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갈구한 샤넬 여사처럼...샤넬 하이 주얼리는 무엇이 다른가
입력 2024.06.28 10:03

프레데릭 그랑지에 샤넬 워치&화인 주얼리 사장 단독인터뷰
샤넬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론칭 이벤트 현장
외신들, “스포티한 주얼리 경쟁에서 최고의 자리 선점”
희귀 보석..투자 가치로도 뛰어나

샤넬 오뜨 조알러리(하이 주얼리) 스포츠를 착장한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샤넬. Virgile Guinard/ Courtesy of Chanel.

‘한계가 없다(No limit)’란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의 반응은 어떨까. 아니, 당신에게 ‘한계 없이 뭐든 만들어 보라’고 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드는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인간의 유한한 삶에서 시간을 무한정 누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혁명적인 발명과 발견의 순간이 존재하지 않는 한,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한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모든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가능해 보이게 만드는 현장이 있다.
최근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선보인 샤넬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Haute Joaillerie Sport) 컬렉션을 봤을 때가 그랬다. 오뜨 조알러리는 하이 주얼리의 불어식 표현으로, 최상급·최고급 보석이라는 뜻. 창의력이란 통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 생각의 폭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실험하는 장(場)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것도 가능해?’라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현장이었다. 몇 가지(펼쳐놓기에 따라 많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디어를 통해 100년이란 세월을 넘나들며 시간적 한계를 뛰어넘고, 마치 건축에서 차경(借景·경치를 빌려오는 것·자연 경관 등 경치를 끌어들여 건축의 일부인 것처럼 활용하는 것)을 한 듯한 보석의 각도나 디자인을 통해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느끼는 속도감과 형태감마저 느끼게 한다.
①그래픽 라인 네크리스. 카슈미르 사파이어 10.15 캐럿. 샤넬 오뜨 조알러리 스포츠 컬렉션은 총 7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당 피스는 리듬과 속도감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픽 라인’에 속한다. 네크리스를 비롯해 링 2개, 이어링 2개로 구성된 그래픽 라인 카슈미르 사파이어 5개 세트는 제작 기간만 7년이 넘게 걸렸다. ②스포티 5 그린 이어링. ③퀄티드 스타 네크리스. 에메랄드컷 옐로다이아 7.06 캐럿. ④그래픽 라인 링. 다이아몬드와 스피넬, 사파이어, 블루 래커 소재. 쿠션컷 레드 스피넬 16.69 캐럿. ⑤그래픽 라인 블루 네크리스.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블루 래커 소재. ⑥그래픽 라인 이어링. 카슈미르 사파이어 4.77 캐럿/ 4.40 캐럿. ⑦골드 슬라이더 블랙&화이트 네크리스. 다이아, 레더 래커, 블랙&화이트 세라믹 소재. ⑧스포티 5 네크리스. 페어컷 다이아몬드 5.55 캐럿. ⑨ 골드 슬라이더 블랙&화이트 이어링. 다이아, 블랙&화이트 세라믹 소재. ⑩ 퀄티드 5 링. 다이아몬드, 레드 래커 소재. ⑪ 스포티 5 이어링. ⑫ 스포티 5 블랙&화이트 이어링. 다이 아몬드. 레드&블랙 래커 소재. ⑬ 아이콘 컬렉터 브로치. 다이아몬드, 컬러 래커 소재. ⑭ 스포티 5 콜렉터 브로치. 화이트골드, 옐로우골드, 다이아, 레드&블랙 래커 소재.

◇샤넬, 스포티한 주얼리 경쟁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그랑프리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자 지중해의 보석 모나코는 샤넬의 오뜨 조알러리를 보여주기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곳이었다. 단순히 지역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리비에라에 머무는 동안 정기적으로 방문했고, 1913년엔 호텔 드 에르미타쥬(Hôtel de Hermitage)에, 1925-6년엔 호텔 드 파리(Hôtel de Paris)에 매장을 열었다.
