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 인생컷을 위한 스타일… 최신 유행도 좋지만 나이에 맞게 재해석하는 감각이 먼저
입력 2024.07.26 00:30

떠나는 곳이 어디든지, 여름 휴가 패션은 매년 고민이 된다. 여행 도착지가 해변, 도시 또는 숲 어디든, 여정의 목적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패션 스타일도 바뀌곤 한다. 무엇보다 여행지에서의 휴가 패션이 부담스러워지는 건, 사진 속에 남겨질 자신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여행은 자신의 모습을 사진 속에 간직하게 되는 귀한 순간들이다. 누구나 여행지의 추억과 함께, 최고의 ‘인생컷’을 남기고 싶어 한다.
2024년 여름 휴가를 위해 어떤 스타일을 선택해야 ‘인생컷’을 남길 수 있을까? 나이에 제한 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편안하고 심플하게 2024년 패션 트렌드를 즐기는 셀럽들의 휴가 룩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20~30대도 팔로우하며 스타일의 영감을 얻는 40~60대 스타들의 패션의 매력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다. 최신 유행 아이템도 과하지 않게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입고, 이전의 패션 아이템들과 부딪침 없이 잘 조화시킨다. 곧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을 뜻하는 패션 신조어)’의 절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40~60대라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에이지리스(ageless) 룩’이 큰 매력이다. 이들은 엄마 사이즈만큼 성장한 자녀들과 트윈 룩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한 최신 유행을 자신의 나이에 맞게 재해석해 내며 ‘에이지리스 룩’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적절하게 벗어난다. 유행을 그대로 좇다 보면 자칫 유치해져, 보는 이들의 시선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여행을 위해 꾸민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심플하고, 편안해서 더 따라잡기 쉬운 국내 셀럽들의 휴가 패션 속으로 스타일의 여행을 떠나본다.
◇ 이효리의 화이트 롱 스커트
화이트 롱 스커트와 티셔츠를 매치시킨 이효리./이효리 인스타그램

이번 여름 유행하는 화이트 롱 스커트와 티셔츠의 매치. 레이스, 아일릿(eyelet: 구멍이 뚫린 자수 장식), 프릴과 셔링(주름) 장식 등 다양한 소재와 텍스처의 화이트 롱 스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화이트 롱 스커트 스타일링의 키워드는 캐주얼한 티셔츠와의 매치다. 비슷한 무드의 블라우스나 러블리한 퍼프 소매의 상의를 매치시켜 입어도 좋지만, 요즘 젠지(Gen-Z: Z세대) 스타일은 아니다. 캐주얼하거나 스포티한 티셔츠를 매치해 언발란스 무드를 연출하는 게 요즘 스타일이다. 어느새 45세가 된 이효리는 최근 90년대 패션의 귀환과 함께, 패션 아이콘으로 더욱 추앙받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그녀답게 편안하고 꾸밈없는 화이트 롱 스커트와 티셔츠의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이효리의 휴가 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헤어 스타일이다. 대충 땋아 내려 묶은 듯 내추럴하게 땋은 머리를 연출하면 더 근사할 것이다.
◇ 김나영의 슬립 드레스
루즈 레드의 슬립 드레스를 스니커즈와 스타일링한 김나영./김나영 인스타그램

슬립 드레스는 90년대 미니멀리즘의 대표 아이템이다. 90년대의 슈퍼 패션 아이콘 케이트 모스에 의해 슬립 드레스는 놀라운 스타일링의 진화를 거듭했다. 케이트 모스는 이브닝 드레스로만 여겨졌던 슬립 드레스를 일상 룩으로 변화시켰다. 아디다스 스니커즈, 납작한 플랫 슈즈, 캐주얼한 카디건이나 점퍼와 매치시켰다. 또한 벗겨질 듯 대충 걸쳐 입은 듯한 스타일링이 특별했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이 됐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인 모험이었다. 또한 케이트 모스 이후 슬립 드레스는 휴가 패션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국내에서 여행 룩으로 슬립 드레스를 가장 자연스럽게 자신과 잘 어울리게 스타일링해 즐기는 셀럽은 김나영이라 할 수 있다. 두 아들의 엄마로 42세가 된 김나영은 20~30대들에게도 파워풀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현재 최고의 패션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다. 아이들과 함께 마카오 여행을 떠났을 때, 루즈 레드 컬러의 슬립 드레스, 나이키 스니커즈, 라탄 바구니 백을 매치시킨 스타일링은 나이와 관계 없이 즐길 수 있는 베스트 서머 드레스 룩이다.
◇ 채정안의 레이스 팬츠와 크로셰 백
레이스 와이드 팬츠와 커다란 크로셰 백 매치가 돋보이는 채정안./채정안 인스타그램

