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서울은 꽃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직조한 디올의 거대한 정원이 되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위로 몽환적인 디올 꾸뛰르 드레스의 이미지가 드리워지고, 아트홀 1관은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이 꿈꾸었던 모든 가능성과 꿈의 세계로 변모했다. 4월 19일부터 7월 13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 전시회는 75여 년 디올의 찬연한 아카이브 속으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시간 여행으로 향하는 입구는 1946년 12월,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처음 세워진 디올 부티크의 문에서 시작된다. 문을 들어서면 1947년 자신의 부티크에서 패션계에 혁명을 일으킨 오뜨 꾸뛰르가 탄생되던 그 역사적 순간으로 우리를 이동시킨다. 크리스챤 디올이 창작에 몰두하는 모습과 다양한 스케치 등이 프린트된 커트월을 따라 들어가면, 곧 그 유명한 레전드 ‘뉴 룩(New Look)’이 등장한다. ‘뉴 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침체되어 있던 시대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회복하고자 한 디올의 의지에서 탄생됐다. 허리선을 강조한 재킷과 발목이 드러나는 풍성한 스커트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실루엣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것이었으며, 이는 여성의 실루엣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새로운 스타일에 감탄한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카멜 스노우가 ‘정말 새로운 룩이군요!(It’s such a New Look!)’라는 찬사를 보냈고, 이 말이 곧 ‘뉴 룩’으로 명명됐다.

그렇게 7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디올은 여성들의 꿈을 직조해왔다. 예술과 장인정신, 여성성에 대한 경외, 그리고 한 사람의 상상력이 어떻게 전 세대를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증명이다. 이번 서울 전시는 바로 그 연대기를 시공간적으로 풀어낸,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의 꿈에 대한 서사이다. 디올이라는 이름 아래 태어난 수많은 창조물들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또 다른 꿈의 출발점이 되어 준다.
디올 전시 프리 오프닝, 셀럽들과 함께한 빛의 오프닝전시
개막 하루 전인 4월 18일 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눈부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이번 프리 오프닝은 단순한 미리보기 이벤트가 아닌, 디올 하우스의 유산과 동시대 감각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디올 글로벌 앰버서더 지수를 비롯해 한소희, 김연아, 민규, 남주혁, 그리고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로몬 등이 참석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한국 아티스트 김현주,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수 써니 박(Soo Sunny Park), 한국계 캐나다인 아티스트 제이디 차(Zadie Xa)가 함께 하며, 디올의 유산이 단지 프랑스적 정체성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이라는 정서와 감각의 토양 위에서 어떻게 새롭게 피어나는지를 보여주었다.






시간의 레이어들로 짜인 전시
파리 장식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 상하이, 청두, 뉴욕, 도쿄, 리야드에 이은 이번 서울 전시의 각 공간은 시간의 층을 따라 구성되어 있다. 플로렌스 뮐러((Florence Müller)의 큐레이션으로 구성됐으며, 글로벌 건축 기업 OMA의 파트너 시게마츠 쇼하이(Shohei Shigematsu)가 구상한 몰입감 넘치는 공간을 배경으로 75년 이상 창조적인 활기로 가득했던 디올 하우스의 역사를 기념한다. 패션사에 전환을 일으킨 ‘뉴 룩’의 탄생에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실루엣, 컬러를 테마로 한 룩, 디올 뮤즈들의 드레스, 그리고 오뜨 꾸뛰르의 극치까지, 디올이라는 정신을 걷고, 숨쉬고, 공유하게 된다.
이브 생 로랑, 마크 보앙, 지안 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로 이어져온 디자인의 여정, 꽃과 정원을 향한 크리스챤 디올의 열정, 거울의 착시가 판타지 세계로 안내한 듯한 화이트 룸, 액자에 프레임시킨 듯한 찬란한 컬러 룸,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촘촘히 각각의 별빛을 발산하던 디올 백까지, 꿈만 같은 디올의 무한한 세계관이 펼쳐진다. 동시에 디올의 아름다움을 향기로 옮겨온 디올 향수의 세계도 만나게 된다. 디올의 정신을 담은 매혹적인 향수 보틀, 초상화와 향수를 둘러싼 유산들, 디올 하우스의 대표적인 향수 쟈도르를 위해 가수 리한나와 미스 디올을 위해 나탈리 포트먼이 입었던 드레스들까지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서울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아티스트 김현주와 작업한 ‘가든’이라 할 수 있다. 한지로 일일이 작업한 꽃으로 채워진 새하얀 정원 안에 디올의 드레스들이 꽃처럼 피워져 있다. 동시에 수 써니 박 작가가 작업한 피날레 공간도 환상적이다. 천장에는 별자리가 흐르고, 그 아래엔 눈부신 무도회 드레스들이 별처럼 서 있다. 디올 무도회 드레스 하나하나는 시대를 통과한 예술 작품이자, 그 시대의 여성들이 간직한 서사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서울 전시만의 특별한 점은 최초로 마련된 레이디 디올(Lady Dior) 전시 공간이다. ‘디올 레이디 아트(Dior Lady Art)’ 프로젝트의 9점 작품과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Lady Dior As Seen By)’ 컨셉의 17점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나의 꿈은 여성을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는 ‘나의 꿈은 여성을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크리스챤 디올의 유명한 말을 조용히 되새기게 하는 전시다. 꽃과 정원, 그리고 여성에 대한 디올의 애정은 전시의 모든 공간에서 깊이 호흡 되며, 그의 디자인이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이 아닌, 여성을 향한 존중과 진심에서 비롯된 창조임을 느끼게 한다. 여성의 패션은 얼마나 정교한 예술인가, 그리고 여성은 또한 얼마나 찬란한 창조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