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하우스의 새 앰버서더 켄드릭 라마, 힙합으로 다시 쓰는 럭셔리
입력 2025.04.29 14:08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영혼을 품고 태어나, 랩의 경계를 허물고, 시와 패션, 문화를 넘나드는 스타일 아이콘. 그가 샤넬의 새 앰버서더로 등장했다. 샤넬은 언제나 시간을 초월하는 우아함과 혁신을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이제, 그 오랜 유산에 켄드릭 라마라는 이름이 새롭게 새겨졌다. 최근 공개된 샤넬 아이웨어 캠페인 속, 마가렛 퀄리, 고마츠 나나, 루피타 뇽오와 함께한 켄드릭 라마의 존재는 압도적이었다. 절제된 포즈, 세심하게 선택된 스타일링, 깊이 있는 시선은 샤넬이 품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켄드릭 라마가 샤넬 하우스의 새로운 앰버서더로 발탁되며, 2025 봄, 여름 아이웨어 컬렉션 캠페인에 등장했다. 샤넬

샤넬의 시그니처 트위드 재킷과 체인 벨트를 그만의 방식으로 스타일링했다. 샤넬.

힙합의 시인이자 문학가, 음악과 문화의 아이콘
켄드릭 라마는 대중음악사에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겨왔다. 2017년 발매한 앨범 ‘DAMN.’으로 힙합 아티스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음악이 사회를 반영하는 서사의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했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그의 앨범이 현대 미국 사회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복합적 삶을 예리하게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켄드릭 라마는 밥 딜런과 같은 반열에 오르며, 음악과 문학,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되었다.
앨범 ‘GNX’ 커버. 시그니처 스타일인 베이직한 티셔츠, 데님, 가죽 재킷, 뉴에라의 LA 다저스 볼캡에 커스텀 빈티지 핀 벨트로 그만의 유니크함을 더했다. @pglang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켄드릭 라마는 패션에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기존의 힙합 스타일이 과장된 오버사이즈 실루엣, 로고 플레이, 과시적인 액세서리로 상징되었던 반면, 켄드릭 라마는 절제된 실루엣, 미니멀한 팔레트, 고급 소재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스타일 언어를 재창조해 왔다. 베이직한 화이트 티셔츠, 클래식 데님, 퀄리티 높은 후디와 테일러드 재킷을 에센셜로 패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생각을 표현했다. 기존 힙합 스타들처럼 겉모습으로 플렉스하는 것이 아닌, 스토리를 입는다는 새로운 힙합 스타일의 기준을 제시했다.
켄드릭 라마로 다시 써지는 힙합 스타일
2022년 슈퍼볼 하프타임 무대는 그의 패션 세계관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고인이 된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의 마지막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을 입었는데, 블랙 팬츠와 테일러드 재킷의 수트 룩으로 힙합의 전통적 코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세련된 실루엣으로 패션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25년 슈퍼볼에선 셀린느의 플레어 진을 입고 나와 전세계에 폭발적인 바이럴을 일으켰다. 벗겨질 듯 헐렁한 힙합 팬츠의 룰을 벗어나, 플레어 진을 통해 자유로움과 정교함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힙합 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슈퍼볼 이후, 플레어 진은 전 세계적인 검색량 급증과 판매량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며, 켄드릭 라마의 패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고인이 된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의 마지막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 수트를 입고 2022년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 올랐다. @nfl

2025년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룩. 데이브 프리와 함께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피쥐랭(Pg Lang)로고를 넣어 슈퍼볼을 위해 커스텀한 마틴 로즈(Martine Rose) 바시티 재킷에 셀린느 재킷, 나이키 에어 DT 맥스 96를 신었다. @jojoruski

켄드릭 라마의 스타일은 결코 표면적 화려함에 기대지 않는다. 패션은 그의 신념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하나의 매체가 된다. 협찬 없이 선택한 베이지색 워크웨어 재킷은 2018년 코첼라 이후 리테일 시장에서 빠르게 품절되었고, ‘Not Like Us’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윌리 차바리아 트랙 수트 역시 발매 즉시 매진되었다. 그렇게 그의 선택은 언제나 흐름을 주도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켄드릭 라마의 패션 철학은 ‘보여주기’가 아닌 ‘이야기하기’에 있다. 그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스타일로 풀어낸다. 매 무대, 매 순간마다 켄드릭 라마는 자신만의 신념을 입는다. 심플한 셔츠에 걸친 오버사이즈 재킷, 시간이 빚어낸 듯한 빈티지 데님, 조심스럽게 선택된 액세서리는 그의 신념과 삶의 궤적을 암시한다. 또한 전통적 남성성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스타일 감각을 제시하는 점에서 켄드릭 라마의 영향력은 뚜렷하다. 스카프, 주얼리, 부드러운 실루엣은 강인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담아내며, 현대 남성 패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플레어 진을 입고 선 슈퍼볼 무대 역시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절제와 내러티브를 통해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문화적 맥락을 읽어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옷에 담는 그만의 방식은 젠지(Gen Z) 세대에게 깊은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트렌드를 넘어서, 스타일이 사회와 문화를 해석하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낸 것이다.
샤넬과 켄드릭 라마가 새로 그려갈 럭셔리 코드
샤넬이 켄드릭 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샤넬은 단지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브랜드를 넘어, 시대 정신의 반영을 추구해왔다. 켄드릭 라마 역시 음악과 문화, 사회를 꿰뚫는 서사를 만들어가며 조용하지만 파워풀한 보이스의 볼륨을 높여왔다. 이번 샤넬 아이웨어 캠페인에서 샤넬의 시그니처 트위드 재킷을 입은 그는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겸비한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했다. 고전적 품격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지닌 그의 태도는 샤넬이 추구하는 이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볼 캡 위로 샤넬 로고 스카프를 두른 패션으로 주목 받았다. @jojoruski

켄드릭 라마는 2023 멧 갈라(Met Gala)에서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가 디자인한 가죽 재킷을 착용하며 샤넬과 첫 인연을 맺었다. 파리에서 열린 2023년 가을, 겨울 샤넬 오뜨 꾸뛰르 쇼에서도 인상적인 샤넬 룩을 남겼었다. 트위드 재킷, 진주 목걸이, 로고가 인쇄된 실크 스카프를 두른 캡을 착용하여 샤넬의 전통적인 여성복을 남성 패션으로 재해석해낸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다. 2024년 엔 그의 창작 파트너 데이브 프리(Dave Free)와 함께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피쥐랭(Pg Lang)를 통해, 샤넬의 2024년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쇼장의 세트를 디자인했을 뿐 아니라, 단편 영화 ‘더 버튼(The Button)’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마거릿 퀄리, 나오미 캠벨, 안나 무글라리스가 출연하였으며, 켄드릭 라마가 음악을 담당했다. ‘시간과 전승’이라는 주제를 통해, 샤넬의 유산과 현대성을 연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파리에서 열린 2023년 가을, 겨울 샤넬 오뜨 꾸뛰르 쇼에 참석한 켄드릭 라마. 샤넬의 전통적인 여성복을 남성 패션으로 재해석해낸 탁월한 감각을 선보였다. @jojoruski

샤넬과 켄드릭 라마의 만남은 패션이라는 장르를 넘어선다. 이는 문화, 사회,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품은 플랫폼을 확장시킨다. 시대를 초월하는 클래식과 진정성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켄드릭 라마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샤넬의 앰버서더가 되며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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