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메시카’ 창업자 발레리 메시카 인터뷰
지난 2015년 미국 그래미 시상식. 무대 위에 나선 팝의 ‘디바’ 비욘세에 화려한 조명이 집중됐다. 유명 디자이너 로베르토 카발리가 그녀를 위해 만든 시스루(see-through·속이 비치는 것) 스팽글(반짝이) 드레스가 별빛처럼 반짝였다. 해외 매체들은 “천사가 실재한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특히 깊게 파인 드레스 가슴 골 사이로 길게 늘어진 장식은 비욘세의 파워풀한 노래만큼이나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전까지 흔치 않았던 디자인과 정교하고 화려한 반짝임에 시선을 뺏기지 않을 수 없었다. 40 캐럿이 넘는 하이주얼리 다이아몬드 넥타이 목걸이였다. 팬들은 비욘세가 착용한 제품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이내 곧 베일을 벗었다. 메시카(Messika).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2005년에 설립된 ‘신생’ 주얼리 브랜드였다. 메시카라는 이름을 먼저 기억해낸 건 팬들이었다.
그래미 시상식 불과 몇 달 전, 파리 루브르 박물관 프라이빗 투어에 나선 비욘세가 메시카의 ‘글램아존’ 반지를 손가락 첫째와 둘째 마디 사이에 끼고는 루브르의 상징과 같은 모나리자 액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반지 두개가 고리로 연결돼 있어 같이 또는 따로 착용 가능한 혁신적인 스타일이었다. 이 사진은 비욘세 공식 소셜미디어에 아무 조건 없이 업로드됐다. 광고도 마케팅도 아닌, 비욘세가 ‘좋아서’ 순수하게 올린 사진이었다. 이 게시물은 77만 건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고급 주얼리 브랜드의 명성을 단번에 따라잡는 순간이자, 메시카가 MZ세대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였다.
작은 독립 브랜드가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느닷없이 찾아온 것 같지만, 이는 일찌감치 예고된 결과였다. 프랑스의 유명 다이아몬드 무역상의 딸이자 메시카의 창업자인 발레리 메시카는 전통적인 다이아몬드 업계가 오랫동안 갇혀있던 약혼 반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한 발레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게 기존에 없던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했다. 아버지 덕에 최고급 다이아몬드를 복잡한 중간 유통 없이 직접적으로 좋은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스타일과 최고급 품질, 합리적인 가격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늘릴 뿐만 아니라 다른 이름난 곳에 가려던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지난 6월 서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에 국내 첫 부티크를 열며 국내에도 정식으로 소개된 메시카의 창업자이자 CEO이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발레리 메시카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발레리 메시카 CEO는 “서울에 첫 번째 부티크를 오픈한 것은 저희에게 큰 자부심을 주는 성과이며, 이를 통해 한국에서 메시카의 입지를 확립하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설렘과 긴장을 드러냈다.
◇Disrupting diamonds(혁신적인 다이아몬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메시카를 두고 ‘disrupting diamonds’(혁신적인 다이아몬드) 브랜드라고 이름 붙였다. 전통적인 약혼 반지로 대표되는 다이아몬드 주얼리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다이아몬드를 약혼이나 큰 이벤트 등 특별한 경우에만 착용했지만, 이는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세계였다. 많은 여성들이 다이아몬드를 ‘나이가 들었을 때’ 착용하는 보석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덕에 다이아몬드에 일찍 눈을 뜨게 됐지만, 나도 성장하면서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다이아몬드에 대한 장벽을 허물면서, 파인 주얼리에 대한 인식과 소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과거 인터뷰를 보면 디자인하는 방식도 틀을 깬다. 보통 희귀·고급 보석을 보유한 뒤 거기에서 디자인을 시작하는 반면, 창의적으로 디자인을 한 뒤 거기에 맞게 보석을 고르는 방식이다.
“내 작업은 늘 스톤(보석)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보통 특정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다이아몬드 자체에서 얻어진다. 자란 환경 덕분에 다이아몬드를 자유롭고 대담하게 다룰 수 있었던 것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스톤을 손에 쥘 때 그 본래의 정체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에메랄드 컷, 페어 컷, 브릴리언트 컷 등 다양한 다이아몬드 형태와 작업하는 것을 즐기며, 마침내 목표가 실현되고 작품에 감정이 스며드는 순간을 사랑한다. 본능과 직관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창립 당시 다이아몬드를 일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였을 것 같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경우 국제 시세로 인해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면서도 대중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는가?
