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까지만 해도 리본으로 걸코어 룩을 즐기던 여성들의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리본 대신 넥타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APT의 기념비적인 흥행으로 정신없이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로제의 넥타이 룩이 화제가 됐었다. 화이트 셔츠에 오버사이즈 수트 팬츠를 매치시킨 패션은 80~90년대 아버지들의 출근 룩을 연상시킨다. NBC ‘켈리 클락슨 쇼’ 게스트로 출연을 위해 선택한 패션이다. ‘지큐 코리아’ 2025년 2월호 커버에서도 로제는 박시한 수트와 넥타이 룩을 입고 있다. 모두 로제가 글로벌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생 로랑의 제품이다.



아빠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넓은 숄더의 박시한 파워 수트와 셔츠, 넥타이 패션은 ‘대디코어(Daddycore)’로 표현된다. 이 클래식한 테일러드 수트 룩은 2025년 봄, 여름 생 로랑 패션쇼에 등장하며 트렌드의 궤도에 바로 탑승했다. 1966년 패션사를 뒤바꾼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그 유명한 ‘르 스모킹(Le Smoking)’에 대한 오마주였다. 아빠의 옷장에서 수트를 몰래 꺼내입은 듯한 ‘대디코어’ 룩은 금새 패션 셀럽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켄달 제너는 클래식한 플레이드 체크 코트와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치시킨 대디코어 패션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항상 트렌드를 앞서 시도하는 헤일리 비버도 생로랑의 회색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와 버건디 넥타이를 매치시킨 대디코어 룩을 선보였다. 컬러감과 텍스처 모두 80~90년대 비즈니스 맨을 연상시키는 매우 남성적인 스타일이다.

여성이 넥타이를 매는 유행은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를렌 디트리히와 캐서린 헵번은 넥타이와 수트 패션으로 당시 패션의 성별 규범에 도전했다. 마를렌 디트리히는 영화에서 턱시도와 넥타이를 착용한 아이코닉 룩을 남겼다. 20세기 후반으로 넘어가면 다이애나 전 황태자비와 마돈나가 남성 수트와 넥타이 패션 코드를 변화시켰다. 남성 수트와 넥타이의 대디코어 룩 정점은1990년 골든 글로브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입은 회색 수트 룩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드레스 대신 회색 남성 수트 룩으로 등장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리고 최근 줄리아 로버츠들의 후예들을 레드 카펫에서 발견하게 된다. 여배우 아요 어데비리는 2025년 골든 글로브에 드레스 대신, 14 캐럿 금으로 도금한 깃털 넥타이가 특별한 로에베의 회색 수트를 입고 참석했다. 그녀의 수트 룩은 1990년 골든 글로브의 줄리아 로버츠를 떠오르게 한다. 최근 셀레나 고메즈도 크림 화이트 새틴 턱시도 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성 패션 액세서리의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넥타이. 여성을 위한 넥타이 스타일링의근본적인 재미는 남성적인 패션 요소를 여성스러운 그동안 패션 트렌드를 점령했던 리본, 스카프 등의 걸코어 대표 액세서리들이 지루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면, 넥타이가 신선한 전환점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