이번 컬렉션에는 샤넬 마니아라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디자인 코드도 숨어있다. 아카이브의 차용은, 이를 어떻게 조합하고 조화하느냐에 따라 창의력의 틀을 깨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모든 것이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지지만, 마치 인체공학과 인지과학, 유전자 생물학을 결합한 첨단 과학공학이 연출되는 듯했다. 무척이나 우아하고 여성스러운데도, 과감한 커팅과 형태감 등에선 남성미가 넘쳤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가브리엘 샤넬 여사의 남다른 생각과 태도였다. 가브리엘 샤넬은 사람의 체형을 고려한 활동이 자유로운 룩을 중요시했다. 코르셋과 지나치게 장식적인 의상을 강요하는 틀에 갇혀있던 당시 꾸뛰리에(고급 의상 제작자)들과 차별화되는 요소였다. 1921년엔 오뜨 꾸뛰르 하우스 내에 ‘스포츠’ 아뜰리에를 마련했다. 그녀 자체도 승마, 스키, 댄스, 낚시,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기에, 어떤 의상이 스포츠에 더 적합한지 꿰뚫고 있었다.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인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éreau)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제작하며 나는 샤넬의 스포티한 스타일, 즉 하우스에서 필수적으로 중시하는 부분인 라인의 우아함과 자유로운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100년도 더 된 혁신적인 생각이 2024년 오늘에 이르러서 또 다른 파격으로 구현된 것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스포티한 엣지가 돋보이는 주얼리 경쟁, 샤넬의 그 경기의 우승자(샤넬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Chanel is on top of its game)”라고 정리했다. 카슈미르 사파이어와 함께 30캐럿이 넘는 사파이어 반지 등을 비롯한 희귀 보석 등이 다양했다. 미국 패션전문매체 WWD는 “샤넬이 이번에 선보인 희귀 보석 등 원석부터 디자인까지 투자용으로도 가치가 뛰어난 제품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1950년대 코코 샤넬의 명함.

◇미학·기술 노하우·원석… 완벽한 트라이앵글
패트리스 레게로가 탄생시킨 이번 컬렉션은 뛰어난 미학과 기술 노하우, 엄선된 보석을 통해 샤넬 최초의 스포티한 스타일을 기념하고 여성의 룩에 활동성을 부여하는 활기찬 에너지를 기린다. 총 7가지 챕터, 80피스(개수)의 방대한 규모다.
7가지 챕터의 특징을 한마디로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스웨터’는 하이 주얼리로 재해석된 드로스트링(옷, 신발, 가방 등을 묶는 끈)이 특징이고, ‘그래픽 라인’에서는 리듬과 속도감을 불러일으키는 샤넬 셰브론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각 챕터마다 프레스티지 라인을 보유하는데, ‘그래픽 라인’의 경우 더는 구하기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엄지손가락에 맞먹을 만큼 큰 카슈미르 사파이어가 이용됐다. 지중해의 짙푸른 바닷빛보다 더 심도 깊게 투명한 파랑을 지닌 카슈미르 사파이어는 신비로운 색상만큼이나 구조감도 대단했다. 링 하나에 17.18캐럿, 목걸이엔 10.15캐럿이다. ‘샤넬 프린트’는 오픈워크(속이 보이는) 스타일의 스포츠 프린트로 재해석된 샤넬 로고가 눈에 띄고, ‘퀼티드 아이콘’은 브랜드 상징인 퀼팅 모티프를 오픈워크 등을 통해 스포티하게 해석했다.
‘스포티 5′는 말그대로 샤넬의 상징인 숫자 5를 이용한 스냅 후크 형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골드 슬라이더’는 활동의 편의성과 제품을 조율하는 자율성 등을 강조해 조정 가능한 버튼 형태의 슬라이더가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컬렉터’에서는 승리의 상징인 별 속에 또 다른 샤넬의 상징인 숫자 5 등 다양한 모티프를 볼 수 있다. 따로 구입할 수는 없고 5개가 한 쌍이다.