가장 옷 잘 입는 40대로 찬사받는 채정안. 40대 이후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까 고민이 된다면, 채정안의 인스타그램부터 방문해야 할 것이다. 시즌 마다 트렌드를 앞서 선택하는 유행의 리더이면서, 유행 아이템을 과하지 않게 심플하고 편안하게 스타일링하는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적인 매니시 무드를 더해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오가는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룩이 채정안 스타일의 매력이다. 바닥까지 끌리는 레이스 소재 와이드 레그 팬츠에 스트라이프 톱과 버버리 크로셰(crochet) 백을 조화시킨 스타일링은 휴가 룩으로 완벽하다. 도심 속 호캉스를 떠나든, 해변으로 떠나든 어디에서나 돋보일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리조트 룩이다.
◇ 이시영의 헤드 스카프
유행하는 헤드 스카프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즐기는 이시영./이시영 인스타그램

이시영은 김나영만큼 트렌드 응용력이 빠르다. 헤드 스카프의 유행이 예고되자마자, 김나영과 함께 재빠르게 헤드 스카프 스타일링을 보여주었다. 이번 여름 핫 아이템인 헤드 스카프를 뉴진스, 에스파, 트와이스의 나연 같은 Y2K 룩으로 연출했다면, 패션계의 옐로 카드를 경고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시영은 자신의 나이와 평소 스타일에 맞게 헤드 스카프를 즐기고 있다. 셀린느의 반다나를 쓰고, 반짝이는 세퀸(sequin: 반짝이는 장식)이 장식된 퍼프 소매의 시스루 톱, 데님 쇼츠, 그리고 도트(dot) 장식의 시스루 양말과 푸마 ‘스피드캣 OG 블랙’을 스타일링했다.
◇ 황신혜의 비치 햇
모자로 여행 룩에 포인트를 준 황신혜./황신혜 인스타그램

믿을 수 없지만 황신혜는 어느덧 60대가 됐다. 패션 모델로 활동 중인 딸 이진이와 같이 드레스 룸을 공유하는 엄마이자 여배우답게, 황신혜의 패션은 이제 25세가 된 딸의 옷을 입고 나온 듯한 패션이 많다. 꾸준한 몸매와 피부 관리로 60대에도 딸과 같은 사이즈의 옷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박수를 보낼 만하다. 황신혜는 모자 마니아로 그 시즌에 유행하는 다양한 모자를 일상 패션과 매치해 스타일링한다. 여행 룩에서도 마찬가지다. 챙이 넓은 비치 모자와 볼캡을 즐겨 쓰는데, 이때 패션은 심플하게 연출하고 디자인이나 컬러가 돋보이는 모자로 포인트를 준다. 딸과 함께 입는 아일릿 레이스의 티어드 미니 스커트(tiered skirt: 층층이 레이어드 된 스커트), 박시한 화이트 티셔츠에 네이비 블루의 디올 비치 햇으로 전체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주었다.
◇ 고소영의 버킷 햇과 피셔맨 샌들
버킷 햇과 피셔맨 샌들로 여행 룩을 연출한 고소영./고소영 인스타그램

공식 석상에선 화려하고 글래머러스한 룩을 선보이는 고소영. 그러나 가족과 여행을 즐기는 고소영의 여행 룩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심플해졌다. 기하학적인 패턴의 쇼츠에 화이트 셔츠를 간결하게 걸치고, 흔히 벙거지 모자라 불리는 펜디의 버킷 햇(bucket hat)과 유행하는 피셔맨 샌들(fisherman sandal: 어부들이 쓰는 구멍이 뚫린 신발에서 유래한 샌들)을 신었다. 캐주얼하면서도 트렌디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 룩이다.
◇ 정려원의 원피스와 볼캡
원피스에 볼캡을 스타일링한 정려원의 여행 룩./정려원 인스타그램

정려원은 평상시에도 에포트리스 시크(effortless chic)의 ‘꾸안꾸’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 무심한 듯 시크한 스타일링의 에포트리스 시크와 꾸민 듯 안꾸민 ‘꾸안꾸’ 패션은 한껏 꾸민 스타일보다 더 어렵다. 잘 입으면 패셔너블하지만, 잘못 입으면 그야말로 홈패션이 되기 때문이다. 40대의 ‘꾸안꾸’ 연출법이 어렵게 여겨진다면, 정려원의 스타일이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정려원은 여행에서 막 걷고 아무 데나 앉아도 편안한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 카디건을 허리에 묶어 주거나 어깨에 걸치고, 스니커즈를 매치시킨 후 볼캡을 쓴다. 지금 90년대 Y2K룩의 유행으로 볼캡은 가장 인기 있는 패션 액세서리가 됐다.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도 앞다투어 매 시즌 새로운 볼캡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볼캡은 유행과 관계없이 사랑받는 패션 클래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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