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으로 승화된 최초의 기술력… 고주파 시계의 역사를 이끌다”
입력 2022.08.19 09:57 | 수정 2023.06.01 15:09

론진 CEO 마티아스 브레스찬 (Matthias Breschan)

지난 2020년부터 론진을 이끈 마티아스 브레스찬 CEO.
190년 역사의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론진 CEO를 맡은 마티아스 브레스찬(Matthias Breschan)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2년 전 론진을 맡은 뒤로 매일 매일 론진에 대해 놀라고 있습니다.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브랜드인데, 아쉽게도 론진의 진가가 모두 다 알려진 건 아니에요. 우린 엄청나게 많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고, 당신을 더더욱 놀래킬 준비가 돼 있습니다.”
지난 1996년 스와치 그룹에 합류한 브레스찬 CEO는 스와치 그룹 자매 브랜드인 라도와 해밀턴의 CEO로 각각 9년, 7년을 보냈다. 대중에게 접근성 높은 브랜드에 대해 누구보다 내공깊다는 얘기다. 그말은 또 같은 그룹사의 브랜드인 론진에 대해 누구보다도 꿰뚫고 있다는 설명도 된다. 기능성과 심미성을 갖췄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정받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론진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 놀라고 있다”고 말한다는 건 말 그대다. 시계 산업을 꿰뚫고 있는 그 조차도 론진의 일부만 알았다니, 이제 론진이 보여줄 가치는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또 론진에 새로운 성장 엔진을 부여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 중 하나를 눈앞에서 먼저 확인할 기회가 생겼다. 지난 8월 초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커먼웰스 게임에서다. 올해로 론진과 파트너십을 체결한지 60주년을 맞은 커먼웰스 게임은 4년마다 개최되는 영연방 국가들 간의 종합 스포츠 대회다. 론진은 1962년 오스트레일리아 퍼스 경기 때부터 공식 파트너이자 타임키퍼로 활동하고 있다.
하이드로콘퀘스트 XXII 버밍엄 2022 커먼웰스 게임 에디션. 41mm로 단 2022개 제작된 한정판 다이버 워치. 세계 최상급의 선수들에 의해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커먼웰스 게임의 선명한 시그니처 색상이 포함된 블랙 세라믹 베젤과 블랙 선레이 다이얼의 미닛 트랙이 특징. 300m 방수, 단방향 회전식 베젤, 스크류 인 크라운과 케이스 백, 그리고 이중 안전 폴딩 잠금장치 및 다이빙 익스텐션을 갖추고 있다. 260만원. /론진 제공
◇1/10, 1/100, 1/1000초를 잡아라!…론진, 고주파 시계의 역사를 이끌다
세계적인 대회에서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시계의 혁신성과 정확성을 말해준다. 독자적인 기술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티아스 CEO는 인터뷰 자리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1/10초, 1/100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측정할 수 있게 진화하는 건 스포츠 경기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론진은 더 정밀한 시간을 재기 위한 고주파 무브먼트를 100여년 전에 탄생시켰습니다. 정확성에 대한 론진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죠. 그런 점에서 론진이 커먼웰스 게임은 물론 승마, 스키 등 수많은 스포츠 경기에서 공식 타임키퍼 요청을 숱하게 받아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론진은 지난 1912년 스위스에서 열린 100미터 경마에서 최초의 오토매틱 ‘와이어-커팅’ 시스템을 선보였다. 선수가 시작할 때 와이어를 자르고, 이로 인해 전기회로가 차단되면서 크로노그래프가 작동된다. 2년 뒤 론진은 1/10초 단위의 측정을 위해 1초당 10번 진동하는 고주파 무브먼트가 장착된 스톱워치를 세상에 내 놓았다. 론진 고주파 워치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또 다시 2년 뒤인 1916년 론진은 1/100 단위 측정을 가능케 했다. 50Hz 고주파 무브먼트의 스톱워치 밸런스 속도를 시간당 36만회로 개선했으며, 1/100 초 단위까지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케 했다. 크로노그래프 핸드는 단 3초 만에 다이얼을 돌아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이는 당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더욱 역사적일 수 밖에 없다. 1차 세계대전으로 항공 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항공 시계에 대한 요구도 점차 커질 때다.
커먼웰스 게임(영연방경기대회연맹) 개막식 스피치를 한 찰스 왕세자 옆에 루이즈 마틴 커먼웰스 게임 회장이 개회식을 알리는 여왕의 배턴을 들어보이고 있다.
