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X 세대의 향, 유니섹스 향수의 새 챕터를 연 CK One
입력 2024.07.30 13:55

[Luxury Inside] Legendary Item 캘빈 클라인 CK One
1994년, 캘빈 클라인은 유니섹스로 마케팅 된 향수 CK One을 처음 세상에 공개했다. CK One은 최초의 유니섹스 향수는 아니었지만, 유니섹스로 마케팅 되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최초의 향수였다. 이전 베이비 부머 시대의 향수 코드를 파괴한, 90년대 X 세대의 향. CK One은 X 세대를 대표하는 정신, 스타일, 문화의 에센스로 ‘시대 초월, 세대 초월, 성별 초월’의 향수가 됐다. 그리고 이 전설적인 향수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1994년 탄생한 90년대 아이코닉 향수, 캘빈 클라인 CK One. 최초의 유니섹스 향수는 아니었지만, 유니섹스로 마케팅 되어 메가 히트를 기록한 최초의 향수였다. 캘빈 클라인.

CK One, 베이비 부머 세대 향수 코드의 완벽한 파괴
향수의 역사는 CK One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90년대 X 세대들에게 CK One은 X 세대의 정신 그 자체였다. CK One을 통해 X 세대는 베이비 부머 세대의 향수 코드를 완벽하게 파괴하며, 스타일과 취향의 독립 선언을 했다. CK One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즐겨 뿌리던 프랑스산 럭셔리 향수가 아니었다. 향기나 용기 디자인으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았다. 향수 용기는 또 어떤가! 이전 향수들의 화려한 디테일과 컬러를 모두 벗어 던지고 극강의 미니멀리즘으로 디자인 됐다.
CK One 향수 광고는 더욱 파격적이었다. 케이트 모스, 스텔라 테넌트, 커스틴 오웬, 트리시 고프, 제니 시미즈 등 당대 슈퍼 모델들이 총 출동한 이 광고는 모두에게 쇼킹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향수 광고 속에서 모델들은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멋진 헤어 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뽐냈다. 그러나 CK One 광고는 흑백인 데다 모델들은 청바지와 탱크 톱, 언더웨어만을 걸치고 있고, 남자 모델들은 대부분 상의를 노출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자유분방하게 늘어서 있고 무관심하거나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케이트 모스, 스텔라 테넌트, 커스틴 오웬, 트리시 고프, 제니 시미즈 등 당대 슈퍼 모델들이 총 출동한 CK One 광고. 당대 최고 패션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이 촬영했다. 캘빈 클라인.

일본계 배우이자 모델 제니 시미즈를 모델로 내세운 것도 모험이었다. 그녀는 공식적인 레즈비언이었고, 168cm(케이트 모스처럼 모델로서 작은 키)의 키, 짧은 헤어에 팔에는 커다란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전통적인 향수 광고 모델에 정반대되는 조건을 지닌 모델이다. 90년대의 아이코닉 신이 된, 이 광고를 촬영한 당대 최고의 패션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은 뉴욕 예술 커뮤니티에서 영감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새로운 안티 향수를 위해 자유주의적이고 반항적인 애티튜드를 담고자 했다.
기존 향수 광고 모델의 조건을 파괴한, CK One 광고 속 일본계 배우이자 모델 제니 시미즈. 캘빈 클라인

남자 또는 여자, 모두를 위한 민주적인 향
CK One의 ‘One’은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란 의미를 담고 있다. 밝은 감귤향에서 시작해 가벼운 달콤함으로 이어지고 은은한 사향이 투명함으로 사라지는 이 향수는 X 세대의 영혼과 같은 향을 풍겼다. 너무 과일향이 나거나 달콤하지 않으며 압도적인 남성적 우드 향을 발산하지 않는다. 꽃, 과일, 사향이 동등하게 조합되어 남자나 여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향이다.
남녀 모두를 위한 유니섹스 향수 CK One의 ‘One’은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란 의미를 담고 있다. 캘빈 클라인.

1분에 20병이 팔린, 90년대 아이코닉 향수
CK One은 론칭과 함께 처음 10일 동안 5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1분마다 20병이 팔려 나갔다. 경이로운 흥행이자 센세이션이었다. 고급스러운 향은 아니었지만, X 세대들은 그 고급스럽지 않은 향에 더 매력을 느꼈다. 당시 기성 세대에 반하는 서브 컬처 문화가 부흥하던 시기여서, 잘 차려 입은 패션을 위한 향수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K One은 힙합 룩, Y2K부터 미니멀리즘까지 90년대 유행 패션과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패셔너블한 향이었다. 지금 표현으로 ‘쿨’한 향기였다.
캘빈 클라인 CK One 일렉트릭. 캘빈 클라인.

Z 세대가 이어받은 CK One DNA
90년대 문화 유행이 저물며 CK One도 같이 유행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CK One은 대중에게 잊혀진 적이 없다. 2천년대가 되며, 여름용 향수 또는 십대들의 첫 입문용 향수로 조용하게 인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90년대 문화에 푹 빠진 젠지(Gen-Z: Z 세대)들에 의해 CK One은 다시 그 명성을 되찾고 있는 듯 보인다. 현재 유행하는 90년대 서브 컬처 문화와 스트리트 패션은 CK One의 명성을 현재로 귀환 시키고 있다. 또한 최신 향수 트렌드가 젠더리스로 집중되며, ‘젠더리스 향수 신드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CK One이 Z 세대를 다시 매료시키고 있다.
캘빈 클라인 CK One 골드. 캘빈 클라인.

지난 30여 년간 CK One은 CK One 일렉트릭, CK One 골드, CK 에브리원 등, 여러 후속 시리즈들을 발표해왔다. 그러나 역시 영원한 것은 CK One의 시작인 1994년 첫번째 오리지날 향수이다.
재활용 소재의 용기와 패키지를 내세운 캘빈 클라인 CK 에브리원. 캘빈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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