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에나 라운지 청담 오픈
‘더 시에나’ 남훈 대표·홍승완 CD인터뷰
이탈리아 패션 전문가와 패션 디자이너의 만남
골프+리조트+일상복, 기존에 없던 스타일 선봬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배우며 신선한 시각 열어놓고 있어”
이탈리아 휴양 도시의 아늑함을 서울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을까. 이탈리아를 그대로 옮겨오진 못한다하더라도 마치 이탈리아에 있는 듯, 이탈리아를 입은 듯한 감성은 누려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더 시에나 라운지 청담’에서다. 최근 제주 서귀포에 오픈한 7성급 프레스티지 리조트 더 시에나 리조트 & 골프 회원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라운지다. ‘시에나’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하 1층 와인바, 1층 더 시에나 라이프 매장, 2층 더 시에나 홍보관 & 갤러리, 3층 회원 전용 프라이빗 레스토랑, 4층 회원 전용 프라이빗 위스키 바로 구성돼 있으며 지하 1층 비노 탭 시에나(Vino tap Siena) 와인 바에선 세계 각국 캐주얼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편하게 즐길 수 있다. 1층 더 시에나 라이프는 더 시에나 그룹에서 론칭한 골프&리조트 웨어 브랜드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도시인 ‘시에나’의 자연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골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믹스&매치할 수 있도록 스포츠와 패션의 조화로운 룩을 선보인다. 2층에 위치한 더 시에나 홍보관 & 갤러리는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며, 아트 피스를 전시할 예정이다. 3층 레스토랑은 유럽피안 스타일 브런치, 제철 식재료 와 제주의 신선함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더 시에나 리조트 회원 전용 다이닝 레스토랑, 4층은 회원 전용 프라이빗 위스키 바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프리미엄 위스키와 와인을 제공한다. 신동휴 더 시에나 그룹 회장은 “더 시에나 라운지 청담은 단순한 럭셔리가 아닌 휴식의 순간까지도 특권으로 향유하기 원하는 진정한 프레스티지 고객들을 위한 배려와 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며 “브랜드 더 시에나 라이프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7층,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25일까지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6층에서 팝업스토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라운지 오픈에 맞춰 골프&리조트 웨어 브랜드 ‘더 시에나’를 이끄는 두 주인공 남훈 대표와 홍승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남훈 대표는 삼성물산패션부문의 ‘란스미어’ 총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맨온더분’ 등 프리미엄 편집매장 디렉터 등로 활동하며 국내 패션계에서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홍승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1994년 도쿄컬렉션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해 서울패션위크 초창기부터 참여하는 등 테일러링에 기반한 유니섹스 브랜드를 운영해온 국내 굴지 디자이너다. ‘스위트 리벤지’ ‘로리엣’ 등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고, 5년간 골프웨어 브랜드와 비즈니스웨어 CD 역할도 맡은 정통파다. 유명 재계 오너들은 물론 K팝스타·배우 등이 먼저 찾을 정도로 국내 패션계에선 독보적인 입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든 권위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배우며 신선한 시각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과는 다른 개념의 골프&리조트 웨어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이미 오랜기간 골프를 즐기면서, 골프가 단지 과시욕이나 보여주기식의 레저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골프’의 세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관점이 깔렸다. 유럽 특유의 여유와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감성을 바탕으로, 우리가 그간 잊고 살곤 했던 ‘즐긴다’는 미덕을 삶에서 제대로 향유할 수 있게 해보자는 것이다.
―패션계 각자 분야에서 이름나신 두분인데요,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됐나요.
남: “우선 둘다 골프를 오랜 기간 쳐오면서 즐겁게 대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이 있었지요. 홍승완 대표는 디자이너로서, 저는 이탈리아와 관련된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고 다른 전문적인 시각을 가졌지만 기존 골프 웨어 등에선 무언가 부족하다는 걸 항상 느껴왔습니다. 그에 대한 갈증과 갈망을 이야기 하다 이렇게 만났습니다. 홍승완 CD가 디자인을 하고, 우리가 이탈리아 유명 원단 제조사 등과 직접 협의해 패턴을 만들어 공급받고, 또 이탈리아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콜롬보나 스포츠웨어 폴앤샤크처럼 일부 유명 제품도 ‘더 시에나’의 분위기에 맞게 선별해 선보입니다.”
홍: “가끔가다 골프장에서 보면 ‘나 스킬 좀 있어보인다’라며 티 내기 위한 의상을 입는 이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띕니다. 아마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많이 들 아시겠지만 해외 등을 방문해보면 편안한 복장들로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많거든요. 골프장 그늘집, 식당에서 너도나도 서로 복사한 듯 입는 ‘그런 옷’들 외에 좀 더 품위있으면서도 품격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코로나로 골프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했습니다. 골프 웨어도 마찬가지여서 일부에선 레드오션이라고 합니다.