프레데릭 그랑지에(Frédéric Grangié) 샤넬 워치 & 화인 주얼리 사장은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창의성(미학), 장인정신, 원석 이 모든 면에서 한계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강조하는 점도 바로 그러했다. 미학(aesthetic), 기술 노하우(technical savoir-faire), 원석(gemstones) 등에서 샤넬다운 기준이란 무엇인지 보여줬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대담한 컬러 사용 등 미학적인 부분에서의 창조성을 봐도 그렇고, 제품 하나를 제작할 때 최대 수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장인 정신의 한계란 없다’는 기치 역시 읽어낼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은 다시 하나로 모였다. 프레데릭 그랑지에 사장이 강조하는 ‘한계가 없다’는 말은 디자이너로서 기존의 틀을 깨며 여성에게 자유를 부여하고자 했던 가브리엘 샤넬 여사의 인생 철학을 두고 했던 말이 아니었을까.
이번 론칭 현장에서 프레데릭 그랑지에 샤넬 워치&화인 주얼리 사장과 다시 만났다. 수많은 매체 중 일부만 가능한 만남이었다. 한정된 시간이 주어졌지만, 역설적으로 ‘한계가 없다’라는 주제부터 시작했다.
“샤넬에 있어 하이 주얼리는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기에 브랜드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샤넬은 하이 주얼리 분야의 젊은 주자이고, 10년, 20년, 40년 전의 테마를 재해석하기보단 오늘과 내일의 유산(patrimoine·패트리모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늘 샤넬이 하는 모든 것은 브랜드의 창작물이 되고, 그 깊이가 깊어질수록 더욱 밀도 있고 풍부한 스토리를 가진 내일의 패트리모니가 완성된다. 현재 샤넬의 넘버 파이브, 트위드 등의 모티프들은 훗날 브랜드 유산의 키(key) 요소가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
프레데릭 그랑지에(Frédéric Grangié) 샤넬 워치&화인 주얼리 사장. 프레데릭 그랑지에는 1992년 인스티튜트 수페리어 드 마케팅 럭스를 졸업한 후 일본 루이비통 CEO를 역임했다.

프레데릭 그랑지에 샤넬 워치&화인 주얼리 사장 인터뷰
-1921년 샤넬 여사의 스포츠 아뜰리에를 필두로, 1932년 샤넬 여사가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을 선보일 때, 착용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걸쇠가 없는 주얼리와 다양한 활용성과 개성을 선사하는 변형 가능한 주얼리를 선보여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대공황과 남성 중심 주얼리 시장을 극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여성복에 스포티한 스타일을 도입하며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도 생각된다. 이렇게 그 당시에는 여성이 스포티한 옷을 입는다는 것이 획기적인 일었지만, 요즘의 스포티함은 유행과 같이 흔하다. 100년 전에 획기적이었던 아이디어를 오늘 날 다시 재해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늘 날에 그 시대의 스포츠의 개념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
“훌륭한 질문이다. 미래의 패트리모니를 만들어가고 있는 샤넬에게는 지금이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샤넬은 1921년에 스포츠 아뜰리에를 만들었고, 1920년대에 들어서 스포티한 디자인에 집중했다. 당시 샤넬 여사의 스포츠 아뜰리에는 매우 천재적이고 비전있는 결정이었다. 아무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스포츠, 특히 여성의 스포츠 영역을 개발하기로 한 창의적인 업적을 향해 103년이 지난 오늘 헌사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1920년대의 여성 패션은 지금과 많이 달랐는데, 가브리엘 샤넬은 최초의 비치웨어 컬렉션과 여러 가지 스킨케어 제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어쩌면 샤넬이 이러한 브랜드 초기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시 한 번 다루는 것이 당연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번 컬렉션은 샤넬의 하이 주얼리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컬렉션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번 컬렉션은 패트리스의 창의적인 작업을 통해 전에는 공개된 적 없었던 가브리엘 샤넬의 라이프와 레전드의 시기를 처음으로 하이 주얼리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가장 높은 단계의 하이 주얼리와 스포츠의 결합은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미 유명 매체들과 아트 디렉터들은 오래전부터 다뤄오던 도전적인 조합이었다. 이러한 스토리를 알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번 주얼리는 스포츠웨어를 만드는 방식처럼 몸의 구조에 맞고 착용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주얼리를 구현하기 위해 정제된 유선형 라인으로 디자인되었다. 쉐브론 모티프는 리듬과 스피드를 연상시키고, 점차 가늘어지는 부피와 형태, 그리고 깔끔하고 매끄러운 윤곽이 돋보이며, 대담한 컬러 라인으로 룩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또, 가브리엘 샤넬의 대표적인 아이콘들을 스포티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모티프와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인다. 숫자 5는 크로노미터 타이포그래피로, 사자는 문장으로 표현했으며, 별은 승리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또한 최초로 샤넬 로고를 오픈워크 각인 형태로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도입했다. 변형 가능한 모듈 컨셉으로 착용감이 가볍고 움직임이 자유로운 앙상블을 완성했다.
