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의 럭셔리 수트케이스가 되기까지, 리모와 120년간의 세계일주
입력 2023.07.13 03:00

[Luxury Inside] 브랜드 스토리① - 리모와 
괴테는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지가 아니라 여행 자체가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1898년생 리모와는 그 ‘여행의 목적’ 자체가 될만큼, 모두가 꿈꾸는 위시리스트가 됐다.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 벤츠는 자신의 리모와 알루미늄 수트케이스가 전세계 여행지의 스티커로 뒤덮여있는 자신 인생 여행의 기록이라 표현했다. 그렇게 리모와는 수트케이스를 뛰어 넘어 여행자들의 트래블러 노트이자 평생 인생 여정의 동반자가 됐다. 리모와는 어떻게 전세계 여행자들의 최고급 드림 수트케이스가 됐을까?
독일 항공 융커스 비행기에서 영감 받아 세계 최초의 알루미늄 수트케이스가 탄생했다.
1898 독일 쾰른, 리모와 아이덴티티의 시작
세계를 향한 리모와의 여정은 1898년 독일 퀼른에서 시작된다. 창립자 파울 모르스첵(Paul Morszeck)은 동그란 원형 선 안에 퀼른 대성당을 그려 넣은 로고로 ‘메이드 인 독일 퀼른’이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내세웠다. 창립 때부터 가장 현대적인 수트케이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당시 일반적인 소재였던 나무와 가죽을 사용해서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뛰어난 핸드 크래프트의 고급스러우면서도 가벼운 파울 모르스첵의 여행 가방은 당시 초대형 사이즈의 수트케이스를 들고 여행을 다녔던 상류층 사이에서 소문나기 시작했다.
리모와 포토케이스는 유명 사진작가, 영화감독, 예술가들을 통해 퍼져나가며 리모와를 럭셔리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1930 화염으로 재가 된 공장에서 발견한 미래
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실수나 사건 속에서 탄생하곤 한다. 그리고 불운이 행운으로 반전되기도 한다. 파울 모르스첵이 좀 더 가벼운 수트케이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때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다. 나무와 가죽 등 수트케이스의 재료들이 다 타서 재가 되었는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재료는 내연성이 있는 알루미늄 뿐이었다. 공장의 화재는 위기 였지만 그 속에서 파울 모르스첵은 좌절 대신 미래를 발견했다. 화염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알루미늄으로 수트케이스를 개발하는 새로운 꿈이 시작됐다. 그리고 1937년, 수트케이스 제조 사업에 합류한 파울 모르스첵의 아들 리차드 모르스첵이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수트케이스를 공개한다.
1976년 고가의 촬영 장비를 급격한 날씨 변화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포토케이스가 개발됐다.
1937 최초의 비행기가 최초의 알루미늄 수트케이스로
1930년대가 되며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대중화됐다. 그만큼 마차와 기차로 여행 다니던 때보다 더 가벼운 수트케이스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 비행기 여행이라는 대혁신이 일어나는데 마차나 기차 여행에 맞춰진 수트케이스에 머물 수 없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수트케이스를 연구하던 파울 모르스첵의 열정은 아들 리차드 모르스첵에게 유산됐다. 그리고 리차드 모르스첵은 1915년 독일 항공 제작사 융커스의 비행기에 빠져들었다. 이 비행기는 세계 최초로 동체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항공기였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 가벼워야져야 하는 것처럼, 수트케이스도 가벼워져야 하고 비행기처럼 제작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이제껐 본적 없는 경이로운 혁신에 비행기로 여행을 시작했던 상류층들은 열광했다. 세계 최초 알루미늄 수트케이스의 성공과 함께 미래를 내다본 리차드 모르스첵은 독일어 ‘Richard Morszeck Warenzeichen’의 앞의 두 글자씩을 이어붙여 리모와(RIMOWA)라고 브랜드 명을 변경했다.
리모와의 아이코닉 클래식인 알루미늄 수트케이스. 특히 좁고 긴 홈의 그루브 패턴은 리모와의 대표적 상징이자 아이덴티티다.