남: “레드오션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보다는 그동안의 과도한 팽창에서 이제 정상적인 길로 되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상이 정상화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지요. 패션계도 코로나 이후 하이엔드와 중저가 제품군만 살아남고 있습니다. 골프 웨어도 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 봅니다. 한순간의 하이프(hype)같은 유행 현상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진짜 골프 애호가들이 남게 되고, 그들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분의 뜻이 잘 맞을 수도 있지만, 100명이면 100개의 취향이 있듯 서로 합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텐데요.
홍: “제가 오랜 기간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젊을 때는 제가 디자인을 ‘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주체가 돼서 내가 원하는 대로 펼쳐 놓는 것이 디자이너가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제 와 살펴보니 정말 좋은 디자인은 디자인이 ‘되는 것’이더군요. 둘은 굉장히 차이가 있습니다. 나의 어떤 자아를 막 펼치고 싶을 때는, 주체가 돼서 몰입하고 과부하가 걸릴 정도였지만 지금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율하며 ‘디자인이 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남훈 대표님의 이탈리아에 대한 전문적인 시각을 존중하고, 서로 배워가며 조율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감성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적 삶이란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남: “이탈리아에선 많이들 아시겠지만 유럽인들이 대개 그렇듯 일과 휴식의 분리가 철저합니다. 여기서의 분리라고 하면 용도에 맞는 의상 착용도 포함합니다. 패션의 본고장이라 부르듯, 산악 하이킹을 즐기거나 해변을 거닐거나 그에 맞는 패션이 발달합니다. 스톤 아일랜드나 폴앤샤크 같은 브랜드들이 산악 마니아를 위한 대표적인 제품이죠. 하지만 골프는 좀 다릅니다. 평상복 차림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들 삶에서 골프는 어쩌면 훨씬 자연스러운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더 시에나 역시 골프를 위한 기능은 충족시키되, 일상복으로 입어도 전혀 무리 없는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요즘 ‘올드머니룩’이란 용어가 유행인데요. 로고 플레이에 대한 싫증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원단에 대한 중요성을 아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느낍니다.
홍: “골프를 칠 때 힘을 빼야 스윙이 더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의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까지의 전략은 아마 20m밖에서도 대번에 무슨 브랜드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골프 웨어의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재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자연스러운 색감을 중심으로, 초록, 주홍빛을 메인 컬러로 삼되 이탈리아의 바다빛을 닮은 푸른 계열들, 태양빛의 노란 계열들 등이 있지요. 예를 들어 초록은 토스카나의 자연을, 주홍 붉은 계열은 토스카나의 과일을 닮았다고 할까요. 또 베이지 같은 뉴트럴 컬러 등 다양한 색상을 대신 튀지 않게 사용하며 마치 옷에 폭 안긴 듯한 푸근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자 합니다. 그 소재의 차이를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니트류이고, 저희의 가장 주력도 역시 니트입니다.”
남: “저희의 차별점은 골프&리조트 웨어와 일상복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면서 서로 섞어서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아까 이탈리아적 삶의 특징 중 하나처럼 일상복과 골프웨어를 같이 입어도 서로 어긋나거나 위화감이 없습니다. 아마 기존 국내 골프웨어 분야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느낌일 거에요.”
―브랜드 이름은 ‘더 시에나’지만 회사 이름은 ‘더 시에나 라이프’입니다. 앞으로 라이프 스타일로 확장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남: “물론이지요. 2층을 갤러리처럼, 저희 집에 있던 책도 가져와보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 바로 그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우선 화장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골프칠 때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크림을 잔뜩 바르는 것까지는 생각하는데, 실상 지우는 제품도 중요하거든요. 저희가 직접 시도해보고 느꼈던 점을 골라 누구나 알긴 하지만 특별히 시도하지 않아 기존에 없던 영역을 새롭게 창출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작은 회사이지만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꼭 해보려고 합니다. 또 가능하면 해외에도 진출시켜 우리의 정서가 배어있는 리조트 웨어를 해외에 선보이고 싶습니다. 현재 파리 쇼룸에 내보일 계획입니다.”
홍: “남훈 대표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저희는 행복한 제품을 선보이는 게 지향점입니다. 그런데 행복은 남들이 입거나 유행하는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내 스타일 옷을 입었을 때 그 행복이 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스스로 책 한권을 만들어갈 수 있는 옷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사실 좀 전에 남훈 대표님 하고도 이야기했는데, 건조한 대담보다는 한 잔의 와인이 더 의미있을 때도 있지 않습니까?(웃음) 일단 한번 먹고, 마시고, 입고, 그 느낌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