“메시카에서 다이아몬드를 선택할 때 항상 엄격한 기준을 유지한다. 보통 스톤에서 디자인을 시작하기 때문에, 먼저 보석의 품질이 뛰어나야 하고 그에 맞춰 디자인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소유의 사업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딜러인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가격 대비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아버지가 같은 업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 어떤 조언이 있었나.
“아버지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운이 좋다고 느낀다. 창의적인 과정에는 아버지가 크게 관여하지 않지만, 나는 항상 아버지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자신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시도하라, 또 다이아몬드 전문가다운 장점을 지켜라’(Make sure that what you create does not resemble anything that already exists, and stick to diamonds as your hallmark)라는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고 또, 그를 비롯해 여러 가지 말씀을 주셨다. 기업가로서 저는 늘 다음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아버지로부터 배운다. 그의 삶과 경력에서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을 깊이 존중하고 있다. 물론 특정한 리더로부터 영감을 받기보다는 주변의 많은 것들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주변 환경과 만나는 사람들, 자연, 특히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 특히 예술과 패션 분야의 사람들에게서 큰 영감을 받는다.”
자수성가한 보석 세공이자 저명한 무역상인 앙드레 메시카의 딸인 그녀는 어릴 때 식탁 위에 흩어져 있는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놀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돌의 모양과 가벼움에 직관적으로 반응했다. 금으로 둘러쌓인 다이아몬드 대신, 다이아몬드가 직접 피부에 닿을 수 있게 ‘제2의 피부’같은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레일 위에 다양하게 실험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연출한 제품들로 세상을 놀래켰다. 코로나 기간으로 대부분의 브랜드가 어려움을 겪던 2019년부터 2022년 말까지 매출이 2.5배 증가하기도 했다. 목표는 2027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의상을 접목한 하이 주얼리 쇼까지…고정 관념은 깨라고 있는 것!
―2021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케이트 모스와의 협업 이후 지속적으로 주얼리 런웨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 역시 기존 주얼리 브랜드의 고정 관념을 깬 시도인데, 이를 기획하게 된 의도는 무엇인가? 또 화려한 하이 주얼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의상에 시선을 뺏길 가능성도 있을 텐데, 패션과 주얼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가?
“런웨이 쇼는 우리의 하이 주얼리 작품을 움직임 속에서 선보일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하며, 지난 4년간 매년 기대하며 작업해온 프로젝트다. 쇼를 통해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작품의 아름다움과 장인 정신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태도와 카리스마를 부여하는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쇼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의상은 실제로 작품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며, 나는 이를 대립이 아닌 아름다운 시너지로 보고 있다.”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MIDNIGHT SUN - OPUS II”는 하이 주얼리 중에서도 최고급이다. 예를 들어 ‘시간의 조각(Fragments of Time) 인 탠덤: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옐로우 다이아몬드의 조우’ 에서는 36캐럿의 화려한 옐로우 다이아몬드와 33캐럿의 빛나는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전체적으로 125캐럿에 달하는 이 주얼리는 단 두 피스만으로도 수백억 원을 호가할 것 같다. 또 ‘천 개의 불꽃(A Thousand Fires)’에는 1만개가 넘는 다이아몬드가 사용됐고, ‘메시카의 슈퍼네이처(Messika’s Supernature)’는 7캐럿부터 25캐럿까지 그라데이션 방식으로 사용했다. 이 스톤을 모으는 것도, 구입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Fragments of Time’ 목걸이는 200개 이상의 다이아몬드가 정교하게 세팅된 예술 작품이다. 이 목걸이는 중앙에 두 개의 주요 쿠션 컷 다이아몬드가 배치되어 있으며, 체인 전체가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여 있어 더욱 화려함을 더한다. 하이 주얼리의 경우, 원석 선택부터 아틀리에의 마지막 터치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메시카의 ‘슈퍼네이처’ 역시 하나의 원석에서 제작됐다. 독특하고 미묘한 음영을 살리기 위해 원석을 커팅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러한 독창적인 작품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메시카 다이아몬드에 대한 설명을 보면 “All Messika stones are of natural origin and no synthetic diamonds are used” 라고 돼 있다. 메시카에서 천연을 강조하는 데 반해, 요즘 대형 주얼리 그룹에서도 실험실 다이아몬드(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에(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메시카를 두고 봤을 때, 천연 다이아몬드 없이 작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로 생명의 기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실험실에서 제작된 합성 다이아몬드를 혼합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메시카는 천연 다이아몬드만을 고집한다. 이 업계의 모든 부분을 존중하지만, 합성 다이아몬드는 본질적으로 복사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메시카가 추구하는 럭셔리의 본질은 복제가 아닌 자연이 선사하는 진정한 가치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보석을 투자용이나 환금성 가치를 따져 구매하기도 하는데, 다이아몬드 딜러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이아몬드에는 감정과 친밀함이 깃들어 있다. 나는 메시카 작품을 착용할 이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물론 다이아몬드는 좋은 투자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 다이아몬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나는 이를 일종의 ‘슈퍼 파워’라 생각한다.”
