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관람하기 좋은 계절. 미술관 감상 후 단풍 산책까지 즐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가을 낭만 가득한 전시 나들이가 있을까. 유난히 덥고 길어진 여름으로 단풍의 시기가 늦춰지긴 했지만, 아침마다 컬러풀하게 물들어가는 가을 잎들을 발견하게 된다. 곧 단풍이 절정에 오를 11월. 전시와 함께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미술관행을 계획보는 건 어떨까.
치악산의 단풍과 우고 론디노네의 빛이 이어지는, 뮤지엄산
해발 275 미터 산 정상에 겹겹이 산이 물결치는 ‘뮤지엄산’의 단풍은 경이롭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플라워 가든, 워터 가든, 스톤 가든을 따라 걸으면, 건축물과 야외의 조각, 치악산의 자연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이 그 자체로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뮤지엄산’의 단풍 절경과 함께 동행할 전시는 현대 예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국내 최대 개인전 <BURN TO SHINE>이다.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의 순환을 탐구해 온 우고 론디노네의 예술적 철학과 메시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천연색의 작품과 자연의 풍경이 어우러진 전시 공간은 단풍으로 채색된 산의 연장 같이 보이기도 한다. 우고 론디노네의 전시는 지난 4월 개막 이후 4개월 동안 8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으며, 관람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12월 1일까지 전시가 연장됐다.
니콜라스 파티의 파스텔 작품 가을풍경과 함께 하는, 호암미술관
용인 호암미술관은 유명한 단풍의 성지다. 미술관의 호수 앞 수변공원에서 만나는 거대한 암컷 거미 형상의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 마망(Maman)은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 사이에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호암미술관의 앞마당에는 ‘희원’ 정원이 있다. 약 2만여평 규모의 희원은 보화문에서 시작된다. 덕수궁의 유현문을 본떠 전돌을 쌇아 올린 문이다. 보화문에서 시작되는 정원 산책은 호암정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단풍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에 호암정을 찾으면, 불타오르는 붉은 단풍에 휩싸인 호암정의 경치에 눈이 부실 정도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전시 <더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풍경화와 초상화, 구상과 추상의 모호한 경계에 자리한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은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움직임과 파스텔 컬러로 찬란하다. 린넨에 소프트 파스텔로 작업한 ‘가을 풍경’을 보고 ‘희원’으로 단풍 산책에 나서면 그 감동이 벅차 오를 것이다.
왕이 사랑한 정원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단풍 주간
서울에서 단풍 명소로 사랑받는 부암동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가을 마다 단풍 주간을 펼친다. 1974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된 석파정은 옛 흥선대원군 별장으로 유명하다. 석파정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왜 석파정이 왕이 사랑한 정원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단풍 절경을 뽐낸다. 석파정 단풍 주간에는 서울미술관 통합입장권으로 모든 전시와 석파정 관람이 가능하다. 단풍주간 동안 제1전시장에서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시가 진행된다. 이중섭의 미공개 편지화 3점을 포함해 신사임당부터 김환기까지 작가 15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소장품 전시다. 제2전시장에서는 서울 미술관 기획전 <햇빛은 찬란>이 11월 17일까지 진행된다. 회화, 미디어 아트, 조각 등 동시대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조명하는 기획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