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여름은 명품 가죽에게도 잔혹한 계절이다. 뜨거운 열기와 끈적한 습기가 피부에 열노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명품 백의 피부라 할 수 있는 가죽에도 피해를 준다. 여름 내내 명품 가죽 백을 무심코 방치해 두었다간, 만만치 않은 수선이나 리폼 비용을 지출하게 될 수도 있다.
여름에는 예상치 못한 게릴라성 폭우를 만나곤 한다. 비 묻은 명품 가죽 백을 빨리 말리고 싶은 마음에 헤어 드라이어를 들이대는 건 금물이다. 단백질과 지방으로 이뤄진 천연 가죽이 뜨거운 바람을 만나 표면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헤어 드라이어의 찬 바람으로 말려도 표면이 딱딱하게 굳을 수 있다. 이 때 올바른 응급처치는 부드러운 마른 수건이나 천으로 물기를 닦아내는 것이다. 문지르지 말고 꾹꾹 누르며 물기를 제거해야 백 표면이 손상되지 않는다. 그 다음 그늘에서 자연 바람에 말려야 한다. 선풍기를 약한 바람으로 회전시켜 가방에 바람이 직접 닿지 않게 멀리 두고 말리는 법도 있다. 가방을 말릴 때 신문지를 뭉쳐 넣어두면 건조 속도가 빨라진다.
그 다음 보관이 중요하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장소나 밀폐된 공간에 보관하면 안된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곳에 두면 가죽이 갈라지기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남은 습기로 인해 곰팡이까지 발생할 수 있다. 곰팡이가 생기는 순간, 귀한 명품 백은 회생 불능이다. 명품 수선 전문가들은 곰팡이가 생기면 어떤 처리를 해도 원래 컬러와 광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아예 다시 염색을 하거나 곰팡이 생긴 부분을 뜯어내고 다른 가죽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수선을 거쳐야 한다.
가격의 가치만큼 명품 가죽 백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면 몇 가지 원칙을 지켜줘야 한다. 먼저, 최대한 일렬로 똑바로 세워서 보관해야 한다. 이 때 백의 처짐이나 구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가방 안에 종이나 입지 않는 헌 옷, 타올을 넣어두면 가방 모양 유지에 도움이 된다. 만약 세울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평평하게 놓아야 하는데, 백 위에 다른 백을 쌓는 등 무게를 더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가죽이 변형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백은 반드시 통기성이 좋은 면이나 부직포 소재의 더스트 백에 담아야 한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두꺼운 천이나 플라스틱 백은 피해야 한다. 만약 더스트 백이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 낡은 베개 커버를 활용해도 된다. 더스트 백이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노출시키는 것이 낫다. 또한 더스트 백에 보관했다 해도, 종종 꺼내서 통풍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아끼는 명품 백일 수록 옷장이나 수납장 속에 오래 두지 말고, 자주 꺼내 외출을 시켜줘야 한다. 또한 주의해야 할 요소는 햇빛이다. 가죽 백이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방을 보관하는 드레스 룸에 창이 있다면 항상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햇빛을 가려줘야 한다. 아끼는 명품 가죽 백과 오래 함께 하고 싶다면, 이 정도 수고와 정성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