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스카프 위에 피어난 구찌의 시간, 아트 오브 실크(The Art of Silk)
입력 2025.04.28 14:07

Legendary Item ㉓ 구찌 실크 스카프
구찌(Gucci)의 아카이브를 열어보면, 시대를 초월한 아이코닉 아이템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버클 장식이 인상적인 홀스빗 로퍼, 그린-레드-그린의 웹 스트라이프를 두른 백, 인터로킹 G를 엮어낸 GG 모노그램 캔버스, 그리고 단번에 구찌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대담한 플로라 프린트까지. 하지만 그 눈부신 기록들 사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결코 빛이 바래지 않은 유산이 있다. 바로 구찌 실크 스카프다.
포토그래퍼 스티븐 마이젤과 배우 줄리아 가너를 통해 표현한 구찌 하우스의 유산을 담은 실크 스카프 캠페인.

1950년대부터 이어진 이 작은 사각형의 세계는, 구찌 하우스의 예술적 집념과 장인정신을 가장 우아하게 응축해온 또 하나의 역사다. 그리고 지금, 구찌는 ‘Keep It Gucci: The Art of Silk’ 캠페인과 함께 이 실크 스토리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1950년대부터 이어진 구찌 실크 스카프는 구찌 하우스의 예술적 집념과 장인정신을 가장 우아하게 응축해온 또 하나의 역사다.

그레이스 켈리와 구찌 플로라 스카프, 전설의 시작
구찌 실크 스카프의 진짜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시작되었다. 주인공은 모나코의 그레이스 공비, 헐리우드의 별이자, 한 시대를 정의한 우아함의 아이콘이었다.1966년, 그레이스 켈리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구찌 부티크를 방문했다. 그녀는 매장에서 쇼핑을 하던 중, 뭔가 특별한 선물을 원했다. 하지만 매장에 있던 것 중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당시 구찌를 이끌던 로돌포 구찌(Rodolfo Gucci)는 고민 끝에, 단 하나의 작품을 그녀만을 위해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플로라(Flora) 스카프다.
구찌 플로라 스카프 탄생의 영감을 준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

로돌포 구찌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당대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비토리오 아코르네로 데 테스타(Vittorio Accornero de Testa)에게 단 일주일 만에 특별한 디자인을 완성해줄 것을 의뢰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27종의 꽃과 열매, 나비와 곤충이 얽혀 있는 환상적인 정원의 풍경이 총 37가지의 색상으로 수놓아진 실크 스카프가 완성된 것이다.
구찌 실크 유산에서 빛나는 플로라 프린트가 돋보이며 볼륨감이 풍성한 실크 까레. 구찌.

구찌 실크 스카프와 함께 한 그레이스 켈리의 외손녀 샬롯 카시라기.

구찌 플로라 스카프는 단숨에 전설이 되었다. 그레이스 켈리는 이 사랑스러운 실크를 두르고, 우아함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그리고 이 한 장의 스카프는 구찌 실크 아카이브의 새로운 에라를 여는 시작이 되었다. 플로라 모티브는 곧 구찌 하우스의 상징이 되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되었다. 한 장의 실크가 품은 한 사람과 한 브랜드의 운명적 만남. 구찌 실크 스카프의 우아한 유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예술이 된 실크, 구찌 ’90 x 90 프로젝트'
이러한 유산을 바탕으로, 구찌는 2025년 ’90 x 90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실크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한국의 아티스트 서인지를 포함한 9인의 글로벌 아티스트들은 구찌의 다섯 가지 테마를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그들의 작품은 실크 스카프 위에서 순수미술, 팝 아트, 디지털 아트가 자유롭게 교차하며, 스카프 한 장이 하나의 캔버스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다.
서인지는 대담한 색채와 유머러스한 감성으로 애니멀리아를 새롭게 해석했고, 지오 파스토리는 단색 종이를 찢어 만든 강렬한 플로라 세계를 펼쳐 보였다. 조니 니쉬는 빛과 공간의 흐름을 담아내고, 월터 페트로네는 애니메이션적 서사를 실크에 입혔다. 90x90cm라는 한정된 캔버스 위에서 아티스트들은 자유롭게 구찌 유산을 재구성했다.
구찌 시간 속에 수놓아지다, 구찌의 실크 유산들
플로라(Flora)
플로라 모티브는 단지 한 장의 스카프에 머물지 않았다. 그레이스 켈리를 위해 탄생한 플로라는 곧 구찌 하우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꽃, 베리, 나비, 곤충이 정교하게 얽힌 이 자연의 서사는 1969년, 브랜드 최초의 실크 드레스 탄생으로 이어지며 실루엣 위에서도 피어났다. 이후 구찌의 여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시대의 감성과 기술을 반영해 플로라를 새롭게 재해석해왔지만, 그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영원하다’는 메시지. 그것이 플로라가 가진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구찌 '90 x 90 프로젝트'. 커리뉴와 협업으로 탄생한 구찌 플로라 테마 실크 스카프.

