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샤넬, 펜디의 상징을 파인 주얼리로 소장하는 것에 대해
입력 2025.05.19 08:00

패션 하우스의 상징을 파인 주얼리로 만나는 건,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다. 패션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도 가장 찬란하고 위대한 정점을 소장하는 것과 같다. 그 상징은 전설적인 아이콘이나 숫자, 또는 탄생 도시의 윤곽일 수도 있다.
에르메스의 파인 주얼리를 빛낸 전설은 ‘켈리(Kelly)’백이다. 더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켈리 백은 그레이스 켈리 왕비가 애정했던 실용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에르메스 장인정신의 정점이자 메종의 영원한 정신이다. 샤넬에게는 ‘넘버 5(No.5)’가 있다. 1921년 탄생한 전설적인 향수는 단지 향기의 구성을 넘어, 가브리엘 샤넬이 수학적 질서와 직관, 여성성의 본질을 하나의 숫자에 담아낸 기념비적인 상징 코드다. 그리고 펜디에게는 ‘로마(Roma)’가 있다. 브랜드가 태어난 도시이자, 건축과 예술, 유산과 혁신이 동시에 숨 쉬는 로마는 펜디 하우스의 영혼이자 아이덴티티다.
레전드 백을 주얼리로 소장하고 싶은 상상의 현실화. 에르메스의 켈리 백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켈리 모르포스(Kellymorphose)’ 컬렉션이 창조됐다. 실버 소재의 '삭 비주 켈리'.

그리고 이 세 메종은 놀라운 창의력으로, 각각의 상징을 파인 주얼리로 예술화 시켰다. 에르메스는 켈리 백의 구조를 해체해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재조립하고, 샤넬은 넘버 5의 기하학과 유연함을 곡선과 광채로 시각화 했다. 펜디는 로마의 대리석과 고대 유산을 주얼리의 실루엣에 녹여내며, 도시 전체를 몸 위에 얹는 특별한 감각을 발휘했다.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좋아한 행운의 숫자이자 아이코닉 향수 '넘버 5(No.5)'의 향수 방울을 오브제로 창조된 ‘샤넬 넘버5(Chanel N°5)' 파인 주얼리 컬렉션.

무엇보다 이 파인 주얼리 컬렉션들은 단지 메종의 정체성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지켜왔으며, 지금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예술적 표현이기도 하다.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꺼낸 상징들을 파인 주얼리로 재탄생시킨 살아있는 뮤지엄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귀 끝부터 목을 타고 팔목과 손가락을 휘감으며, 하우스의 살아 숨쉬는 아카이브로 빛나는 파인 주얼리를 통해, 패션 하우스의 전설적인 상징을 재발견해본다.
에르메스 켈리 백을 파인 주얼리로 소장한다는 것, 켈리 모르포스
레전드 백을 주얼리로 소장하고 싶은 상상의 현실화. 에르메스의 ‘켈리 모르포스(Kellymorphose)’ 컬렉션은 아이코닉한 켈리 백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시간과 구조, 상징을 하나의 예술 오브제로 재탄생시키며, 파인 주얼리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에르메스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가 이끄는 아뜰리에는 켈리를 단지 ‘가방’으로 보는 것이 아닌, 메종의 기억과 철학이 응축된 조형 언어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골드와 다이아몬드, 스피넬과 실버 위에 펼쳐진 에르메스의 새로운 빛의 마스터피스가 창조됐다.
총 74.32캐럿의 1,771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켈리 가브로쉬 네크리스'.

빛은 ‘켈리 모르포스’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새벽을 닮은 로즈 골드, 벨벳처럼 깊은 블랙 스피넬, 눈처럼 맑고 투명한 화이트 골드, 그리고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솔리드 실버까지, 각기 다른 재료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품은 듯한 감각의 크로스오버를 펼친다. 여기에 세팅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는 은은한 입체감을 부여하며, 어둠 속에서 잔잔히 퍼지는 빛의 결을 완성한다.
총 31.99캐럿의 275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로즈 골드 소재의 '켈리 바게트 트리플-로우 브레이슬릿'.

‘켈리 모르포스’는 착용하는 방식마저도 조형적으로 완성된다. 체인은 한 번 혹은 두 번 감아 착용하거나, 데콜테를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듯 연출할 수 있다. 혹은 등 뒤로 길게 떨어지는 체인과 다이아몬드 클래스프를 활용해 극적인 백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조와 움직임은 단지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착용자와 보석 사이의 ‘관계’를 형성한다.
총 3.19캐럿의 258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로즈 골드 소재의 '켈리 가브로쉬 더블 링'.

컬렉션의 중심에는 주얼리에 대한 피에르 아르디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주얼리는 고정된 장식이 아닌, 움직이고 흘러야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 철학은 컬렉션 전체의 디테일에서 엿볼 수 있다. 마치 언어처럼 자유롭게 풀려 있지만, 여전히 패드락이라는 규칙 안에서 존재하는 체인의 디테일이 그렇다. 켈리 모르포스는 이 모든 개념이 아름다움으로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총 65.61캐럿의 491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켈리 바게트 초커'.

