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존 레논과의 결혼식에서 오노 요코는 플랫 슈즈를 신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금도 신부가 플랫 슈즈를 신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노 요코는 순백의 수페르가(Superga) 스니커즈를 선택했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흰 양말과 미니스커트를 매치해 파격적인 웨딩 룩을 완성했다.

모델 헤일리 볼드윈은 캐나다 출신의 유명 가수 저스틴 비버와의 결혼식에서 클래식하면서도 트렌디한 웨딩 룩을 선보였다. 피로연에서는 어깨를 드러낸 아이보리 미니스커트를 입었고, 이 룩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디자인이었다. 여기에 맞춘 슈즈는 지미추의 커스텀 메이드 힐이었다. 웨딩 본식에서도 같은 신발을 착용한 헤일리는, 고전적인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발목 스트랩에 커다란 튤 리본이 두 개 장식된 독특한 슈즈를 선택해 시선을 끌었다.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 올리비아 팔레르모는 캐롤리나 헤레라 드레스에 마놀로 블라닉의 ‘코발트 블루’ 힐을 신어 당시 화제를 일으켰다. 바로,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 브래드쇼가 사랑했던 그 슈즈다. 화이트 드레스와 대조를 이루는 코발트 블루라니! 올리비아 팔레르모 다운 선택이다.

오늘날 신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웨딩 슈즈는 정말 다양하다. 패션계의 웨딩 슈즈에 대한 재정의는 전통적인 ‘신부의 미’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로 전화되어 왔다. 요즘 신부들은 단순히 드레스를 완성하는 도구로서의 슈즈를 고르지 않는다. 오히려 슈즈 자체가 룩의 서사를 주도하고, 웨딩 이후의 삶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패션 아이템이 된다. 웨딩 슈즈가 결혼식 당일뿐 아니라, 웨딩 이후의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첫 번째 신발이기도 하다.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을 추구한다면 지미 추, 마놀로 블라닉, 더 로우의 브라이덜 힐은 언제나 정답이다. 플랫폼 슈즈로 다른 웨딩 룩을 완성시키고 싶다면 생 로랑이 해답이 될 수도 있다. 높은 힐이 부담스럽다면 미우 미우의 키튼 힐이나, 메종 마르지엘라, 로에베 등의 새로운 실루엣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페라가모는 이번 시즌, 눈부신 웨딩 데이를 위해 하우스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은 ‘브라이덜 슈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순백의 우아함과 정제된 장인정신이 어우러진 이 컬렉션은, 시대를 초월한 아이코닉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웨딩 슈즈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플랫 발레리나부터 메리 제인 펌프스, 슬링백, 스틸레토 힐 샌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실루엣은 전통적인 웨딩룩은 물론이고, 미니 드레스나 팬츠 수트 같은 모던한 브라이덜 룩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미니 보우 라인은 페라가모 특유의 고전미와 현대적 감성을 유려하게 잇는다. 계란형 커팅의 네크라인과 날렵하게 길어진 라스트, 그리고 섬세한 스트랩 디테일은 착화감과 조형미를 모두 고려한 마무리다. 하우스의 상징적 오너먼트인 ‘바라(Vara)’ 리본은 이번 시즌 새로운 감도로 재해석되었다. 크리스털로 장식된 리본 버클은 스틸레토 힐에 장식되며, 신부의 한 걸음마다 우아한 포인트를 더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컬렉션이 신부뿐 아니라 신랑을 위한 셀렉션도 함께 구성했다는 것. 하우스의 정수라 불리는 ‘트라메짜(Tramezza)’ 라인의 대표적 디자인들을 중심으로, 레이스업 슈즈와 클래식 로퍼 등 절제된 아름다움과 품격 있는 착화감을 겸비한 슈즈들이 함께 제안되었다.
결혼식은 단 하루지만, 그날의 기억은 평생 간직된다. 발끝까지도 이 특별한 날을 추억하게 할 스타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결혼식이라는 무대에서 발끝까지 완벽한 패션 드라마를 연출해줄, 웨딩 드레스와 공동 주연으로서의 웨딩 슈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