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화·패션·문학·음악·스포츠 등 세계적인 예술가 협업
인트레치아토 50주년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
모든 순간이 예술·대화인 손의 제스처’
장인 정신, 상호작용, 협력, 교류, 계승 등 다양하게 확장

1960년대 이탈리아는 변혁과 진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폭풍의 눈’이었다. 파시즘이 사라진 자리엔 개인의 내면화에 접근하는 시도가 늘었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주춤했던 경제가 회복하면서 전 세계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1940~1950년대 ‘네오 리얼리즘’으로 전 세계 문화·예술을 뒤흔들었던 이탈리아로서는 다시 한번 ‘황금기’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돈이 몰릴수록 인간 본성에 대한 몰이해와 환멸도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1960)’는 그 신호다. 공허함을 채운다는 미몽에 절제를 모르고 파티와 향락에 취해 타락해가는 인간의 본성이 하나둘씩 얼굴을 드러낸다. ‘천사’처럼 보이는 수수하고 순수해 보이는 소녀의 모습은 구원의 상징이지만, 주인공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개인의 내면을 파고드는 예술적 시도 속에 인류애의 상실과 의사소통의 불가능에 대해 신랄하게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50주년 기념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 보테가 베네타는 오는 9월,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사진 및 영상 시리즈와 함께 책을 발간한다. 보테가 베네타의 언어, 수공예, 그리고 가치를 상징하는 50개의 제스처를 담은 ‘사전’의 형태로 출판될 예정이다./보테가 베네타>
그 시기 이탈리아 패션 상업의 중심지였던 베네토 지역에선 또 다른 혁명이 이뤄지고 있었다. 바로 개인성의 존중과 인류애의 급부상. 같은 이탈리아 내에서도 전혀 다른 현상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협업의 예술이다. 그것이 가장 처음 구현된 것이 1966년 탄생한 보테가 베네타였다. 베네토 지역의 작은 상점(보데가·bodega)들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자신들의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보테가 베네타 레오 롱고네 CEO는 과거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1966년은 미국에서 시작된 히피 운동, 학생들의 자유, 여성의 자유, 성의 자유를 위한 혁명의 운동보다 두 해 앞선 시기였습니다. 엄청난 지식이 오가고, 세상이 변화하는 변곡점의 순간이었죠. 그 당시 우리는 ‘함께라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고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깨달으면서도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개념을 잃지 않았습니다. 장인 정신을 발휘하면서도 창의성을 필두로, 이민자들도 포용하는 ‘요즘 시대의 창의적 다양성’이 이미 문화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죠.”
장인들의 협업은 곧 브랜드의 철학이 됐다. 나 자신, 즉 브랜드의 로고 같은 것을 강조하기 보다는 착용자를 중심에 두고 제품을 생산했다. 협력하되, 개성을 존중하는 철학은 ‘When your own initials are enough’(당신의 이니셜만으로도 충분할 때)라는 보테가 베네타의 슬로건으로 자리잡았다.




<영화감독 다리오 아르젠토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50주년 기념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에 나서 ‘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테가 베네타>
◇손의 제스처가 지닌 아름다움과 가치를 조명하다
작은 공방이 연결되고 ‘보테가 베네타’가 탄생하면서 또 다른 혁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인트레치아토였다. 보네가 베네타의 중심인 베네토 지역은 1960~1970년대 당시 기성복 생산을 전문으로 했던 곳. 작업장의 재봉틀은 가죽이 아닌 천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얇은 가죽이 아니고서는 재봉틀로 제품을 만들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 때 탄생한 것이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직조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직조라는 일반명사가 보테가 베네타의 대명사처럼 된 것은 이들이 가죽을 엮는 방식을 특화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해 냈기 때문. 1975년 처음 선보인 인트레치아토는 깊이 있는 장인의 지식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특별한 기법이다.
수 시간, 때로는 수일에 걸쳐 장인들의 인내와 기술을 완성하는데, 탄생부터가 창의와 혁신, 진화로 가득하다. 미학적 연구와 장인 정신을 조화롭게 구현한 인트레치아토는 구멍을 낸 가죽 베이스에 얇고 납작한 가죽 스트랩인 페투체(Fettuce)를 엮어 완성한 기법이다.
패턴은 베네토 지역의 뛰어난 가죽 공예 기술과 이탈리아의 가죽 직조 전통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죽 베이스 패널이나 나무 몰드를 따라 손으로 엮어 완성되는데,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기존의 수평적 패턴에서 벗어난 45도 기울어진 대각선 배열로 구현해, 보다 부드러운 실루엣과 함께 역동적인 미감을 갖춘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로고 없는 철학을 지켜온 보테가 베네타에게 이 시그니처 수공예의 탁월한 품질과 무한한 표현력은 하우스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가장 강력하게 드러내주는 무기인 셈이다.