독창적인 실루엣의 주얼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에르메스를 표현한다. 특히 프레시우(Précieux)는 켈리를 미니어처 형태로 변형한 펜던트로, 마치 루이스 캐럴의 판타지 동화처럼 비현실적인 비율을 통해 ‘축소된 상징’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켈리 가브로쉬(Kelly Gavroche) 더블 링은 손가락 위에 교차되는 두 개의 띠가 완벽한 균형감을 이루며, 착용하는 순간 개성과 구조미가 동시에 드러나는 현대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총 0.08캐럿의 6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클라스프가 돋보이는 로즈 골드 소재의 '켈리 구르메트 브레이슬릿'.

그리고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는 건 켈리 가브로쉬 목걸이다.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사이드 스트랩은 실크 스카프처럼 우아하게 목선을 따라 묶이며, 유려한 곡선과 리듬을 만들어낸다. 우아함과 대담함이 동시에 깃든 이 목걸이는 켈리백이 그러했듯, 기능과 편리마저 가장 우아한 궁극의 예술로 재창조해내는 에르메스만의 창의력과 장인 정신에 다시 갈채를 보내게 한다. 켈리 백의 심미학적 아름다움을 경외하는 이들이라면, ‘켈리 모르포스’가 지닌 미학과 소장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넘버5와 향수 한 방울, 샤넬 N°5컬렉션
잘 알려져 있듯, 샤넬에게 있어 넘버5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가브리엘 샤넬의 운명, 직관, 그리고 절제된 아름다움의 기호다. 2025년, 파트리스 르게로(Patrice Leguéreau)의 손을 거쳐 탄생한 ‘샤넬 넘버5(Chanel N°5)' 파인 주얼리 컬렉션은 하우스의 철학을 가장 우아하게 재현한 조형물이 된다. 샤넬 넘버5(N°5) 향수 100주년을 기념하며 탄생한 컬렉션 중 하나로,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숫자 5와 향수 한 방울을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형상화 했다.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베이지 골드, 화이트 골드로 완성된 이 컬렉션은 숫자 5의 기하학을 곡선과 각도로 풀어내며, 샤넬이 추구한 대칭과 유려함의 미학을 시각화 한다.
화이트 골드 소재의 이터널 N°5. 향수 한방울이 매달려 있고, 1932년부터 샤넬의 시그니처인 둥근 다이아몬드가 중앙에 세팅되어 눈부신 광채를 더한다.

GIA 인증 0.25캐럿 센터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샤넬 '이터널 N°5 링'.

대표 피스인 ‘이터널 넘버5(Eternal N°5)’ 네크리스는 빛의 리듬을 따라 흐르는 듯한 세팅이 특징이다. 숫자의 상단 곡선과 하단의 직선이 이어지는 듯한 실루엣은 오뜨 꾸뛰르와 파인 주얼리 사이의 조화를 이룬다. 이 컬렉션은 숫자라는 미니멀한 형태 안에 샤넬이 지켜온 역사와 여성성의 정수를 새긴, 극도로 절제된 우아함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최근 ‘2025 멧갈라’에서 두아 리파가 45,000개의 자수로 완성된 리틀 블랙 드레스 위로 매치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25 멧갈라’에서 두아 리파가 45,000개의 자수로 완성된 리틀 블랙 드레스 위로 '이터널 이터널 N°5' 주얼리를 걸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dualipa

샤넬 주얼리는 언제나 그렇듯,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독립성과 정체성을 입는 행위이며, ‘N°5’는 오늘날 여성을 둘러싼 모든 ‘균형’과 ‘직관’의 은유가 되어 다시금 몸 위에 안착한다.
메종이 태어난 로마에 대한 빛의 찬가, 펜디 하이 주얼리 라디치 로마네
펜디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라디치 로마네(Radici Romane)’는 메종이 태어난 도시, 로마에 대한 빛의 찬가와 같다. 메종의 100주년을 기념하며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Delfina Delettrez Fendi)는 로마의 대리석, 기둥, 조각, 자연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중력을 거스르는 구조와 비정형의 실루엣으로 새로운 조형 언어를 구현했다.
메종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펜디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라디치 로마네(Radici Romane)’. 로마의 대리석, 기둥, 조각, 자연의 곡선에서 영감을 두고 있다.

로마라는 도시가 가진 역사적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 도시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여성의 삶과 연결된 공간으로서의 의미까지 함께 품고 있다. 펜디는 도시의 이야기를 단 하이 주얼리로 디자인했고, 화려한 미니멀리즘과 중력을 거스르는 디자인, 비정형적인 주얼 톤과 정교한 장인정신으로 지상의 즐거움이 지닌 보편적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새로운 펜디 가보를 탄생시켰다.
펜디 자매 다섯 명에 대한 오마주로, 1974년 칼 라거펠트의 스케치에서 탄생한 링 세트 ‘Les Cinq Doigts d'une Main’.

특히 컬렉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Les Cinq Doigts d’une Main’은 펜디 자매 다섯 명에 대한 오마주로, 1974년 칼 라거펠트의 스케치에서 비롯된 링 세트다. 각 링은 여성성과 가족, 유산을 상징하며 브랜드의 정체성과 그 기원을 손끝 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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