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봄 여름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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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2024년 봄-여름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의 셋째 날을 장식한 것은 프라다였다. 프라다 밀라노 패션쇼장은 실험실이나 창고와 같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industrial style)로 장식됐고 천장에는 끈끈한 액체가 흐르는듯 연출되어 있었다. 이 독특하고 알수없는 공간에 등장한 첫번째 오프닝 룩은 여성 모델이 남성복을 입고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패드를 넣어 과장되게 디자인된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대비되는 블랙셔츠·쇼츠를 입은 남자 모델의 입술은 붉게 메이크업 되어 있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이번 남성복 컬렉션 테마는 ‘유동적 형태(Fluid Form)’였다. 프라다는 ‘몸의 절대적 자유(an absolute freedom of the body)’를 탐구하는 여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건 곧 2024년 봄-여름 남성복 패션쇼를 지배했던 트렌드의 주제이기도 하다. 지난 몇 시즌 전 부터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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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적으로 성별을 오가거나 믹스하는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e)’는 ‘남성미’와 ‘여성미’의 혼성이 아닌 ‘나만의 미’라 할 수 있다. ‘플루이드(fluid)’란 단어 그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남성과 여성적 스타일을 오가며 나만의 스타일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자유 의지라 할 수 있다. 또한 ‘젠더 플루이드’ 패션은 성적 정체성과 무관하다. 루이 비통 남성복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패션계 최고의 이슈를 일으킨 퍼렐 윌리엄스는 아내 헬렌, 4명의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성공한 프로듀서, 가수, 기업가이기도 한 퍼렐 윌리엄스는 여성용 트위드 재킷과 진주 목걸이를 매치시키는 등 성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스타일로 주목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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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 윌리엄스의 첫번째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도 젠더 플루이드가 돋보였다. 루이 비통의 상징적 패턴인 다미에와 카무플라주(camouflage : 얼룩덜룩한 보호 무늬가 들어간 밀리터리 룩의 하나)를 합친 독창적인 ‘다무플라즈((Damouflage)’ 프린트를 중심으로 퍼렐 윌리엄스 자신이 즐겨 입기도 하는 스커트처럼 보이는 폭 넓은 무릎 길이 쇼츠와 형형색색의 컬러들과 패턴, 남자를 위한 진주 목걸이와 브로치 장식, 다양한 백의 스타일링을 펼쳤다. 2024년 봄-여름 남성복의 ‘젠더 플루이드’는 파리 패션위크의 디올에서 절정에 치달았다. 디올 남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5주년을 맞은 킴 존스는 꽃과 반짝이는 보석 장식, 그리고 트위드의 향연을 펼쳤다. 킴 존스는 ‘오뜨 쿠튀르 하우스인 디올로부터 상속받은 여성복의 요소들을 남성복에 적용한 것’이라 설명했다. 사실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바지, 재킷, 셔츠 등은 원래 남성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제 원래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남성의 일상복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패션에서 젠더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취향과 무관한, 스타일로서의 ‘취향’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