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고 싶던 산토스 뒤몽의 꿈⋯ 시계로 우아하게 재탄생"
입력 2023.04.13 09:59 | 수정 2023.05.18 17:47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대표 & CEO ‘더부티크’와 단독 인터뷰

[Interview Lounge] "하늘을 날고 싶던 산토스 뒤몽의 꿈⋯ 시계로 우아하게 재탄생"
2023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더부티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대표 & CEO. ⓒ Jean-François ROBERT
-새롭게 공개된 산토스 뒤몽 스켈레톤은 역시나 눈을 번쩍이게 했다. 혁신적 요소와 숨은 차이점은 무엇인가?
“몇 년 전 우리는 산토스 컬렉션과 함께 산토스 뒤몽을 부활시켰다. 비율적 측면에서 산토스 뒤몽은 보다 얇고 더욱 우아하다. 다른 산토스 컬렉션에 비해 클래식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 까르띠에는 스켈레톤 작업을 통해 투명성에 초점을 맞췄다. 마이크로 로터를 탑재한 컴플리케이션, 산토스 뒤몽이 직접 제작한 비행기 형태를 한 로터가 특징이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물론 위트가 넘치며, 클래식하면서도 흥미롭다. 많은 고객이 우아하면서도 시적이라는 호평을 해주었다.”
-‘시적’이라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다.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은 진정한 멋쟁이였다. 고유의 강렬한 특징과 우아함을 갖추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모험가이자 공상가였다. 하늘을 날고 싶어한 그는 많은 열기구를 발명했고, 다양한 비행기들을 시도했다. 많은 순간 추락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공기보다 더 가벼워지고자 한 꿈은 그의 열정의 한 부분이 되었다. 한 소년이 품은 꿈이었지만 사실상 인류가 지속적으로 품어온 꿈이기도 했다. 하늘 위, 구름 위, 더 나아가 자유를 추구한 그의 꿈은 일종의 시가 되었다. 까르띠에에 있어 중요한 것은 ‘디자인을 위한 기술(technique serving the design)’이다. 스켈레톤을 통해 신비로운 느낌을 전하는 동시에 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당신이 시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은?
“까르띠에 워치를 특징짓는 영원불멸한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디자인과 우아함에서의 ‘비율에 대한 감각(sense of proportion)’이 그것이다.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시계는 원형이다. 까르띠에 워치의 경우 대부분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정사각형, 직사각형, 베누아의 오벌, 파샤의 사각형과 원형의 조합, 단순한 원형의 오벌을 달걀처럼 길게 늘인 쉐입의 베누아 알롱제의 독특한 형태, 마치 풍선 같은 모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베누아 형태가 찌그러진 듯한 크래쉬 워치, 탱크 아시메트리크, 탱크 쉬누와즈, 그리고 올해 재런칭한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터들을 위해 매년 까르띠에가 선보이는 리미티드 에디션 워치 컬렉션) 탱크 노말 등도 그 예다.
까르띠에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워치메이커’(Shape of watchmaker)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모든 것은 디자인에서부터 시작되어 디자인으로 향한다. 다시 말해 디자인이 기술에 우선한다. 우리는 탁월한 성능만을 추구하는 무브먼트 개발에는 관심이 없다. 시계에 적합하게 들어맞는 무브먼트를 개발하고자 한다. 올해 우리는 탱크 아메리칸을 재런칭했고, 라지 모델에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보다 얇은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하였는데, 이를 위해서는 케이스에 맞는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다시 개발해야 했다. 즉 무브먼트를 위한 케이스가 아닌, 케이스를 위한 무브먼트를 제작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까르띠에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디자인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며, 우아함, 비율, 형태가 중요하다.
새로운 메탈 브레이슬릿로 다양히 선보였는데, 탱크 노말은 서로 얽힌 매우 얇은 일곱 줄로 이뤄진 브레이슬릿, 클래쉬 [언]리미티드는 작은 비즈로 이루어진 브레이슬릿, 라 팬더 드 까르띠에에서는 입체적이면서 유연한 브레이슬릿을 만날 수 있다. 직접 보고 착용하는 순간 더욱 확실해진다. 워치메이킹에 있어서의 디테일이 까르띠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클래쉬 [언]리미티드 워치, 옐로우 골드 및 바이올렛 골드.
-디자인이 우선시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디자인 창의를 통해 인류는 시계 업계뿐만 아니라 미학적 세계의 관점에서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내고, 그리고 위대한 문학적 서사를 써내려간다고 생각한다. 메종의 유산을 고수하는 것, 그리고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나?