이번에 선보인 인트레치아토 탄생 50주년을 기념한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는 보테가 베네타의 수공예와 창의성(Craft & Creativity)을 기념하는 동시에 보편적인 언어인 손의 제스처가 지닌 아름다움과 가치를 조명한다. 포토그래퍼 잭 데이비슨와 안무가 레니오 카클리가 함께한 이번 캠페인은 인트레치아토를 단순한 제작 방식만이 아니라, 하나의 은유적 상징으로 바라본다.
1966년 장인들의 결합으로 시작된 보테가 베네타의 창립 철학과 맞닿아 있는 인트레치아토는 가죽 스트랩을 정교하게 엮어내 탄생한 하우스의 시그니처 수공예 기법으로서, 상호 연결성, 교류, 협업의 정신을 상징한다. 이러한 정신을 반영한 Craft is our Language는 인트레치아토를 대변하는 손의 제스처와 세대, 문화, 배경과 상황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손짓을 함께 소개한다. 보테가 베네타 장인들과 전 세계 예술·영화·패션·문학·음악·스포츠 분야 등의 유명인사 30여명을 선별해 그들의 손짓과 그들이 손에 대해 생각하는 철학을 반영해 보편적인 언어화한다.
◇“모든 퍼포먼스는 대화...손은 위로를 건네는 또 다른 언어”

“모든 퍼포먼스는 대화(conversation)라고 생각해요. 제 손과, 몸, 또 팬분들과의 사이에서 사로를 연결하는 신호이자 곧 언어인 것이죠. 노래를 들을 때는 항상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껴요.”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앰버더서가 된 K팝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아이엔(I.N)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그의 감각적이면서도 독특한 미성(美聲)으로 말을 이었다.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적인 가죽 수공계 기법인 인트레치아토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의 대표 주자 중 하나로 선발된 아이엔(24·본명 양정인)은 앰버서더 답게 인트레치아토 재킷을 걸치고 등장했다.
그는 마치 무대 위에 나가기 전 몸을 풀 듯 양팔을 목 뒤로 넘기거나 한 팔을 쭉 펴고 다른 팔로 감싸는 등 스트레치를 하기도 했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손깍지를 끼어보이기도 했다. 손깍지는 인트레치아토의 또다른 상징이자 팬과 아티스트를 엮는 마음의 끈으로 보였다.
그룹 내 ‘막내온탑’이라 불리며 청아한 목소리로, 때로는 카리스마를 선사하며 애교와 성숙함을 교차해 보여주는 그의 무대 안팎 모습은 그와 대중, 전 세계 팬을 연결해주는 끈이나 다름 없다.
수줍은 듯 하지만 카메라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아이엔의 눈빛은 언제라도 팬들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각오로 느껴졌다. 그의 몸짓이 바뀔 때 마다 인트레치아토 재킷은 마치 부드러운 실크처럼 그의 근육 곡선을 따라 흐르듯 자연스레 움직임을 만들어갔다.
그의 취하는 모든 순간이 예술이자, 대화였다. 생각해보자. 글로벌 음악 차트를 휩쓰는 K팝 대표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은 우리의 언어를 알지 못해도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어느 덧 평생 그들 곁에 스테이(팬덤명)하게 만들어간다. 끝없는 열정을 쏟아내는 모습에 흥분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잘 하고 있다’거나 ‘청사진’이란 응원의 단어를 건네고, ‘내 손을 잡아 준 네가 고마워’라는 가사로 불러줄 땐 눈물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테이하게 한다.
그가 이번 캠페인 속 영상에서 양팔로 자신을 감싸안을 때는 모든 지치고 힘든 이를 안아 위로해주는 듯하다. 인트레치아토 재킷이 그토록 따뜻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한번 쯤은 자신을 안아주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스스로에게 축하를 보내고, 스스로에게 감사하라는 모든 해석이 짧은 행위에 담겨있는 듯 하다. 그 어떤 과한 행동이나 말도 필요 없다. 손짓의 힘은 이토록 강하다. 평소의 그가 반영됐기 때문일까. 상대가 힘들어할 때 그는 담담히 어깨에 손을 올리는 식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손을 통한 예술적 표현… 예술은 영혼이 머무는 집"

