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X 송지오(SONGZIO)의 보라빛 아리랑 컴백 패션
입력 2026.03.23 15:35

2026년 3월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의 카운트다운이 0에 닿는 순간, 전 세계에서 온 수만 명의 아미가 한목소리로 ‘아리랑’을 떼창하는 뭉클한 장면이 펼쳐졌다. 군 복무 이후 더욱 단단해진 내면을 장착하고 돌아온 BTS의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BTS 멤버 7명은 조선시대 왕만이 걸을 수 있었던 경복궁의 의례적 통로, ‘왕의 길’을 따라 무대를 향해 나아왔다. 그리고 이 행렬은 동시에 무대를 런웨이로 만들며 패션쇼를 연출했다. 이 역사적 순간의 패션 창조자는 디자이너 제이 송(Jay Song)이 이끄는 하이엔드 컨템포러리 브랜드 송지오(SONGZIO)다.
광화문 BTS 컴백 라이브. 전 세계에서 온 수만 명의 아미가 한목소리로 '아리랑'을 떼창하는 뭉클한 장면이 펼쳐졌다./빅히트뮤직·넷플릭스

역사를 해체하고 미래를 재구성한, 서정적 갑옷(LYRICAL ARMOR)
BTS X 송지오(SONGZIO) 협업 패션의 메인 테마는 ‘서정적 갑옷(LYRICAL ARMOR)’이다. 조선 전기 전사들이 전장으로 향하며 입었던 견고한 갑주(甲冑)의 강인함, 그리고 민족의 애환을 시조와 민요로 승화시킨 예술가와 소리꾼들의 유려한 한복 실루엣을 하나의 의상 안에 조화시켰다. 송지오는 격동의 역사를 몸소 겪으며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가는 BTS를 ‘신(新)영웅’으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걸맞은 현대적 갑옷을 헌사했다고 설명한다.
디자이너 제이 송(Jay Song)이 이끄는 하이엔드 컨템포러리 브랜드 송지오(SONGZIO)가 이 역사적인 무대 커스튬을 디자인했다./빅히트뮤직·넷플릭스

송지오는 시간과 형식, 문화의 경계를 허물며 복식의 관념에 과감히 저항했다. 한국 고전 예술의 개념을 해체하고 추상적인 파편들로 잘라내어 전위적인 형상으로 재구성한 무대 커스텀은 마치 움직이는 조각 같기도 하다. 의상의 볼륨은 퍼포먼스의 호흡에 맞춰 부풀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비구조적 패턴과 유려한 드레이프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구현했다.
시간의 흉터를 텍스타일로 치환한, 준법(皴法)의 미학
이번 의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하이라이트는 소재의 질감이다. 송지오는 18세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에서 산과 바위의 표면을 표현하던 ‘준법(皴法)’을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붓을 겹쳐 긋거나 마른 붓질로 먹의 결을 드러내는 이 회화적 기법은 의도적으로 헤진 디스트로이드 패브릭과 정교한 텍스처 가공으로 재탄생됐다.
디자이너 제이 송(Jay Song)이 이끄는 하이엔드 컨템포러리 브랜드 송지오(SONGZIO)가 이 역사적인 무대 커스튬을 디자인했다. @songzio_official

조선 전기 전사의 갑주(甲冑), 민족의 애환을 시조와 민요로 승화시킨 예술가와 소리꾼들의 유려한 한복 실루엣에서 영감 받았다. @songzio_official

18세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에서 산과 바위의 표면을 표현하던 '준법(皴法)'을 BTS 의상의 텍스처로 재탄생시켰다. @songzio_official

거칠게 마감된 봉제선은 지나온 과거의 ‘흉터’를 표현한 것이다. 비대칭적으로 휘날리는 조각들은 서로 충돌하며 변칙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마치 조상의 뼈와 미래의 숨결을 동시에 지닌 듯한 내밀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광화문의 조명 아래서 멤버들이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거친 질감의 린넨과 면 소재는 마치 묵향이 공중으로 번져 나가는 듯한 효과를 일으켰다.
영웅에서 개척가까지, 일곱 개의 패션 페르소나
디자이너 제이 송지오는 하이브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일곱 멤버 개개인에게 고유한 아키타입(Archetype)을 부여하며 그들의 패션 서사를 완성했다.
리더 RM의 아키타입은 영웅(HERO)이다. 대담하고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무장했고, 동양적인 곡선의 어깨 라인과 층층이 배치된 지퍼 구조는 무대 위에서 그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롱 재킷에는 갑옷을 연상시키는 플레이트 디자인과 스터드 장식이 더해져 리더로서의 권위를 시각화했다. 특히 과감하게 찢어진 바지는 영웅이 겪은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상징하는 메타포다.
리더 RM의 아키타입 영웅(HERO). 한복에서 영감 받은 롱 재킷에 갑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장식을 더해 리더로서의 권위를 시각화했다. @songzio_official

