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시대를 향한 패션계의 노스탤지어가 계속되고 있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대담함과 미래적인 감성이 2025년 패션 스트리트를 여전히 물들이며, 이번 봄 틴티드 선글라스(tinted sunglasses)에 대한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미러볼처럼 반짝이던 Y2K 시대 클럽 키즈의 미학, 초점이 흐릿한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서나 보이던 파스텔빛 렌즈가 몇 년 전부터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룩에 등장했고, 2025년 봄에 드디어 선글라스 트렌드의 중심이 되었다. 블랙핑크 제니와 리사, 벨라 하디드, 두아 리파 등 트렌드 세터들이 즐겨 착용하는 옅은 색감의 틴티드 렌즈는, 과거의 향수를 오늘날의 감도로 재해석한 대표적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틴티드 선글라스의 매력은 Y2K 감성 연출의 키 아이템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특히 의상과 슈즈로 Y2K 룩을 연출하기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다. 평소 즐기는 클래식 룩이나 기본적인 데일리 룩에 Y2K 감각의 틴티드 선글라스만 걸쳐주면, 오리지널 Y2K 패션의 과장됨 없이 2025년 버전의 세련된 Y2K 룩을 완성시켜준다. 틴티드 선글라스는 2025년 현재, Y2K 감성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틴티드 선글라스가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른 Y2K 시대의 틴티드 렌즈는 밝고 투명한 파스텔톤이 주를 이뤘다. 핑크, 옐로, 라벤더 같은 컬러가 대표적이었으며, 그 자체로 ‘쿨함’의 상징이었다. 프레임 역시 하트 모양이나 타원형, 날렵한 캣아이 디자인처럼 과감하고 개성 있는 형태가 주를 이뤘고, 실버나 메탈릭 소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스타일은 언제나 크롭탑, 로우라이즈 진, 반짝이는 스트레치 탱크톱과 어우러졌으며, 기능성보다는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이 우선이었다.
2025년 봄의 틴티드 선글라스는 감각적 절제와 실용성의 필터링을 입고 진화했다. 전체적인 색조가 한층 차분해졌으며, 올리브 그린, 버터 옐로, 그레이 블루처럼 미디엄 톤의 뉴트럴 컬러가 대세다. 프레임 디자인 역시 얇고 직선적인 형태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크롬 메탈부터 투명하거나 매트 질감의 컬러 프레임이 유행하고 있다. 스타일링 또한 과거의 과장된 실루엣에서 벗어나, 미니멀한 수트, 뉴트럴 계열의 플로럴 드레스, 혹은 심플한 데님 셔츠와 매치되고 있다.

틴티드 선글라스를 이번 봄 위시 리스트에 올리게 한 셀럽은 제니라 할 수 있다. 제니가 착용하므로 한동안 촌스럽게 여겨져왔던 블루 렌즈의 작은 틴티드 선글라스가 핫 패션 아이템으로 반전됐다. 첫 정규 솔로 앨범 ‘루비’ 발표 후 전세계 콘서트 투어를 하는 동안 제니는 계속 틴티드 선글라스와 함께 했다. 프레임이 없는 무테에 미니 샤넬 로고가 눈에 띄는 블루 렌즈 선글라스다. 아쉽게 동일 모델은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다.

베이비몬스터의 파리타는 블랙 프레임의 오렌지 컬러 렌즈의 틴티드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틴티드 선글라스는 프레임이 없는 무테 스타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블랙과 브라운 등 다양한 프레임의 틴티드 선글라스가 사랑받고 있다.

토르토이즈쉘(Tortoiseshell)이라 불리는 클래식 프레임도 돌아왔다. 고유의 브라운과 앰버 컬러가 혼합된 패턴이 특징이다. 토르토이즈쉘 프레임의 기원은 1920~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실제 거북이 등껍질을 가공해 안경테로 사용하던 시대였고, 그 자연스러운 무늬는 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상징적 요소였다. 이후 환경 보호와 윤리적 소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아세테이트 소재로 대체된 인공 토르토이즈쉘 이 주로 사용된다.

1980~90년대에는 클래식 프레피 룩의 필수 아이템으로, 2000년대 초반에는 주로 광택 있는 블랙 프레임에 밀려 조용히 뒤로 물러났지만, 틴티드 렌즈의 부활과 함께 다시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25년의 토르토이즈쉘 선글라스는 연한 옐로, 오렌지, 라벤더와 같은 컬러 렌즈 색상과 만나면 레트로와 모던함을 동시에 아우르는 룩을 완성해준다. 특히 봄과 가을 시즌 룩에 어울리는 프레임이다. 틴티드 선글라스를 좀더 클래식하게 즐기고 싶다면, 토르토이즈쉘이 근사한 초이스가 되어줄 것이다.


메탈 프레임은 반대로 차가운 미니멀리즘의 정수다. 얇은 실루엣과 직선형 구조는 얼굴선을 날렵하게 만들어주며, 젠더 뉴트럴 룩이나 테일러링 중심의 오피스룩, 혹은 시티 시크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실버 또는 골드 컬러가 주로 쓰이며, 과거 Y2K 시절의 캣아이 스타일도 이 프레임을 기반으로 했다.



투명 아세테이트 프레임은 2020년대 미학의 상징이다. 프레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 듯한 디자인은 ‘렌즈만 남은’ 듯한 공기감 있는 룩을 연출하며, 미니멀하지만 존재감 있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스포티한 액티브웨어, 테크웨어, 또는 하이브리드 캐주얼에 자연스럽게 조화된다.
컬러 프레임은 틴티드 렌즈와 함께 Y2K 감성을 직설적으로 연출하는 패션 아이템이 된다. 핑크, 퍼플, 민트, 블루 등 과감한 색상의 프레임은 스트리트 웨어나 클럽 키즈 스타일에 어울리며, 톡톡 튀는 개성과 순간적인 시선을 사로잡는 데 강하다. 리사와 두아 리파가 종종 이 스타일을 선택해 페스티벌과 무대에서 활약했다.



틴티드 선글라스를 스타일링할 때 가장 세련된 방식 중 하나는 톤온톤 매치다. 같은 계열의 의상과 렌즈 색상을 조화롭게 연결하면 룩 전체에 통일감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여유로운 무드가 연출된다. 예를 들어, 연한 블루 니트에 그레이 블루 렌즈 선글라스를 더하면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의 흐름이 얼굴에 스며들어 시선을 끈다. 의상에 패턴이 있다면 틴티드 렌즈는 그 복잡한 무드를 정돈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플로럴 드레스나 체크 패턴처럼 프린트가 강조된 스타일에 틴티드 선글라스를 매치하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절제된 방향으로 끌어준다.


또한 틴티드 선글라스의 매력은 야외 전용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낮은 채도의 렌즈는 실내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음악 페스티벌, 북토크, 아트 전시처럼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장소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틴티드 선글라스는 Y2K 시대가 남긴 과감한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인 동시에 2025년의 세련된 감성으로 다시 재해석된 패션을 완성시키는 콜라주다. 자신의 스타일에 컬러를 입히고 싶다면? 이번 봄, 당신의 눈 위에 틴티드 선글라스로 한 겹의 투명한 컬러를 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