선천적 청각 장애인이자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영화 ‘코다’로 2022년 미 아카데미 영화제 남우 조연상 등 그해 주요 영화제 상을 휩쓴 트로이 코처는 수어(手語)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에술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어요. 손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며 이야기할 수 있죠. 세상과 함께 나누고,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공간, 그게 바로 예술입니다. 예술은 우리 영혼이 머무는 집이에요.”
손으로 목소리를 대신하는 코처의 이야기처럼 이번 캠페인은 언어를 초월해 소통하고, 공통된 제스처와 다양한 문화와 상황에서 소통과 창조의 수단으로 쓰이는 손의 역할을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 예술가(artist)와 장인(artisan)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 서구 개념과는 달리, Craft is our Language는 두 단어의 어원인 라틴어 ‘ars’가 ‘예술, 기술, 공예’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장인의 본질적인 유사성을 강조한다.
<배우 트로이 코처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50주년 기념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에 나서 ‘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테가 베네타>
“우리 영혼이 머무는 집”이라는 코처의 말대로 예술은 보이지 않는 안식처이자, 영혼의 안식을 주는 집은 기술과 공예로 완성되는 유기체적 물질이 되기도 한다. 언어의 유희는 또 이렇게 우리의 사고를 확장한다.
이번 캠페인에 등장한 브랜드 앰버서더이자 배우인 줄리안 무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계적인 배우 답게 카메라 앞에서 그녀의 포즈는 마치 연기 교과서 같다. “우리는 항상 보편적인 무언가를 찾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 몸을 뻗어 타인에게 다가가는 행위 자체가 정말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우리 몸의 감각은 경험과 기억을 온전히 간직합니다. 어떤 것을 만졌을때의 감촉과 그 느낌은 깊이 각인된다고 생각해요.”
<배우 줄리안 무어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50주년 기념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에 나서 ‘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베네타가 로고 없이도 아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는 일명 ‘알다시피(If You Know, You Know·IFYKYK)’의 대명사인 것처럼 뛰어난 연기자들은 등장만으로도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며 자신만의 시그니처 표정이나 제스처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감각이 경험과 기억의 집합체인 것처럼 장인들의 가죽을 다루는 감촉과 감각 역시 뼛속 깊이 각인되며 대를 이어 전수된다.
인트레치아토가 보테가 베네타 아틀리에에서 발전을 거듭하는 동시에,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유기적인 수공예인 것처럼 이 기술은 장인에게 전수돼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나, 형태와 색상, 크기, 구조, 그리고 태도에 따라 무한하게 새롭게 재해석될 수 있다. 줄리안 무어의 화면 장악력 역시 전 세계 어느 누군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전수되며, 이를 바탕으로 연기든 감독이든 또 현대미술가든 다른 창작물을 선사하는 이들로 재탄생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손짓으로 마음이 통할때, 그게 바로 천국 같은 순간”
미국의 래퍼이자 프로듀서, 패션 디자이너, 뮤직 비디오감독 등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로 잘 알려진, 타일러 오콘마의 말을 듣다 보면 저절로 그의 손가락을 따라하게 된다. 어느 덧 자세는 흥이 되고, 말은 랩이 된다. 제스처가 악기이자 언어이며 음악인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면 제 손이 저절로 코드나 멜로디를 따라가죠. 그 손으로 하는 작업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요. 그림을 그리든, 피아노를 치든, 길게 뻗은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그 형태, 그 모습 자체가 예술이 될 수도 있어요.”
<래퍼이자 프로듀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50주년 기념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에 나서 ‘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테가 베네타>
이들 외에 싱어송라이터 겸 레코드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 예술가 겸 조각가 바바라 체이스-리부드, 싱어송라이터 내네 체리, 영화감독 겸 레코드 프로듀서 데이브 프리, 배우 빅키 크리엡스·테런스 라우·미야자와 리에·서기, 가수 겸 배우 따능, 이탈리아 테니스 국가 대표 선수로 지난해 파리 올림픽 남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건 로렌초 무세티, 모델 못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이자 이탈리아 출신 스위스 지휘자로 최근 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열린 말러 페스티벌에 나서 말러 팬들을 열광시킨 지휘자 로렌초 비오티 등 예술, 영화, 패션, 문학, 음악, 스포츠 분야를 대표하는 뛰어난 전문가들이 함께 출연했다.
<배우 서기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50주년 기념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에 나서 ‘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테가 베네타>
또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보테가 베네타의 디자인 디렉터를 맡아 하우스 최초의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디자이너 에드워드 뷰캐넌, 또 인트레치아토 클러치를 착용한 모습으로 1980년 영화 ‘아메리칸 플레이보이(American Gigolo)’에 등장해, 보테가 베네타와 인트레치아토를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의 반열에 서게 하는데 큰 역할을 배우 로렌 허튼 역시 보테가 베네타의 역사적인 인물로 50주년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번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에 등장한 영국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이디 스미스는 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글 쓸 때 가장 아름다운 일은 손짓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에요. 독자들은 글을 읽으며 제스처를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거든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손으로 무언가를 하면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그 동작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게 되죠. 저에게는 그게 바로 천국 같은 순간입니다. 손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