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또는 전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 이야기
입력 2024.02.02 09:45

[Luxury Inside] Brand Story ⑨ – 바쉐론 콘스탄틴
1755년에 설립된 바쉐론 콘스탄틴. 프랑스 혁명을 거쳐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 남으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시계 제조사로 시계 브랜드 역사의 첫 장이 됐다.
뛰어난 시계 제작자들이 모여든 스위스 제네바는 활기가 넘쳤다. 18세기 최고의 시계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장 마크 바쉐론((Jean-Marc Vacheron))의 열정은 타고난 재능만큼 놀라웠다. 24세 나이에 최초의 견습생을 고용하면서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의지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고용 계약서가 1755년 메종의 탄생 시점을 증명한다.
장 마크 바쉐론이 초기에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포켓 워치. 실버 워치의 무브먼트에는 '제네바의 장 마크 바쉐론(J.M. Vacheron A GENEVE)' 란 시그니처가 새겨져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바쉐론 콘스탄틴 메종의 창조자들
1755년 9월 17일, 역사가 시작된다. 장 마크 바쉐론은 생제르베(Saint-Gervais)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첫번째 견습생인 이사야 장 프랑소아 히티어(Essae Jean Francois Heier)를 고용했다. 그리고 그의 재능은 둘째 아들 아브라함 바쉐론(Abraham Vacheron)에게 유산된다. 가업을 이어받은 아브라함 바쉐론은 수많은 도전을 넘어서야 했다. 프랑스 혁명과 프랑스 군대의 제네바 점령 등, 당시의 상황은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태도와 열정도 물려 받았기에 수많은 시계 제조사들이 문을 닫았음에도 꿋꿋하게 가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1780년대 말, 처음으로 명성을 드높인 레핀(Lépine: 두께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복잡하고 정교한 무브먼트) 스타일의 시계를 제작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창립자 장 마크 바쉐론. 18세기 최고의 시계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장 자크 바쉐론의 재능은 둘째 아들 아브라함 바쉐론(Abraham Vacheron)에게 유산된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1810년대부터는 자끄 바텔레미 바쉐론이 메종의 경영을 이어 받았다. 야심차고 대담한 그는 바쉐론의 세계 진출 문을 열었다. 두 개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뮤지컬 워치 등과 같이 더욱 정교한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상업적 측면을 한층 강화하여 스위스 국경을 넘어 프랑스와 이탈리아까지 바쉐론의 명성을 퍼져 나가게 했다.
장 마크 바쉐론의 손자 자끄 바텔레미 바쉐론. 아브라함 바쉐론의 뒤를 이어 가업을 유산받은 그는 바쉐론의 세계 진출 문을 열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장 마크 바쉐론의 위대한 유산
바쉐론 콘스탄틴 메종의 창조자인 장 마크 바쉐론이 남긴 위대한 유산은 포켓 워치다. 1755년에 제작된 이 시계는 수작업으로 섬세하게 작업한 골드 핸즈가 특징이다. 또한 아라베스크 양식으로 제작된 밸런스 콕(무브먼트 등 다른 부품을 지지하는 부품을 부착하는 것)이 수준 높은 장인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기술적인 예술로서의 바쉐론 콘스탄틴의 기원이 되는 시계라 할 수 있다. 이 경이로운 실버 워치의 무브먼트에는 ‘제네바의 장 마크 바쉐론(J.M. Vacheron A GENEVE)’란 시그니처가 새겨져 있다.
프랑소와 콘스탄틴과의 만남
역사의 두번째 장은 프랑소와 콘스탄틴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열린다. 상인의 아들이었던 프랑소와 콘스탄틴은 알프스와 쥐라 산맥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사업가의 자질을 키워 나갔다. 자끄 바텔레미 바쉐론과 프랑소와 콘스탄틴은 같은 제네바 출신으로 시계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고, 마침내 ‘바쉐론&콘스탄틴’이라는 회사 탄생으로 이어졌다.
자끄 바텔레미 바쉐론과 프랑소와 콘스탄틴은 같은 제네바 출신으로, 이 둘의 만남은 ‘바쉐론&콘스탄틴’이라는 회사 탄생으로 이어졌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1819년 7월 5일, 토리노로 여행하는 동안 프랑소와 콘스탄틴에게 편지를 썼는데, ‘가능한 한 더욱 잘하라.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라는 문구를 담았다. 이 문구가 현재까지도 메종의 모토이자 심장이 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라는 이름의 고귀한 예술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카이브는 그야말로 고귀한 예술품을 큐레이팅한 박물관이다. 1824년 초기에 제작된 옐로 골드 소재 시계는 블루 컬러 샹르베 에나멜로 구현된 이탈리아 지도가 케이스에 장식됐다. 감탄을 자아내는 이 놀라운 작품은 12개의 로마 숫자가 돋보이는 투톤 다이얼 가장자리에 미닛 스케일이 배치되어 있으며, 6시 방향에 스몰 세컨즈가 자리잡고 있다. 경이로운 디테일과 정교함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제네바 장식의 특징이 됐다.
