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진화, 밀레니엄 시대 ‘잇백’의 귀환 펜디 맘마백
입력 2025.03.28 08:00

Legendary Item ㉒ 펜디 맘마백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을 잃지 않은 클래식! 90년대 후반에서 2천년 초 밀레니엄 시대 패션 스트리트를 점령했던 잇 백(It bag), 펜디 ‘맘마백(Mamma Bag)’이 25년 만에 돌아왔다. 2025년 에디션 ‘맘마백’은 과거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말하는 오브제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점령했던 잇 백, 바게트백의 큰 사이즈 버전인 '맘마백(Mamma bag)'이 25년만에 돌아왔다. 펜디.

가방이 아니라, 바게트! 잇 백의 시작
시대를 정의하는 백이 있다. 패션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잇 백 펜디 ‘바게트백(Baguette Bag)’이 바로 그런 백이다. 한낮의 뉴욕 뒷골목. 방향을 읽은 캐리 브래드쇼가 지나가던 남자에게 길을 묻는다. 다가오던 남자는 갑자기 총구를 겨누며 ‘가방 내놔’라며 협박한다. 캐리는 절규하듯 말한다. ‘이건 가방이 아니라, 바게트에요!(It’s not a bag, it’s a Baguette!)’ HBO TV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이 유명한 장면과 함께, 펜디 ‘바게트백’은 잇 백의 시대를 열었다. 웨이팅 리스트, 리셀, 오픈 런을 일으킨, 그 시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잇 백이 패션사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가방을 내놓으라는 강도에게 주인공 캐리는 ‘이건 가방이 아니라, 바게트에요!(It’s not a bag, it’s a Baguette!)’라고 외친다. HBO TV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이 유명한 장면과 함께, 펜디 ‘바게트백’은 잇 백의 시대를 열었다. '섹스 앤 더 시티' 스틸 컷.

바게트 백은 1997년 액세서리 아티스틱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디자인한 가방이다. 짧은 가죽 스트랩의 백을 착용한 모습이 프랑스인들이 바게트 빵을 팔에 끼고 다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세계에 극성 팬을 탄생시킨 바게트백은 소재, 컬러, 장식 등 모든 종류의 대담한 시도를 통해 10여 년 동아 1,000개가 넘는 버전으로 제작됐다. 바게트백은 90년대 미니멀리즘을 역행하는 디자인이었다. 또한 당시 유행했던 커다란 토트백에 대조됐다. 그러나 화려하면서도 위트 넘치고, 한없이 예술적인 바게트백은 여성들에게 백을 선택하는 기쁨을 선사했다.
바게트백의 엄마, 맘마백
‘맘마백’은 바게트 스타일의 엄마로 불리며, 1990년대 후반 원래 바게트백보다 더 큰 사이즈의 숄더 백으로 출시됐다. 펜디의 창립자 아델 카사그란데 펜디 (Adele Casagrande Fendi)을 기리며, 액세서리 아티스틱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 (Silvia Venturini Fendi)가 디자인 했다. 직사각형 모양, 플랩 클로저, 숄더 착용 방식, FF 로고 버클 등 바게트 백의 스타일과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더욱 넉넉한 수납 공간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맘마백’은 오리지널 바게트백과 함께 잇 백 시대의 스타로 패션 스트리트를 점령하며 눈부신 전성기를 누렸다.
TV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핑크 세퀸 맘마백을 들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 스틸 컷.

2025 맘마백의 귀환
펜디는 2025년 봄, 여름 컬렉션 런웨이를 통해 ‘맘마백’의 귀환을 알렸다. 2025년 에디션 ‘맘마백’은 기존의 유려한 곡선 실루엣과 접이식 플랩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구조적이고 세련된 실루엣으로 재탄생됐다. 예전의 부드럽고 편안한 형태는 조금 더 정제된 테일러링 감각으로 다듬어져, 고전적인 우아함과 모던한 미니멀리즘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과시보다는 속삭이는 듯한 세련됨. 바로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는 지금의 세대가 원하는 무드다. 또한 소재가 고급스럽고 아름답다.
2025년 에디션 ‘맘마백’. 기존의 유려한 곡선 실루엣과 접이식 플랩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이고 세련된 실루엣으로 재탄생됐다. 양 옆에 드로우스트링 디테일이 새롭게 추가 됐다. 펜디.

새로운 맘마백은 고전적인 우아함과 모던한 미니멀리즘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펜디.

