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패션 트렌드 총집합! 파리 패션 위크 돌아보기
  • 더부티크팀
입력 2025.03.21 09:46

3월 4주 차

2025 F/W 파리 패션 위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시즌 런웨이는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을 더욱 또렷이 보여주는 무대였는데요. 하우스들은 클래식한 감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거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변화와 전통이 공존하는 흐름 속에서 각 브랜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패션이 가진 힘을 강조했는데요. 시대와 정체성을 넘나든 디올, 구조적인 테일러링이 돋보였던 지방시, 기차역을 주제로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던 루이비통 등. 이번 패션 위크에서 가장 주목받은 명품 브랜드들의 컬렉션을 낱낱이 살펴보겠습니다. 한편 ,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다시 떠오르는 이론이 있는데요. 바로 “립스틱 효과”입니다. 립스틱 효과는 경제적 불황기에 나타나는 특이한 소비 패턴 중 하나로, 소비자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사치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인데요. 최근 지속적인 고물가와 경기불황으로 ‘작은 사치품’인 립스틱의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3월 4주 차 산업 레터에서는 돌아온 립스틱 효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디올
출처: 디올 공식 홈페이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이번 시즌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에서 영감을 받아, 시대와 성별의 경계를 허문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레이스가 덮인 바 재킷, 프릴 블라우스, 네크 러프, 테일 코트 등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정체성을 표현했죠. 지안프랑코 페레를 떠올리게 하는 화이트 셔츠, 존 갈리아노의 감각이 스며든 새들 백 등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디테일도 돋보였는데요. 쇼장은 선사시대를 연상케 하는 새, 소행성, 빙산 등의 초월적인 요소들로 런웨이를 꾸몄습니다. 역사, 문학, 그리고 여성성과 패션의 관계를 디올의 DNA로 풀어낸 키우리의 이번 컬렉션. 어쩌면 디올 브랜드의 철학을 더욱 깊이 있게 확장시킨 것 같네요.

#지방시
출처: 지방시 공식 홈페이지

사라 버튼이 이끄는 첫 지방시 컬렉션은 브랜드의 테일러링 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버튼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현대 여성의 강인함과 감성, 그리고 우아함을 동시에 담아내고자 했는데요. 과장된 어깨와 잘록한 허리 라인의 재킷, 네크라인에 주름을 더한 드레스, 치솟은 라펠이 돋보이는 코트 드레스 등의 정교한 패턴 재단이 돋보였으며, 레몬빛 튤 드레스, 트라페즈 실루엣, 비대칭 밑단 등 지방시의 우아한 정체성을 강조하는 디테일이 곳곳에 담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에르메스
출처: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에르메스는 ‘레더 댄디’를 테마로, 실용성과 세련미를 모두 갖춘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나데주 바니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자기주장과 힘, 그리고 세련된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는데요. 라이딩 부츠와 하이힐 브로그를 매치한 룩들은 전통적인 부르주아 감성과 거리를 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줬습니다. 퀼팅이 들어간 바이커 재킷과 하이웨이스트 가죽 팬츠, 그리고 광택이 도는 가죽 벨트에는 구조적인 실루엣이 두드러졌는데요. 이러한 컬렉션들은 미묘한 섹슈얼리티를 더하면서도, 미니멀한 디자인 덕분에 균형감이 유지됐습니다.

#발렌티노
출처: 발렌티노 공식 홈페이지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번 시즌 컬렉션을 ‘디스토피아적이고 불안한 린치적 공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붉은 조명이 드리운 공중화장실, 거울을 응시하거나 문 뒤에 서 있는 모델들의 연출은 초현실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데요. 하지만 시각적 강렬함 속에서도 컬렉션은 현실과 긴밀히 맞닿아 있습니다. 루즈한 트위드 팬츠, 브이넥 스웨터, 인조 모피 재킷 등 일상적인 아이템이 브랜드의 유산과 결합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극적인 연출과 현실적인 스타일, 그 사이에서 발렌티노가 만들어낸 균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루이비통
출처: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여행’을 테마로, 기차역 플랫폼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쇼는 한때 철도 회사 본사였던 ‘레투알 뒤 노르’로 꾸며졌고, 모델들은 마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모습으로 런웨이를 걸었는데요. 블랭킷 코트를 걸친 이는 낚시 여행을 떠나는 듯했고, 트렌치코트와 스포티한 재킷을 입은 모델들은 출근길을 연상케 했습니다. 피날레에서는 모델들이 무대 뒤로 사라지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발코니에서 쇼를 감상했는데요. 과연, 공동체와 연대의 의미까지 더해진 서사적이고 감성적인 런웨이였습니다.

#샤넬
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그랑 팔레에 세워진 거대한 블랙 리본 무대는 이번 시즌 샤넬 컬렉션의 핵심 모티브를 암시했습니다. 리본은 블라우스의 목을 장식하고, 프린트로 활용되며, 오려내거나 머리에 꽂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됐는데요. 여기에 트위드, 꽃, 진주 등 샤넬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습니다. 또, 굽을 장식한 커다란 진주알 등의 디테일도 시선을 끌었는데요. 이처럼 샤넬은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새로운 F/W 컬렉션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산업] 돌아온 “립스틱 효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립스틱 판매가 증가한다는 “립스틱 효과”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립스틱 효과의 시작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이었는데요. 산업별 매출 통계에서 립스틱 매출만이 오르는 기현상이 확인되면서 경제학자들이 붙인 용어입니다. 립스틱 효과는 9.11 테러를 겪은 2001년 가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도 목격되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명품 시장에서 고가의 패션 제품 대신, 립스틱 등의 뷰티 제품이 인기를 끌며 재조명 되기 시작했죠.
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명품 화장품 매출은 약 20%, 신세계백화점은 16.3%, 현대백화점은 24.0%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패션 매출 증가율은 각각 5%, 6.2%, 11.7%에 머물렀죠. 소비 부담이 큰 명품 가방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뷰티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현상 속에서 루이비통도 뷰티 시장 진출 소식을 전했습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LVMH의 간판그룹 루이비통. 루이비통이 뷰티 제품을 선보이는 건 창립 171년 만에 처음입니다. 루이비통은 코스메틱 부문을 신설하고 올가을 ‘라 보떼 루이비통’ 컬렉션을 신규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또한 불경기로 LVMH그룹의 패션, 가방 등 핵심 제품의 성장률이 둔화했기 때문인데요. 루이비통을 비롯해 디올, 셀린느 등을 거느린 LVMH 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846억8300만유로로 1년 전보다 1.7% 감소했습니다. 패션·가죽제품(-2.6%), 시계·주얼리(-3%), 주류(-11.2%)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죠. 반면 이러한 감소 추세 속에서도 향수. 코스메틱(1.8%)과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포함된 특수 리테일(2.1%)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증가했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달라진 소비 국면에 따른 브랜드의 생존 전략을 살펴볼 수 있죠. 앞으로 명품 브랜드들이 어떤 뷰티 제품들을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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