1950 그루브의 탄생, 전세계 젯셋족의 드림 수트케이스로
1950년대가 되며 알루미늄 케이스를 잇는 리모와의 확고한 아이덴티티이자 아이콘이 탄생했다. 가방 위에 좁고 길게 홈이 파진 디자인의 ‘그루브’ 패턴이다. 이 그루브 패턴은 단순한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다. 수트케이스가 무겁더라도 운반하기 편리하며 쉽게 미끄러지지 않아 가방 안의 짐을 보호되도록, 10여 년의 시간을 투자해 개발된 디자인이다. 또한 리모와는 알루미늄, 구리, 망간, 마그네슘의 경합금인 두랄루민(Duralumin) 소재의 알루미늄 수트케이스 ‘토파즈(Topas)’ 로 또다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두랄루민은 1932년 독일 비행기 융커스(Junker) JU52 모델 제작에 사용됐는데, 두랄루민으로 만들어진 토파즈는 열대지방 여행을 위해 특별히 개발되어 견고한 외장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 변화에 내성이 강하다. 이때부터 리모와의 빛나는 두랄루민 알루미늄 소재와 그루브 패턴은 전세계를 누비는 젯셋(jet-set)족의 아이코닉 스타일이 됐다. 리모와 수트케이스 자체가 트래블 룩을 빛내는 트로피가 된 것이다.
여행을 하며 생긴 리모와 수트케이스 표면의 스크래치와 찍힘이 오히려 자랑거리가 되는 리모와만의 문화가 형성됐다.
1976 저명한 아티스트들의 예술적 포토케이스와 수트케이스로
리모와의 명성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시기, 그 정점엔 세계 최초로 방수처리 된 포토 케이스와 열대지방용 포토케이스의 탄생이 있다. 리모와의 3대 CEO인 디터 모르스첵(Dieter Morszeck)은 고가의 촬영 장비를 급격한 날씨 변화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포토케이스를 만들었고, 세계적인 사진가, 영화 감독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리모와 포토케이스와 수트케이스를 들고 촬영을 떠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퍼져 나갔다. 이 포토케이스들은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됐고 현재도 수작업으로만 제작하고 있다. 이때부터 유명한 사진가와 영화 감독, 예술가들의 수트케이스로, 리모와는 하이엔드 명품 급의 럭셔리 수트케이스로 더욱 명성을 빛내게 된다.
하이테크와 수작업의 절정으로 럭셔리 수트케이스가 된 리모와. 수트케이스 하나에만 200여개의 부품, 90단계 이상의 공정이 들어간다.
2000 최초의 폴리카보네이트 수트케이스와 함께 다시 미래로
2000년대에 들어 리모와는 또다시 혁신의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다. 내구성과 경량감을 동시에 지닌 최초의 폴리카보네이트 수트케이스는 처음 알루미늄 수트케이스의 등장 때 이상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한 완충장치가 달린 축과 볼 베어링을 장착한 특허 받은 멀티 휠 시스템은 획기적이었다. 가볍게 360도로 회전하는 8개의 휠은 마치 피겨 아이스 스케이터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 우아하기까지 하다.
하이테크와 수작업의 절정으로 럭셔리 수트케이스가 된 리모와. 수트케이스 하나에만 200여개의 부품, 90단계 이상의 공정이 들어간다.
2017 럭셔리 제국 LVMH와 함께 모빌리티 브랜드로 
리모와는 2017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럭셔리 제국 LVMH에 합병됐다. 그 뒤로 백팩과 토트백 등의 네버 스틸(Never Still) 컬렉션과 컴팩트한 그루브 디테일 바디와 시크한 레더 포인트의 조화가 돋보이는 크로스바디 백 컬렉션 퍼스널(Personal)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렇게 리모와는 수트케이스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유행과 혁신을 리딩하는 모빌리티 브랜드로 진화하였음을 알렸다.
1898년에 시작된 리모와와 세계를 일주하는 동행자들은 우주의 갤럭시처럼 무수하게 늘어났다. 동시에 곳곳에 긁힌 스크래치와 찍힌 자국이 오히려 추억이며 자랑거리가 리모와만의 독특한 문화도 리모와만의 아카이브가 됐다. 여정의 목적지를 미래에 두는 끊임없는 혁신, 그 위에 여행자들의 추억이 기록되고 공유되며, 리모와는 계속 세계 일주를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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