주얼리로의 기능적인 접근을 통해서도 샤넬의 기술 노하우로 고유의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냈다. 체결 시스템으로 그래픽적인 평면 표면 디자인을 구현하고, 주얼리의 중앙에 스포츠 장비에서 차용한 퀵 릴리즈 피팅 방식을 적용한 잠금장치를 사용했다. 또한, 실제로 숫자 5의 형태로 새롭게 디자인한 로프 연결용 고리, 2.55 백에서 가져온 회전식 잠금장치, 그리고 버클과 루프 세트 등이 등장한다.샤넬 퀼팅 모티프는 고기능성 오픈워크 패브릭 스타일로 재해석해 스포츠 모티프 장식의 유연한 메쉬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또한 샤넬에서 ‘스포츠 코드’ 라는 이름의 튜브 체인을 특별히 개발했다.
-원석을 공수하는 것도, 이를 잘 알리는 것도 능력이다.
“우수한 원석을 공수하려면,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하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창의성과 궁극의 장인 정신이 있는 아뜰리에, 그리고 우수한 퀄리티의 원석이다. 이 중 원석은 그냥 나가서 살 수 있는게 아니다. 2017년에 내가 조인했을 당시 좋은 원석을 소싱할 수 있는 충분한 버젯과 우수한 인력의 인하우스 팀이 있었고, 이번 컬렉션의 카슈미르 사파이어 중 첫 번째 피스는 2017년에 구매했던 원석을 사용했다. 그때부터 동일한 퀄리티와 원산지의 사파이어 원석 5피스를 공수하여 6년 만인 2024년, 이번 컬렉션을 위한 최고의 세트를 완성했다. 언제 어떤 컬렉션에 사용하게 될 지, 몇 년이 지나 사용하게 될 지 모르지만 훌륭한 원석을 발견했다면 지금 바로 구매해야 한다. 이번 컬렉션의 그래픽 라인에 포함된 5피스의 카슈미르 사파이어 피스들처럼. 이 단계의 일은 매우 즐겁다. 전문가들과 함께 원석을 두고 평가하는 작업을 일 년에 여러 번 거친다.”
이번 컬렉션에선 귀금속과 하이테크 소재의 결합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랑지에 사장은 ‘샤넬 프린트’의 커프를 보여주며 “놀랍다”는 말을 연달아 했다. 그의 경탄하는 듯한 눈빛을 굳이 마주치지 않아도, 이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눈은 이미 동그래져 있었다. 저밀도와 뛰어난 견고함 모두를 갖춘 탄소섬유로 초경량 스포츠 커프를 제작했는데, 이는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커프와 서로 반반씩 섞어 이용할 수도 있었다. 견고한 초경량 알루미늄에 새로운 컬러를 입히고, 원석의 컬러톤에 더욱 완벽하게 매치되는 톤의 래커칠을 통해 컬러 팔레트를 확장했다.