마티아스 CEO는 “당대 세계적인 비행사였던 아멜리아 에어하트(1897~1937·여성비행사로는 최초로 대서양을 건던 미국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1902~1974· 1927년 뉴욕∼파리 간의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 영국의 에이미 존슨(1903~1941·영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단독으로 비행한 최초의 여성 조종사), 하워드 휴즈(1905~1976·비행사, 공학자이자 영화 제작자) 등이 모두 론진과 함께 세계적인 기록을 세웠다”면서 “론진의 역사는 곧 항공 시계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타임키핑 컴퓨터인 텔레-론진으로 전환해 타임키핑을 하면서 결과를 인쇄하고 TV로 결과 송출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안방에서 편하게 TV중계를 보며 결과와 함께 기록 분석까지 알 수 있는 것이 이미 60년 전부터 탄생한 것이다. 1970년대에 이 기술은 1/1000초 단위까지 구분해 낼 정도가 됐다.
버밍엄 현장에서도 이러한 타임키핑 기술은 진화하고 있었다. 100미터 달리기 스타팅 블록에선 선수가 발로 내디디는 압력을 계산해 4000분의 1초까지 차이까지 기록해 낸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촬영한 사진을 이용하여 순위를 판정하는 포토 피니시에선 1000장으로 쪼깰 수 있을 만큼 측정된다. 동시에 들어온 듯 보여도 정면 측면 등 여러 각도 사진으로 정확하게 분석해 낸다.
론진 관계자가 커먼웰스 게임 육상 트랙에 설치된 타임 키핑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최초의 기술력, 우아함으로 승화되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브레스찬 CEO가 독일어와 불어의 억양을 섞은 영어로 또박또박 이야기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단단해져갔다. 마티아스 CEO는 “우리는 스포츠 경기를 1/10초, 100분의 1초 등의 주파수로 측정할 수 있는 고주파 기술을 지닌 최초의 브랜드”라면서 “1950년대 후반에 고주파 시계를 손목시계에 통합할 수 있었던 최초의 사람들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시계 역사를 바꿀만한 위대한 장면지만, 마티아스 CEO에 따르면 “론진의 풍부한 출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 것”인 셈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해 연합군이 프랑스 지역을 시찰할 때도 론진 시계가 함께 했다고. 그는 “2차대전 당시 론진은 영국 해군과 협력 관계였기에 그들의 비밀스러운 임무가 완벽히 수행될 수 있도록 오차 없는 동반자가 됐다”고 말했다. 론진은 그 외에도 GMT(서로 다른 시간대를 동시에 확인하는 것)무브먼트와 플라이백 무브먼트를 발명하기도 했다.
고주파 기술을 탑재한 울트라 크론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목소리는 비로소 리듬을 얻었다. 론진의 레전드 다이버 워치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1966년 탄생한 울트라 크론 워치 이야기를 할 때 신념이 더욱 확고해졌다. 고주파 시계가 정확성은 높지만 낮은 리저브 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 탄생시킨 칼리버 431 (특허받은 드라이 윤활 기술) 덕분에 더욱 정확성을 배가할 수 있었다. 그는 “COSC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검증기관)가 인증한 크로노미터 보다 더한 정확성을 보여줬다”면서 “특히 1968년 탄생한 울트라 크론 다이버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최근 선보인 제품은 ‘새로운 울트라 크론’ 시계는 새롭게 개발한 고주파 칼리버가 탑재돼 세계 스포츠 타임키핑의 선구자라는 론진만의 차별점을 재해석한다”고 밝혔다. 창의적인 혁신가이자 첨단 기술 애호가로서의 론진으로서만이 아니라, 빈티지 시계 애호가들도 사로잡겠다는 설명이다.
론진의 고주파 계측 장치.
그가 두 축의 애호가를 마치 저울재듯 균형있께 표현한 건 소비자를 존중하는 론진의 가치도 배어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시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클래식과 스포츠 워치 모두 활발하게 사랑받고 있죠. 그들은 포장만 그럴싸한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결국 구분해 냅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의 슬로건인 ‘우아함은 태도에서 비롯된다(Elegance is an attitude)’를 꺼내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한국 소비자들은 매우 우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를 즐길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우아함이라는 것이다. “우아함에 대해 표현한 인용문 중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말대로 ‘우아함은 곧 태도’라는 문장이 가장 우아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고, 외부에서 보듯 내면 역시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거겠지요.” 그는 그런 면에서 최근 론진의 글로벌 앰버서더가 된 가수 겸 배우 수지(배수지)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우아함은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문장 그 자체 인 것 같아요. 그녀의 여러 작품을 보고 성품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니 내면 역시 외양 못지 않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 생각해요. 그게 바로 론진이 추구하는 모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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