바쉐론 콘스탄틴 초기에 제작된 옐로 골드 소재의 시계. 블루 컬러 샹르베 에나멜로 정교하게 구현된 이탈리아 지도가 케이스가 예술적이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말테 크로스 로고의 탄생
모두가 바쉐론 콘스탄틴의 이름과 함께 기억하는 ‘말테 크로스’ 로고는 1880년에 탄생했다. 이 심볼은 베른에 위치한 스위스연방 상표등록처에 등록되어 있다. 배럴 커버에 장착된 무브먼트 구성품의 디자인에서 탄생했는데, 스프링에 일정한 힘을 가해 정확성을 향상시켜 최고의 정교함을 추구해온 메종의 신념을 상징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로고 '말테 크로스'. 배럴 커버에 장착된 무브먼트 구성품의 디자인에서 탄생됐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여성용 손목 시계의 시작
바쉐론 콘스탄틴 초기의 여성용 손목 시계는 시계 역사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두 개의 날개가 달린 여신 모양의 장식이 돋보이는 브레이슬릿은 정교한 인그레이빙과 섬세한 수공 기술의 극치다. 또한 다이얼에 세팅된 다이아몬드의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명성을 높였다. 동시에 와인딩 크라운이 디자인의 균형을 방해하지 않도록 베젤을 회전하여 시간을 설정하는 독창적인 장치를 개발했다.
여성을 위해 제작된 초기의 손목시계 중 하나. 두 개의 날개가 달린 여신 모양의 장식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브레이슬릿을 지닌 시계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첫 번째 부티크 오픈
20세기 초, 메종은 루마니아의 왕비 마리, 헨리 제임스와 윌리엄 제임스 형제, 제롬 보나파르트의 손자인 나폴레옹 왕자와 같은 왕족과 귀족들로부터 시계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이와 함꼐 바쉐론 콘스탄틴 최초의 부티크가 1906년 8월 1일에 오픈됐다. 이 역사적인 부티크는 제네바 아일랜드 1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최초의 부티크는 1906년 8월 1일에 오픈됐다. 이 역사적인 부티크는 제네바 아일랜드 1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바쉐론 콘스탄틴의 찬란한 270년 아카이브
1755년부터 현재까지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카이브는 찬란한다. 1906년 밀라노 세계 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으며, 파티알라 지역의 왕을 위한 손목 시계, 미국의 자동차 엔지니어 시계 수집가인 제임스 워드 패커드를 위한 시계 등은 제네바 시계 제작 기술 전통의 극치를 보여준다.
미국의 자동차 엔지니어이자 시계 수집가인 제임스 워드 패커드를 위해 제작된 시계.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1920년대엔 미국 시장을 겨냥한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의 아방가르드한 시계 ‘아메리칸’을 탄생시켰고, 1932년엔 메종이 코티에( Mr. Cottier)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Ref. 3372′로 알려진 최초의 ‘코티에 시스템’ 월드 타임 시계를 공개했다. 중앙 다이얼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디스크를 통해 24개의 타임 존을 표시하며, 외부 베젤에는 세계 주요 도시 31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실용적인 컴플리케이션이 최초로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2021년 ‘아메리칸 1921′ 모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계가 재현되기까지,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이코닉 시계 아카이브는 은하수처럼 무수하다.
1920년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비밀스럽게 제작된 아이코닉 시계 '아메리칸'. 이 모던한 시계는 2021년 100주년을 기념해 다시 재현되기도 했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31개의 타임 존을 표시하는 세계 최초의 월드 타임 시계. 실용적인 최초의 컴플리케이션으로 바쉐론 콘스탄틴 아카이브를 빛냈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총 130캐럿에 달하는 118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여 완성된, 그리스어로 "최상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칼리스타'. 6천시간에 걸쳐 제작된 가장 화려한 워치메이킹 제품 중 하나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바쉐론 콘스탄틴의 아이코닉 컬렉션 '에제르'. 여성을 위한 새로운 컬렉션으로, 독립적이며 당당한 오늘날의 여성의 모습을 반영한 클래식이다.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

바쉐론 콘스탄틴은 기술과 예술이 일치된 창조물로, 사람의 손끝으로 이룰 수 있는 정교함, 섬세함, 정확함의 완벽한 삼위일체다. 모든 세상의 기술품들이 로봇과 AI가 만들어내는 시대가 온다 해도 이를 대체할 수 있을까. 시계 애호가들이라면 누구나 바쉐론 콘스탄틴의 미학적 아름다움이 오로지 장인들의 손끝에서 손끝으로만 유산되길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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