ⓐ 스웨터 네크리스. 에메랄드 11피스 총 37.18 캐럿. ⓑ 그래픽 라인 링. ⓒ 샤넬 프린트 커프(카본). ⓓ 샤넬 프린트 커프(다이아몬드).

-이번 컬렉션의 80피스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나의 선택은 피라미드의 꼭지점인 스포티 5 라인이다. 이번 디자인은 무브먼트(움직임)와 fast light(물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빛의 속도)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이 피스에서 뚜렷이 찾아볼 수 있다. 이 목걸이에 담긴 원석과 세공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 제품은 나에게 더욱 특별한데, 가장 첫 번째 드로잉(밑그림작업) 단계부터 지켜봐 왔고, 아뜰리에까지의 과정을 거쳐 완료된 이후에는 지금 처음 본다. 언젠가 어떤 운이 좋은 클라이언트와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
원석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번에 선보이는 주얼리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은 이 사파이어 반지이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최고의 원석을 둘 다 갖춘 천만 유로 가격의 링이다. 사파이어가 17캐럿에 이르는데 이러한 퀄리티의 카슈미르 사파이어 피스는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다. 또 하나의 주요 피스는 이 스포티 5 네크리스이다. 패트리스가 처음 가져왔을 때, 전에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디자인에 변형 가능하고, 경쾌하면서도, 실용성까지 갖추길 원했다. 그 결과, 이 주얼리는 3백만 유로에 달하는 하이 주얼리 피스이지만 이 후크 디자인이 있어 등산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 하이 주얼리에 있어 처음으로 시도하는 스타일이고, 수 백 시간에 걸쳐 완성했지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여기 사용된 최고의 퀄리티를 지닌 5.55캐럿 다이아몬드 피스 또한 매우 특별하다. (5는 샤넬의 상징적인 숫자이기 때문에 )나는 이 5.55캐럿 다이아몬드로 만든 피스를 사고 싶었고, 패트리스가 언제 이 원석을 사용할 지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그가 탄생시킨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이번 컬렉션은 세밀한 디테일까지 들으면 들을수록 마치 그림의 퍼즐을 채워가는 듯한 생각의 움직임도 자극했다. 그는 몇 가지를 짚었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해주었을 것이다. 단순히 아름다워서, 원석이 크고 신비해서가 아니라 그 만듦새와 그를 이뤄낸 창의력의 자유에 매료돼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근래에 들어 이렇게 아이처럼 들뜬 모습과 설렘으로 가득찬 CEO의 열정적이고 애정 넘치는 설명은 오랜만이었다. 단지 CEO여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인 흥미와 탐구심, 호기심을 채워갈 때의 모습 같았다.
-샤넬 여사는 ‘주얼리는 한 시대를 상징하고, 나는 샤넬 주얼리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Les bijoux marquent une é poque. J’aimerais que la mienne soit marqué e par les bijoux Chanel)’고 했는데, 이번 컬렉션으로 어떻게 이 시대를 표현할 수 있나?
“그녀는 창작물들을 통해 자유로움(freedom)을 표현했고, 이는 움직임의 자유와 스포티함의 아름다움에 관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스포츠라고 하면 그래픽적이고 스피드와 패스트 라인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 당시 그녀의 창작물들도 매우 모던했다. 올해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도 비슷하다. 패트리스가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패스트 라인과 실용성, 아름다움, 쿨함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러한 스타일은 샤넬이 처음일 것이다. 카본을 작업할 수 있는 장인들을 찾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샤넬 기준에 맞게 타협하지 않고, 과감하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최고의 최적의 조건을 찾아낸다. 진정한 하이 주얼리인 것이다. 이번 컬렉션은 샤넬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이며, 이번 시도는 하이 주얼리에서는 처음이므로 후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게 될, 흔치 않은 순간 중 하나 일 것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