“두 가지가 서로 대치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어떤 디자인의 경우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한다. 이런 것들은 이미 최고라고 정의 내려진 것들이다. 베누아 워치의 원형인 최초의 오벌 쉐입 워치는 1912년에 탄생했다. 그리고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많은 진화가 있었다. 즉 디자인 스튜디오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어떻게 현재 가장 시의적절하게 보일 것인지’, ‘어떻게 오리지널 아이디어에 충실할 것인지’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서부터 재작업을 시작해 오늘날 가장 적절한 비율을 고민한다.
1920년대 시계는 훨씬 더 작았다. 지금의 매우 작은 여성용 사이즈가 당시에는 보통 남성용 사이즈였다. 따라서 전체적인 비율은 같지만 전반적인 사이즈는 좀 더 커졌다. 이것도 일종의 창의성을 요하는 부분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비율이나 두께 등을 고려해 어떤 사이즈가 현재에 적합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편 아이코닉한 형태를 재해석할 때 완전한 자유로움을 추구하기도 한다. 까르띠에 리브르가 그 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모두 반영한다. 한정 생산하며, 메종의 창의성을 발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첫 번째는 과거에 개발된 아름다운 형태를 고수하면서 어떻게 혁신적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는 사원이나 오래된 집을 레노베이션하는 것과도 같다. 한국에도 오래된 가옥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현재에 걸맞게 편안하게 만드는 한편 정원, 여닫이 문, 주변 환경,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과거에 선보였던 디자인을 존중하면서 오늘날의 비율 측면에서 그것을 착용하는 이들을 고려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두 번째는 무엇이든지 창조해낼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올해의 신제품인 클래쉬 [언]리미티드는 매우 창의적이다. 탱크 주얼리 워치의 브레이슬릿에 실린더 형태로 움직이는 튜브 (젬스톤 세팅 부분) 또한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지만, 기본 탱크 워치의 형태는 그대로 고수한다. 우리는 이를 살아 숨쉬는 유산(living heritage)이라 부른다. 유산을 존중하고 보존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무엇을 더하고 수정해야 할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현재에서 요구되는 사항과 개념을 반영하는 것이다.
-동의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AI가 예술작품이나 걸작을 그려내고 디자인을 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챗GPT가 책도 쓴다. 차세대 소비자로 꼽히는 Z세대는 AI 등에 친숙하다. 미래 전략이 궁금하다.
“우리의 창의적인 스튜디오에선 AI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챗GPT가 작성한 텍스트를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 흥미로운 글은 거의 보지 못했다. 나는 한 달에 두 번 LinkedIn에 글을 포스팅한다. 직접 작성한다. 누가 대신 작성해주지도 않고, 챗GPT에게도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그 포스팅의 요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는 과거를 정확하게 재해석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매우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있다. 아름다운 무언가를 창조하고, 그것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치 예술과도 같다. 팔기 위한 예술 작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때로 예술가들은 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 진정한 예술가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대중에 선보여야 할 때 극도로 긴장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과연 이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창조할 때 다른 이들이 어떻게 느낄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이자 중요한 부분이다. 아무도 떠올린 적이 없는 진정 독창적인 것이어야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예술가와 장인,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는 이들 간의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최근 주얼리 워치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까르띠에는 주얼리와 워치 모든 부문에서 탁월함을 보여주는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개발자들이 제안하는 것들이 두 영역 모두에 사용될 수 있다. 일종의 금속 3D 프린팅이 가능한 파우더 몰딩 등의 요소도 흥미로운 조합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실제 제조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클래쉬 [언]리미티드는 산업 디자인 요소를 반영하면서 이를 주얼리 피스에서 진화시킨 전형적인 사례이다.
저스트 앵 끌루 주얼리도 마찬가지다. 못(nail) 모티브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연결하고 부드럽게 다듬어 주얼리 피스이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까르띠에는 스크루, 볼트, 링크, 그리고 다양한 산업 요소에서 파생된 많은 것을 사용해 진정한 주얼리 디자인 피스로 변모시킬 수 있다. 나는 한편에서는 워치와 주얼리,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더스트리얼/산업 노하우가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이 모든 요소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 메종 청담 재오픈 이후 한국에서의 까르띠에의 존재감은 더욱 확장됐다.