항해 모티브(Nautical Motifs)
바다로 시선을 돌려보자. 구찌가 항해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였다. ‘톨다 디 나베(Tolda di Nave)’라 불리는 항해 스카프는 당시 코모 지역의 실크 제조업체와 협력해 탄생했다. 이후 1960~70년대에 걸쳐, 로프, 앵커, 마리나 체인 같은 항해적 모티브가 구찌 실크 스카프를 수놓았다. 특히 1970년대 중반에 등장한 구찌 마리나 체인 모티브는 주얼리, 레디-투-웨어까지 확장되며 구찌만의 ‘세일러 시크’를 완성시켰다. 물결 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는 체인의 우아함은, 오늘날에도 구찌 주얼리와 액세서리 라인에 살아 숨 쉰다.
구찌 '90 x 90 프로젝트'. 지오 파스토리와 협업으로 탄생한 구찌 항해 테마 실크 스카프.

애니말리아 프린트(Animalia Prints)
1969년, 비토리오 아코르네로는 플로라에 이어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낸다. 바로 ‘애니말리아’ 프린트였다. 구찌 실크 스카프 위에는 사자, 새, 나비 같은 야생동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강인함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이 동물들은 1970~90년대까지 구찌 스카프, 타이, 레디-투-웨어에 광범위하게 퍼지며, 하우스의 또 다른 언어로 자리 잡았다.애니멀리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자연의 생명력과 구찌의 모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하나의 선언이었다.
구찌 '90 x 90 프로젝트'. 월터 페트로네와 협업으로 탄생한 구찌 애니멀리아 테마 실크 스카프.

구찌 '90 x 90 프로젝트'. 아티스트 서인지와 협업한 구찌 애니멀리아 실크 스카프.


구찌 '90 x 90 프로젝트'. 유 차이와 협업으로 탄생한 구찌 애니멀리아 테마 실크 스카프.

GG 모노그램(GG Monogram)
우아한 미니멀리즘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GG 모노그램이다. 1969년 탄생한 이 패턴은, 초기 디아만테 패턴을 발전시켜 인터로킹 G 로고를 다이아몬드 형태 안에 심플하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러기지 라인에 등장했지만, 곧 실크 스카프, 타이, 레디-투-웨어로 확장되며 구찌의 모던 럭셔리 감성을 대표하게 되었다. GG 모노그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고, 세대를 초월해 구찌 하우스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다.
구찌 '90 x 90 프로젝트'. 사라 레기사와 협업으로 탄생한 구찌 GG 모노그램 테마 실크 스카프.

승마 영감(Equestrian Influences)
구찌의 또 다른 뿌리는 승마다. 1950년대부터 구찌는 안장 버클에서 영감을 얻은 웹(Web) 스트라이프,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홀스빗(Horsebit) 디테일을 실크 스카프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징들은 단순한 패턴을 넘어, 하우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DNA로 자리잡았다. 특히 1980년대, 구찌는 로마 피아차 디 시에나(Piazza di Siena) 승마대회를 공식 후원하며, 승마 스포츠와의 깊은 유대를 강화했다. 매년 제작된 한정판 승마 테마 스카프는 오늘날까지도 경매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컬렉터스 아이템이다.
구찌 '90 x 90 프로젝트'. 에버렛 글렌과 협업으로 탄생한 구찌 승마 테마 실크 스카프.

구찌, 실크를 넘어 예술로
이번 ‘Keep It Gucci: The Art of Silk’ 캠페인은 포토그래퍼 스티븐 마이젤(Steven Meisel)과 배우 줄리아 가너(Julia Garner)가 빚어낸 환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실크가 어떻게 삶의 한 조각이 되고, 하나의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야경 속에서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장면들 위로 흐르는 실크 스카프는,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자아와 스타일의 확장이 된다. 그리고 출판사 애슐린(Assouline)과 함께 출간된 아트 북 『Gucci: The Art of Silk』는,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구찌 실크의 찬란한 여정을 기록하며 하우스의 미적 혁신을 영원히 각인시킨다.
이번 ‘Keep It Gucci: The Art of Silk’ 캠페인은 구찌 하우스 역사에서 실크 스카프가 지닌 의미를 현대적으로 조명한다.

영원히 흐르는 실크처럼
구찌의 실크 스카프는 아름다운 패션 아이템인 동시에 시간과 예술, 우아함과 반항, 전통과 혁신을 품은 살아있는 구찌 하우스의 유산이다. 그레이스 켈리의 목을 감싸던 그날부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곁까지 구찌 실크는 언제나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Keep It Gucci! 구찌 실크 스카프가 전하는 가장 세련된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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