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사이, 레더 재킷 입기 좋은 시즌
입력 2026.02.21 08:00

겨울의 잔재가 남은 차가운 바람과 봄을 예고하는 한낮의 햇살 사이의 경계에 서 있는 지금. 이 계절의 변곡점 속에서 스타일의 중심을 잡아줄 아우터는 단연 레더 재킷이다. 레더 재킷을 입기 좋은 시즌, 클래식의 기본을 지키면서 동시대적 스타일의 변주를 놓치지 않은 레더 재킷을 만나본다.
겨울과 봄 사이 간절기 아우터로 스타일리시한 레더 재킷. @julietkaz

지난 몇 년간 런웨이를 지배했던 오버사이즈의 물결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2026년 간절기, 레더 실루엣은 더욱 정교하고 건축적인 구조감에 집중한다. 여자들의 몸의 선을 새롭게 재단하고 파워풀 이미지를 더하는 레더 특유의 카리스마가 빛난다.
가장 눈여겨볼 실루엣은 레더 블레이저의 화려한 귀환이다. 90년대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아이템은, 딱딱하게 각진 어깨 라인과 대비되는 유연한 허리 곡선이 특징이다. 최고급 나파 가죽이나 램스킨을 사용해 마치 직물처럼 부드럽게 떨어져 레더가 가진 투박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특히 레더 블레이저는 오피스 룩의 엄격함과 데일리 룩의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켜 더욱 매력적이다.
90년대 미니멀리즘을 요즘 스타일로 업데이트한 레더 블레이저. 코스.

극단적으로 짧아진 크롭트(Cropped) 재킷의 강세도 여전하다. 하이웨이스트 와이드 팬츠나 맥시스커트와 매치했을 때 발생하는 시각적 대비는 간절기 패션에 경쾌한 리듬감을 더해준다.
극단적으로 짧아진 크롭트 재킷의 유행도 계속된다. 프라다.

라운드 네크라인의 짧은 레더 블루종 재킷. 클로에.

또한,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는 가죽의 ‘영속성(Longevity)’에 대한 재발견이다. 미우 미우(Miu Miu), 토리셰주(Torishéju), 그리고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같은 브랜드들은 갓 만들어진 가죽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죽으로 빈티지 무드를 연출했다.
오래된 듯한 빈티지 컬러와 텍스처로 에이지드 피니시(Aged Finish) 가죽이 눈에 띄는 2026년 가죽 트렌드다. 미우 미우.

누군가의 오랜 기억을 간직한 듯한 텍스처를 연출하는 ‘에이지드 피니시(Aged Finish)’는 가죽 표면에 미세한 크랙을 내거나 의도적으로 광택을 죽여,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온 듯한 깊이를 부여한다. 빠르고 휘발적인 유행에 반기를 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의 철학적 응답이기도 하다. 손때 묻은 듯한 소매 끝, 자연스럽게 바랜 어깨선은 옷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강조하며, ‘오래된 미래’라는 2026년의 미학적 테마를 완성시킨다. 오래될수록 더 가치 있어지는 것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러브 레터와 같다 할 수 있다.
낡은 텍스처와 주름과 구김을 통해 빈티지 느낌을 연출한, 에이드 피니시 레더 트렌치 코트. 올 세인츠.

컬러는 단연 블랙이 영원불멸의 클래식이다.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블랙과 브라운 계열이 메인 컬러 팔레트를 채색한다. 그러나 다른 매혹적인 컬러 팔레트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 시즌 런웨이를 수놓은 컬러들은 대지의 생명력과 도회적인 차가움이 공존하는 ‘뉴 뉴트럴’ 컬러군이다.
고급스런 옐로 컬러의 뒷면에 조절 가능한 벨트가 적용된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릴랙스 핏 사파리 재킷. 토즈.

마치 부드러운 크림을 가죽 위에 덧바른 듯한 버터리 베이지는 가죽 고유의 거친 질감을 지우고 극강의 우아함을 선사한다. 빛을 머금는 각도에 따라 은은하게 변하는 베이지 톤은 봄의 서막을 알리는 가장 세련된 방식이다. 붉은 와인의 잔향을 머금은 듯한 컬러들은 블랙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블랙처럼 보이지만, 햇살 아래서 비로소 드러나는 짙은 붉은색의 변주는 스타일링을 한결 드라마틱하게 한다. 또한 브라운이나블랙에 가까운 깊은 에스프레소 브라운도 매력적인 컬러다.
겨울과 봄 사이 아우터로 세련된 선택이 될 코코아 브라운의 레더 코트. @sviridovskayasasha

인트레치아토 수공 기법으로 완성한 부드러운 양가죽 소재의 인트레치아토 가죽 블루종. 보테가 베네타.

라이트 브라운 나파 가죽 트렌치 코트. 펜디.

그럼 런웨이가 아닌 현실의 패션 스트리트에서 어떻게 레더 재킷을 즐겨야 할까? 레더 재킷을 가장 동시대적으로 입는 방법은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과 뜻밖의 만남을 즐기는 것이다. 가죽이 가진 단단함과 상반되는 부드러운 소재들을 과감하게 섞을 때 스타일의 입체감은 극대화된다. 거친 질감의 바이커 재킷 안에 하늘거리는 실크 슬립 드레스나 속이 비치는 시어(Sheer)한 레이스 스커트를 매치하면, 강함과 약함의 경계를 허물며 세련된 레더 재킷 스타일을 연출한다. 또한 거친 워싱 데님부터 깊은 인디고의 생지 데님까지, 데님과 간결한 티셔츠와 레더 재킷의 매치는 언제나 근사하다. 이 명민한 조합은 단조로운 오피스 룩에 날카로운 에지를 더하고, 여유로운 위크엔드 룩에는 정제된 세련미를 부여하며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스타일의 정점을 완성한다.
데님과 심플한 티셔츠, 레더 재킷의 매치는 시대 초월의 클래식 스타일이다. @kendalldair

이번 시즌 가장 대담한 제안은 레더 셋업이라 할 수 있다. 재킷과 같은 톤의 레더 팬츠나 버뮤다 팬츠 또는 레더 스커트를 매치하는 방식이다. 자칫 과해 보일 수 있는 이 룩의 해답은 미니멀리즘에 있다. 이너웨어는 아주 단순한 코튼 화이트 티셔츠나 얇은 캐시미어 터틀넥을 선택해, 가죽 본연의 아우라에 집중하도록 스타일링한다.
레더 재킷과 스커트를 함께 입는 레더 셋업 룩. @kendalldair

유행은 변하지만, 좋은 레더 재킷 한 벌로 완성되는 스타일은 언제나 파워풀하다. 겨울과 봄 사이 간절기,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한 레더 재킷은 가장 세련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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