“우리가 메종 청담 같은 부티크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그 안의 제품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까르띠에의 특별함과 보편성을 의미한다. 까르띠에는 어디에서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에서 영감을 받아 놀라운 것을 창조한다. 또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곳에서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현지 분위기, 건축, 디자인, 스타일이나 소재 등을 존중하는 것이다. 메종 청담에서는 컬러 패널, 다양한 모티프 등 한국에서 영감을 가져온 작업들도 다양했다. 이 부티크에서 까르띠에 주얼리뿐 아니라 한국의 장인정신, 한국적 분위기, 환대 방식 그리고 한국식 찻주전자에 한국 차를 내놓는 문화 등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도 보여주려고 했다.
이러한 두 가지 감성 (한국 유럽)을 연결하는 데에는 사람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예술가를 후원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김선욱 등 인재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성장에 대해 고민한다. 텍스타일, 음식, 음악 등 한국 예술뿐 아니라 유럽 예술에 대한 감성이 매우 강하다. 계속해서 새로운 예술가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오늘 입은 슈트는 한국 디자이너 우영미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녀는 한국적 감각으로 서양 스타일의 옷을 만들어낸다. 우리도 한국에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한국에는 예술, 디자인, 패션, 음식, 건축 등 우리가 영감을 받고 디자인에 반영하고 싶은 놀라운 문화가 있다. 한국 고객들은 그들이 선호하는 세련된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정교하고 디테일에 집중하는 까르띠에의 모습을 한국 고객에게서 발견한다.
새로운 베누아 뱅글과 새로운 미니 베누아 주얼리의 그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한국 고객에게 전하고 싶다. 물론 강렬한 부분도 있다. 한국 여성들은 강인하다. 부드럽기만 하지 않다. 팬더에 대한 부분도 이야기하고 싶다. 균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까르띠에도 특별하면서 보편적이고, 남성적이면서 여성적이며, 달콤하면서도 강인하기 때문이다. 한국 고객들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대비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 가지 면이 아닌, 두 가지의 특징이 공존한다. 술을 마시면 끝까지 가야 하고, 싸울 때 역시 끝을 봐야 한다. 또 달콤할 때는 한없이 달콤하다. 이런 부분이 한국의 한 부분인 것 같다. 그렇지 않나?(웃음)”
쟌느 투상의 발자취를 따르는 컬러 탐구 - 탱크 주얼리 워치
1917년 제작된 탱크 워치는 모던 디자인의 탄생을 상징한다. 스트랩으로 이어지는 직사각형 다이얼은 하나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까르띠에는 이 워치메이킹 아이콘을 기하학과 대비의 스펙트럼을 통해 탐험한다. 기하학과 대비는 대칭과 비대칭 효과, 강렬한 컬러 대비로 만들어낸 형태와 패턴에 토대를 둔 메종의 시그니처 스타일이기도 하다. 유연함과 편안한 착용감을 보장하는 브레이슬릿은 특별한 촉감과 움직임을 선사한다. 새로운 크리에이션의 다양한 미학은 공통의 특징을 공유한다. 실린더 형태의 오닉스, 크리소프레이즈 혹은 산호로 구성된 브레이슬릿을 골드 네일로 스터드 처리한 카보숑, 리버스 세팅한 스톤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까르띠에는 이를 통해 메종 역사의 주요 인물로 1933년부터 까르띠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쟌느 투상이 뾰족한 느낌을 위해 활용한 피케(piqué) 비즈에 경의를 표한다.
탱크 주얼리 워치. Simone Cavadini ⓒ Cartier
클래식한 골드에 오닉스 다이얼 모델을 비롯해 프레셔스 모델의 경우, 두 가지 색상의 베리에이션이 있다.〈블랙, 그린, 레드〉의 경우 화이트 골드 워치에 까르띠에가 사랑하는 세 가지 컬러를 적용했다. 실린더의 오닉스, 다이얼 테두리의 블랙이 크리소프레이즈(천연 칼세도니 보석) 비즈의 강렬한 그린, 그리고 수직 샤프트를 따라 세팅한 루비와 크리소프레이즈 카보숑 끝에 네일 형태로 세팅한 루비의 레드와 대비를 이룬다. 또 〈산호, 크리소프레이즈, 아메시스트, 다이아몬드〉는 메종의 시그니처인 소재를 향한 탐험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다이아몬드를 스노 세팅한 다이얼을 갖춘 프레셔스 워치는 경쾌하고 생기 넘친다. 브레이슬릿 중심의 크리소프레이즈가 비즈를 스터드(stud·징, 뾰족한 것) 세팅한 산호의 유기적인 생동감, 크리소프레이즈 양쪽에 세팅한 아메시스트(자수정)의 부드러움과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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