◇한국은 곧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
―그동안 자신이 디자인한 모든 제품에 의미가 있고 자식처럼 소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더 애착이 가거나, 혹은 스스로 쑥 커나가는 아이처럼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거둔 제품은?
“가장 소중한 컬렉션을 꼽자면, 내 딸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Move Noa(무브 노아)’와 ‘Move Romane(무브 로만)’이다. 이 뱅글은 내가 매일 착용할 만큼 개인적으로도 애정이 깊다. ‘My Twin(마이 트윈)’ 컬렉션 역시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 마치 다이아몬드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세팅은 어린 시절 손가락 사이에서 반짝이던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가장 도전적인 작품은 최근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일부로 선보인 ‘White Midnight Sun(화이트 미드나잇 선)’ 목걸이였다. 총 2500개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하여 약 126캐럿에 달하는 이 목걸이는 매우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며, 독창적으로 갈라진 효과가 더해져 유일무이한 매력을 발산한다. 아틀리에의 장인들은 정말 훌륭한 작업을 해냈다. 나는 작업한 모든 작품에 대해 항상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쉽게 출시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지 하디드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모노 이어링 컬렉션은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품절됐다.”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는 개념을 빠르게 안착했다. 다른 대형 브랜드에서도 메시카의 철학을 따르는 캠페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 당신에게 스스로 선물을 해준다면 어떤 제품을 선물하고 싶은가? 또 10대의 발레리, 20대 30대 40대 등 각 세대별로 추천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내가 처음 출시한 ‘Move(무브)’ 컬렉션은 이후 ‘Move Classique (무브 클래식)’ ‘Move Joaillerie(무브 주얼리)’ ‘Move Link(무브 링크)’ ‘So Move (쏘 무브)’, ‘Imperial Move(임페리얼 무브)’ 등 다양한 스타일로 확장되며 모든 세대에 사랑받는 파인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내 성격과 가까우면서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꼭 소장해야 할 주얼리를 꼽자면, Move(무브) 뱅글이 있다. 특히 다양한 색상의 무브 로만과 무브 노아를 함께 착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매일의 룩(look)에 자신감과 은은한 빛을 더해준다.”
―설립 이후 당신의 모국인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 미국, 중동 등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 아시아 시장으로도 본격 확대하는 중이다. 국내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았을 뿐 그동안 해외 매체를 통해 소개된 주얼리, 예를 들어 2016년 칸 영화제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착용한 이어커프나 비욘세, 리한나, 켄달 제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착용한 다양한 주얼리를 보고 ‘이 제품이 바로 메시카였구나’하고 놀라게 된 제품도 여럿이다. 아마 나처럼 눈에 익은, 혹은 익숙한, 혹은 눈여겨본 디자인인 경우가 꽤 있을 것 같다. 내년이면 브랜드 설립 20년이 되는데, 메시카가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이미지로 자리 잡기를 원하는가?
“지난 6월 서울 롯데월드몰에 첫 번째 부티크를 오픈하며, 배우 겸 모델인 이하늬와 함께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메시카에게 매우 뜻깊은 순간으로,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지난 9월말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열린 하이 주얼리 쇼에는 미연(조미연·걸그룹 여자아이들 미연)과 함께 해 큰 영광이었다. 그녀와의 만남에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은 내년 우리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며, 메시카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소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다. 메시카는 가치와 창의성이 잘 어우러진 쿨하고 혁신적인 브랜드다. 유사한 브랜드들이 많지만, 우리는 신중한 선택을 통해 서로의 방향성을 일치시키면서도 각 브랜드의 독특한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활동을 이어가며, 메시카만의 장인정신과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확립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