세계적인 패션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한 펜디 2025 봄, 여름 캠페인 속의 맘마백은 여러 시대, 분위기, 기법이 뒤섞인 작품이다 . 펜디가 설립된 해인 1925년의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 컬렉션은 아르 데코에서 얻은 영감, 메종의 기성복과 꾸뛰르 전통, 수작업과 기계 제작, 이브닝과 데이웨어를 하나로 모아 일상을 격상하고 기념한다.
디테일 하나하나 깊이 있는, 새로운 클래식의 정의
새로운 맘마백은 펜디가 추구해온 클래식 미학을 새롭게 정의해준다. 윤기 흐르는 보들보들한 나파 가죽, 환경을 고려한 스웨이드 안감, 무광 샴페인 골드 또는 브러시드 팔라듐 마감의 하드웨어까지, 디테일 하나하나가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특히 드로우스트링 클로저의 새로운 디테일이 돋보인다. 자연스러운 주름의 셔링을 만들며 양 옆으로 떨어지는 스트링이 백 전체 실루엣에 모던 시크를 더해준다. 시그니처 FF 로고 버클은 펜디의 가죽 유산에 경의를 표하며, 섬세한 인레이 방식을 활용해 가죽으로 장식됐다.
윤기 흐르는 나파 가죽, 환경을 고려한 스웨이드 안감, 무광 샴페인 골드 또는 브러시드 팔라듐 마감의 하드웨어까지, 디테일 하나하나에 장인의 터치가 들어갔다. 펜디.

FF 로고 버클은 펜디의 가죽 유산에 경의를 표하며, 가죽으로 장식됐다. 펜디.

이번 리뉴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내부 구조다. 겉으로는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지만, 안쪽엔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기능이 숨어 있다. 형태를 해치지 않고도 실용성을 챙긴 똑똑한 설계다. 라지, 미디엄, 스몰의 총 세가지 사이즈로 만날 수 있으면, 스몰 사이즈는 길이 조절이 가능한 가죽 스트랩을 활용해 크로스바디백으로 연출할 수 있다. 패션쇼에서 모델들은 클러치처럼 연출해 들기도 했다. 컬러 팔레트는 도브, 블랙, 화이트, 페일 핑크, 세이지 그린, 말차 그린 등 유행을 타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에 어울리는 모던 클래식으로 구성됐다.
펜디 맘마백 스몰-블랙. 펜디.

펜디 맘마백 미디엄-도브 그레이. 펜디.


펜디 맘마백 스몰-베이지 스웨이드 엠브로이더리. 펜디.

새로운 맘마백을 위해, 펜디는 영국 4인조 걸그룹 리틀 믹스(Little Mix) 출신의 싱어롱라이터 제이드 설월(Jade Thirlwall)과 함께 한 광고 캠페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제이드의 신곡 독점 선공개와 함께 공개된 캠페인은 제이드가 맘마백과 함께 하는 하루를 보여준다. 출근, 무대 뒤 백스테이지, 무대 공연까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맘마백은 제이드와 동행한다. 맘마백과 함께 하는 제이드의 일상을 통해, 오늘날 여성들이 어떻게 맘마백을 활용할 수 있는지 스타일링 레슨을 받게 된다. 펜디 아카이브에서도 빛나는 클래식한 우아함에, 그 날의 상황과 아웃핏(outfit)에 따라 각기 다른 실루엣과 매력을 발산하는 맘마백의 모던 미학과 실용성을 발견할 수 있다.
영국 4인조 걸그룹 리틀 믹스(Little Mix) 출신의 싱어롱라이터 제이드 설월(Jade Thirlwall)과 함께 한 광고 캠페인. 펜디.

맘마백은 이미 펜디 하우스 앰버서더 송혜교의 일상 룩으로 폭발적인 바이럴을 일으키고 있다. 맘마백을 크로스바디백으로 연출한 송혜교의 공항 룩과 트래블 룩은 맘마백이 편안한 캐주얼 룩에도 멋지게 조화됨을 증명한다. 동시에 클러치로 연출하면 한없이 우아한 이브닝 백으로 변화된다.
펜디 하우스 글로벌 앰버서더 송혜교. 크로스바디백으로 캐주얼하게 스타일링 했다. @kyo1122

2025 펜디 가을, 겨울 패션쇼의 송혜교. 맘마백은 클러치처럼 연출해 들면, 이브닝 백으로도 근사하다. 펜디.

지속 가능성과 의미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Z세대가 럭셔리의 기준을 재정의하는 지금, 맘마백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좋은 디자인은 결국 살아남으며 아름다움도 스타일도 돌고 도는 것이지만, 더 아름답게 진화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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