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it bag’ ‘it shoes’… 100년의 비결 엿본다
입력 2024.11.15 00:30 | 수정 2024.11.15 00:30

구찌 연말 캠페인 ‘구찌 기프트’

'구찌 기프트' 캠페인 속 모델 켄달 제너의 모습. 구찌 홀스빗 발레리나 슈즈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구찌 제공

가수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국내에선 이 가수가 다시 주목받았다. 42년 전 ‘아파트’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한 가수 윤수일이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로 시작하는 윤수일의 ‘아파트’는 원래 가사에 없던 ‘으쌰라으쌰’가 마치 처음부터 존재했던 마냥 추임새처럼 붙어 ‘국민응원가’로 불리며 대학가에서도,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수십년간 울려퍼졌다. 윤수일의 ‘아파트’ 인기에 로제의 ‘신축’, 윤수일의 ‘구축’, ‘재건축 조합장’ 윤수일 등 각종 반응이 쏟아졌다. 그 중 이런 댓글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래서 집은 튼튼하게 지어야해.’ 잘 지은 집은 세대에 세대를 거쳐 수십년이 지나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뼈대를 제대로 다지지 않은 채 트렌드에 휩쓸려 그럴싸하게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서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단단히 다져진 명성은 ‘신흥 강자’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이번 ‘아파트 신드롬’은 세대를 거쳐서도 살아남는 브랜드의 비결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대를 앞서가면서도 100년 뒤에도 사랑 받을 수 있는 영원(timeless)의 디자인과 콘텐츠 자체가 가진 스토리텔링, 여기에 역사성(헤리티지)을 더해 제품을 완성한다. 사용자의 경험과 추억이 더해지면, 똑같이 생긴 제품이라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급격하게 바뀌는 소비자 취향에,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it bag’ ‘it shoes’로 불릴 만한 제품이 극히 드문 것도 브랜드의 생존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브랜드의 상징이 되는 제품은 이렇게 탄생한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연말 캠페인(광고)으로 선보인 ‘구찌 기프트’에선 구찌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탱한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세계적인 슈퍼모델인 켄달 제너와 할리우드 톱스타 제시카 체스테인 등이 등장하는 이번 캠페인에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제품이 등장하는 건 물론, 하우스의 창립자 구찌오 구찌(Guccio Gucci)에게 큰 영감이 되었던 런던 사보이(The Savoy) 호텔의 느낌을 자아낸다. 그 당시가 눈 앞에 펼쳐진 듯 레드 색상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구찌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구찌 홀스빗 1955 탑 핸들백. /구찌 제공

영국 런던은 1897년 창립자 구찌오 구찌의 이야기가 시작된 곳으로 하우스의 유산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장소다. 하우스의 창립자 구찌오 구찌는 당시 런던의 상징인 사보이 호텔에서 벨보이로 근무하는 동안 호텔의 회전문과 엘리베이터를 오가며 투숙객의 러기지를 운반했다. 당시 10대 소년이었던 구찌오 구찌는 이 경험을 통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엘리트들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더 넓은 시야,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관심사를 갖게 됐다. 이후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러기지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다. 이후 피렌체로 돌아온 그는 1921년 가죽 제품 하우스를 설립했고, 곧이어 피렌체의 델라 비냐 누오바에 첫 번째 구찌 매장을 열었다.
현재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사바토 데 사르노는 현재의 유행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베스트셀러를 낳게 한 그 ‘원류’부터 다시 탐구하고자 하는 의욕을 다분히 내보인다. 자신의 뿌리를 제대로 알아야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고, 다시 100년을 잇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진리를 그는 런웨이는 물론 각종 캠페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여성 제품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우선 새로운 구찌 홀스빗 1955 핸드백. 1950년대에 구찌 홀스빗 로퍼를 통해 처음 선보인 이 엠블럼은 말의 고삐에서 착안해 두 개의 링과 이를 연결하는 바(bar)로 디자인됐다. 이후 가방, 벨트, 주얼리, 실크, 레디-투-웨어 등 컬렉션 전반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용되며 구찌의 고유한 코드로 자리 잡았다. 이 홀스빗 엠블럼을 중심으로 고유의 우아한 매력을 지닌 구찌 홀스빗 1955 핸드백은 하우스의 승마 세계에 대한 내러티브를 되새기는 동시에 뛰어난 장인 정신을 보여주며 시대와 시대를 이어 나간다.
구찌 홀스빗 1955 핸드백. /구찌 제공

사바토 데 사르노의 부임 이후 구찌의 핵심적인 색상으로 자리잡은 로소 앙코라(고급스러운 붉은 빛)를 기본으로 이스트웨스트 디자인(납작 직사각형 디자인)이 새로운 균형감을 준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기도 쉽지만 이브닝 웨어에도 잘 어울린다. 지난 5월 런던에서 공개된 구찌 2025 크루즈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구찌 홀스빗 발레리나 슈즈 역시 화제가 됐던 제품. 모델 켄달 제너가 신고 있는 제품으로, 발레리나 슈즈에도 하우스와 승마 세계의 관계에 경의를 표하는 홀스빗 모티브를 담은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구찌 홀스빗 발레리나 슈즈. /구찌 제공

남성용으로는 구찌의 정신인 ‘여행’이 강조된 제품이 주요 요소로 등장했다. 이탈리아 어로 ‘러기지(여행가방)’를 뜻하는 ‘발리제리아’ 라인에서 구찌는 브랜드의 기원인 여행과 그 경험에 대한 가치를 통해, 슈트케이스가 단순히 짐을 챙기기 위한 도구만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구찌 발리제리아’ 셀렉션의 일부로 새롭게 선보이는 ‘구찌 사보이(Gucci Savoy)’ 컬렉션은 직관과 관찰을 통해, 여행 덕분에 세계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음을 발견한 브랜드 탄생 스토리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동시에, 여행이 흔히 생각하듯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구찌는 구찌 사보이 라인의 트래블(여행)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탈리아를 떠나 런던에서 삶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었던 창업자의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 인생이란 여행에서, 일이자 휴식이자 도전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 있는 여행을 통해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해 나간다.
구찌 사보이 더플 백. /구찌 제공

구찌 사보이 더플 백은 그린-레드-그린 웹(Web) 스트라이프가 돋보이는 부드러운 GG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로 돼 있다. 1970년대 구찌 아카이브에서 차용한 벨트 버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이템으로 텍스처드 레더 탭 디테일의 더블 G 장식이 돋보이는 스타일로 탈착 및 조절 가능한 스트랩, 클로저 및 키 홀더, 러기지 태그가 함께 제공된다.
구찌 포터 미디엄 트롤리. /구찌 제공

구찌 포터 미디엄 트롤리의 경우 실버 알루미늄과 베이지/에보니 GG 수프림 캔버스의 독특한 조합이 돋보인다. 1953년 출시돼 70년이 지난 현재에도 인기를 끄는 홀스빗 엠블럼은 구찌 홀스빗 로퍼에서 단정한 세련을 다시 상징한다. 과거 출시 당시 이 로퍼는 편안함과 캐주얼함, 세련된 스타일을 동시에 갖춘 디자인으로 우아함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던 이 제품은 사바토 데 사르노의 남성복에서도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구찌 홀스빗 로퍼. /구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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