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Inside] Legendary Item ⑭ 샤넬 N°5 향수
샤넬 N°5.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 1921년, 가브리엘 샤넬과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의 파트너십을 통해, 샤넬의 첫 번째 향수가 탄생했다. 대부분의 향수들이 꽃에 집중하던 시절, 또한 패션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위한 향수를 디렉팅하지 않던 시절,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 향수, 최초의 추상적인 향이란 뉴 카테고리를 창조한 가브리엘 샤넬. 그녀의 열정과 대담함이 향수의 영원한 전설 N°5가 됐다.
1921년 5월 5일, 샤넬 N°5 신화의 시작
가브리엘 샤넬의 행운의 상징에 대한 믿음이 남달랐던 건 유명하다. N°5는 가브리엘 샤넬이 믿었던 행운의 숫자이다. 그녀는 매달 5일에 자신의 컬렉션을 선보였고, 이는 하우스가 오늘날까지 이어가고 있는 전통의 하나이다.
1921년 5월 5일, 파리 깡봉가 부티크에서 새로운 컬렉션이 펼쳐지던 날, 그날 모델들 에게 입혀진 건 의상 뿐만이 아니었다. 샤넬의 새로운 향이 함께 걸쳐졌다. 쇼장 전체를 감도는 향은 패션쇼장에 초대된 파리 상류사회 여성들을 순식간에 매혹시켰다. 처음에는 100병만 한정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그 인기가 폭발적이어서 파리 상류층 여성들은 로또에 당첨되듯 N°5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 100병 한정 판매품이었던 N°5가 오늘날까지 100년 넘게 전세계 여성들에게 사랑 받는 향수로 거듭난 신화의 첫 장을 펼친 순간이었다.
여성의 향기를 지닌 여성용 향수
가브리엘 샤넬은 1920년 연인인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의 조카 그랜드 듀크 드미트리 파블로 비치와 함께 남프랑스에 휴가를 떠났다. 거기서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를 만났다. 그녀는 ‘장미향이 아닌 여성의 향기를 지닌 여성용 향수’를 원했고, 에르네스트 보는 가브리엘 샤넬을 위해 1번부터 5번까지, 20번부터 24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향수를 조향했다. 샤넬은 그녀의 행운의 숫자 5번을 선택했다고 한다.
당시 향수는 단일꽃향 중심으로 조향되고 사랑받고 있었다. 그러나 혁신가이자 탐험가인 가브리엘 샤넬은 그녀의 첫 향수를 위해서 누구도 해보지 않은 도전을 꿈꿨다. 꽃이 아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추상적인 향을 창조 해내길 원했고, 그것이 바로 샤넬의 향이라 믿었다. 그렇게 복잡하고 섬세하게 얽힌 샤넬 트위드를 닮은 최초의 추상적인 향, 이전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향이 탄생됐다.
최초의 추상적인 향
복잡성을 더한 N°5는 무엇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향기였다. 전 성분의 조합이 여전히 비밀로 유지되는 이 향수에는 5월의 장미향을 중심으로 자스민과 크리미한 샌달우드까지 80개 이상의 노트가 담겼다. 특히 알데하이드(레몬 같은 특성을 더하는 휘발성 인공향)를 사용한 건, 혁신적이었다.
알데하이드는 19세기 중엽 경, 산업화와 맞물려 향수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며 나온 화학 합성 향료다. 알데하이드가 향수에 담기면 강렬한 플로럴 향, 쾌적한 비누 향, 나무 향, 과일 향을 전한다. 도회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되며, 파우더리한 향기로 시작해 우디 향을 남기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알데하이드 계열 향수를 접하면 ‘퓨어’하다고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깨끗한 비누향이라 표현된다. 알데하이드가 처음 적용된 향수는 아니지만, N°5가 알데하이드 향수의 대중화를 일으킨 첫번째 향수임은 부정할 수 없다.
최초의 미니멀 글래스 용기
N°5는 향수 용기에서도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공예품처럼 화려한 글라스 용기들이 서로의 화려함을 뽐내던 시절, N°5는 위스키 병과 같은 극강의 미니멀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샤넬 인생의 연인이자 후원자인 아서 에드워드 카펠의 집에서 본 위스키 디캔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디자인이다. 최소한의 라인만을 지닌 투명한 병은 앰버 컬러의 향수 컬러를 극대화 시켜주었다. 가브리엘 샤넬은 디자인에서 ‘항상 제거하고 절대 추가하지 마세요’라고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다이아몬드처럼 커팅 된 뚜껑은 샤넬이 사랑하는 파리 방돔 광장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이다. 바닥에 끌리는 여자들의 긴 드레스 길이를 발목 위로 싹둑 잘라버리고, 코르셋의 속박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킨 가브리엘 샤넬다운 항수병 디자인이다. 건축적 구조로도 완벽하다는 N°5 향수병 용기는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돼 뉴욕현대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마릴린 먼로와 샤넬 N°5
N°5와 마릴린 먼로는 향기로 이어진 하나의 영혼과 같다. 인터뷰 중 잠잘 때 무엇을 입는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마릴린 먼로는 “샤넬 N°5만을 입어요”라고 대답했다. 이 한마디로 N°5는 마릴린 먼로의 잠옷이라 불리며, 다시 전세계로 인기가 퍼져 나갔다. ‘샤넬 N°5 한방울 그리고 아무것도 필요치 않아요’라는 마릴린 먼로의 유명한 인용문은 그 어떤 카피보다도 강렬했고, 그 자체로 N°5의 브랜드 스토리가 됐다. 샤넬은 마릴린 먼로가 생존에 남긴 인터뷰 내용과 음성, 이미지와 동영상을 콜라주하여, 다큐멘터리 형태의 매우 인상 깊은 N°5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2024 리미티드 에디션, 샤넬 N°5 로(L’EAU) 드롭
2024년, 마릴린 먼로의 전설적인 멘트는 N°5의 방울을 재해석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다시 재현됐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시도는 100여 년간 이어져온 사각 향수 용기 디자인을 향수 방울을 닮은 원형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샤넬의 패키징 디자인 책임자인 실비 레가스테로이스는 마릴린 먼로의 유명한 인용문을 통해 전설적인 향수의 한 방울을 용기로 표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물방울 모양의 새로운 ‘N°5 로(L’EAU) 드롭’ 안에는 2016년의 N°5 로(L’EAU)가 담겨 있으며,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특별한 소장 가치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