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이 도심을 할퀴는 1월. 이번 겨울도 예외 없이 무채색의 김밥 패딩으로 점령된 겨울 도심의 패션 신!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가장 인상적인 겨울 거리 풍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한국인의 검정 패딩 사랑은 유난하다. 그러나 이번 혹한 만큼은 이 지루한 겨울 유니폼에서 벗어나 자연을 닮은 ‘그래놀라 걸(Granola Girl)’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이번 겨울 시즌 트렌드의 하나로 전세계 패션 미디어와 SNS를 도배하고 있는 ‘그래놀라 코어(Granola Core)’. 그 이름은 매일 아침 다양한 곡물과 견과류를 섞은 그래놀라를 먹으며 건강한 삶을 꾸릴 것 같은 이들의 스타일이란 의미에서 탄생됐다. 틱톡의 밈에서 시작되어 북유럽과 북미의 하이킹·캠핑 문화로 확산됐다. 자연 친화적인 태도로 삶을 향유하는 이들의 철학이 투영된 이 스타일은 억지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실루엣과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도심의 빌딩 숲조차 거대한 캠핑장으로 탈바꿈시키며 올겨울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됐다.
포근한 지구의 컬러
그래놀라 걸의 스타일은 인위적인 형광색이나 차가운 무채색 대신 대자연의 팔레트에서 빌려온 색들로 채워진다. 브라운, 카키, 올리브, 베이지 등 이른바 ‘어스 톤(Earth Tone)’이 그 중심이다. 이러한 컬러들은 시각적인 안정감은 물론, 보는 이로 하여금 포근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간혹 지루함이 느껴질 때는 눈 덮인 산을 연상시키는 화이트 그레이나 아이스 블루, 혹은 갓 돋아난 새순 같은 싱그러운 그린 컬러의 패딩을 선택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영민함을 발휘한다.
기능과 스타일의 매력적인 만남
그래놀라 룩의 핵심은 ‘꾸미지 않은 듯한 매력’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스마트한 실용성이 깔려 있다. 포근한 감촉의 플리스는 보온성과 활동성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그래놀라 코어의 치트키다. 지퍼를 목 끝까지 채워 하이넥 실루엣을 연출하면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트렌디한 무드가 완성된다. 여기에 고프코어(Gorpcore: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과 믹스매치해 입는 패션)의 상징인 윈드브레이커와 포켓 디테일이 살아있는 패러슈트 팬츠(Parachute Pants: 낙하산 원단처럼 바스락거리는 소재와 넉넉한 통, 발목의 조임끈이 특징인 와이드 유틸리티 팬츠)를 매치하면, 당장이라도 히말라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로운 감성이 배가된다.
겨울이라 더 즐거운 레이어링
그래놀라 걸에게 겨울은 단순히 추운 계절이 아니라 ‘겹쳐 입기’의 미학을 즐기는 시간이다. 티셔츠 위에 후드와 니트를 겹치고, 그 위에 다시 플리스와 패딩을 얹는 식이다. 특히 노르딕 패턴의 니트는 자칫 투박해 질 수 있는 아웃도어 룩에 따뜻한 북유럽 감성을 불어넣는다. 발끝에는 묵직한 트레킹 슈즈를 신어 안정감을 더하고, 머리에는 빈티지한 패턴의 비니나 반다나를 둘러 70년대 히피적인 낭만까지 놓치지 않는다.
햇살이 머문 듯한 그래놀라 메이크업
한겨울 그래놀라 코어의 완성은 피부 위에서 이뤄진다. 그래놀라 걸의 메이크업은 “나 방금 하이킹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키포인트다. 그래서 정교한 화장보다는 ‘건강한 혈색’에 집중한다. 찬 바람에 살짝 상기된 듯한 뺨을 연출하기 위해 번트 오렌지나 차분한 로즈 톤의 블러셔를 콧등까지 연결해 넓게 펴 바른다. 입술은 자연스러운 생기만 더하는 틴티드 립밤으로 마무리해, 자연 속에서 막 돌아온 듯한 싱그러운 에너지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