진(JIN)의 아키타입은 예술가(ARTIST)다. 전통 한복의 우아한 패턴을 현대적인 테일러링으로 승화시켰다. 카라리스 디자인과 3단 겹의 몸판은 조형적으로 드레이프된 셔츠와 만나 한국 특유의 절제된 미감을 완성했다. 선과 면의 조화는 노래와 감정을 시각적 언어로 변환하는 진의 정체성을 투영한다.
진(JIN)의 아키타입 예술가(ARTIST). 전통 한복의 우아한 패턴을 현대적인 테일러링으로 승화시켰다. @songzio_official

슈가(SUGA)의 아키타입은 설계자(ARCHITECT)로 표현됐다. 비정형적인 플레이트 장식과 우아한 실루엣의 대비를 통해 내면의 힘을 보여주었다. 전통 한복 바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하의에 굵은 벨트와 금속 장식을 더해, 사색적인 감성과 강렬한 에너지가 공존하는 설계자의 면모를 강조했다.
슈가(SUGA)의 아키타입 설계자(ARCHITECT). 전통 한복 바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하의에 굵은 벨트와 금속 장식을 더했다. @songzio_official

제이홉(J-HOPE)은 소리꾼(SORIGUN)으로 연출됐다. 메인 댄서 제이홉의 무대 커스텀은 현대적인 MA-1(항공 점퍼)을 도포의 바이어스 컷으로 재해석한 스트리트 룩이다. 퍼포먼스의 리듬을 시각화한 비대칭 라인과 준법 기법이 적용된 거친 소재감은 산수화 속 바위의 질감을 연상시키며 역동성을 극대화했다.
제이홉(J-HOPE)의 아키타입 소리꾼(SORIGUN). 현대적인 MA-1(항공 점퍼)을 도포의 바이어스 컷으로 재해석했다.

지민(JIMIN)의 아키타입은 시인(POET)이다. 유연하게 흐르는 실루엣의 이중 갑옷 재킷으로 그의 섬세한 감성을 대변했다. 가벼운 술 장식과 송지오 특유의 블랙 오닉스 장식은 지민의 우아한 춤선을 따라 리듬감을 더한다.
지민(JIMIN)의 아키타입 시인(POET). 유연하게 흐르는 실루엣의 이중 갑옷 재킷으로 그의 섬세한 감성을 대변했다. @songzio_official

뷔(V)는 도령(DORYEONG)의 아키타입으로 해석됐다. 선비의 절제미와 동양적 테일러링이 만난 뷔의 룩은 독보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플레이트 장식 탑과 스커트형 드레이프 팬츠, 디스트로이드 텍스타일을 통해,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현대적 도령의 이미지로 완성시켰다.
뷔(V)의 아키타입 도령(DORYEONG). 선비의 절제미와 동양적 테일러링으로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현대적 도령의 이미지로 완성시켰다. @songzio_official

정국(JUNGKOOK)의 아키타입은 개척가(VANGUARD)다. 팀의 에너지를 책임지는 정국을 위해 밀리터리 감성이 섞인 비대칭 라이더 재킷을 디자인했다. 동양적인 드레이핑으로 재해석된 재킷과 해체된 셔츠는 개척가로서의 역동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인함과 회복력이 공존하는 룩이다.
정국(JUNGKOOK)의 아키타입은 개척가(VANGUARD). 팀의 에너지를 책임지는 정국을 위해 밀리터리 감성이 섞인 비대칭 라이더 재킷을 디자인했다. @songzio_official

하이 패션으로 승화된 K-컬처로서의 K-패션
무엇보다 무대 커스텀의 클라이맥스는 ‘레이어링(Layering)’의 변주라 할 수 있다. 곡이 전개됨에 따라 멤버들은 갑옷처럼 단단한 외투를 벗어 던지고, 그 안에 숨겨진 부드러운 실크 안감과 비대칭 패널들을 드러냈다. 송지오는 고난을 견디고 마침내 피어나는 ‘아리랑’의 정서, 즉 한국 특유의 ‘한(恨)’과 ‘흥(興)’이 공존하는 지점을 패션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설명한다.
뉴욕 타임즈와 WWD 등 주요 해외 미디어들이 평가했듯, BTS가 세계적인 명품 하우스가 아닌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하여 역사적인 장소에서 컴백을 선언한 것은 문화적 자긍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문화의 앰배서더로서 BTS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어떻게 가장 세계적인 럭셔리가 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펼쳐진 '서정적 갑옷(LYRICAL ARMOR)' 컬렉션은 2026년 현재,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보여준다. @songzio_official

광화문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번 ‘서정적 갑옷(LYRICAL ARMOR)’ 컬렉션은 2026년 현재,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의 유산을 해체하여 미래의 숨결을 불어넣은 이 의상들은 BTS라는 절대 아이콘을 통해 패션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특별한 컬렉션의 여운은 무대 밖에서도 이어진다. 오는 3월 27일부터 4월 30일까지, 도산공원에 위치한 송지오의 아트 패션 스페이스 ‘갤러리 느와(GALERIE NOIR)’에서 특별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넷플릭스 독점으로 전 세계 라이브 스트리밍 되며 화려하게 막을 올린 ‘BTS 2.0’ 시대! 음악과 함께 그들이 입은 ‘한국 패션의 결’이 세계를 매료시켰던 기념비적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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