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엘로디,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적 크리처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꿈의 화자로
입력 2025.11.08 01:07

제이콥 엘로디(Jacob Elordi). 이 매력적인 피사체가 섬뜩한 크리처가 될 수 있을 거라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11월 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화제의 신작 ‘프랑켄슈타인’에서 제이콥 엘로디는 ‘괴물(creature)’이라는 단어가 품은 오래된 공포의 틀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크리처의 장인이라 불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다시 한번 기묘하게 무섭고도 아름다운, 비극적인 크리처를 제이콥 엘로디를 통해 창조해냈다.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와 배우 제이콥 엘로디, 전설적인 포토그래퍼 듀안 마이클이 함께한 시네마틱 필름 및 포토 시리즈 ‘꿈이란(What Are Dreams)’이 공개됐다.

196cm의 신체가 주는 압도적인 존재감. 그러나 제이콥 엘로디가 그려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단순한 공포의 형상이 아니다. 그는 인간성을 배우고자 갈망하는 순수한 존재로서,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표현했다. 그 결과 괴물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존재가 됐다. 온전한 인간이 되는 법을 배우고 세상의 혹독함을 경험하는 거의 인간에 가까운 크리처를 창조했다고 평가 받았다. ‘인디와이어(IndieWire)’는 “제이콥 엘로디는 괴물에게 조용한 관찰력과 인간적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영혼을 잃었을 것”이라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1985년에 보테가 베네타 캠페인을 촬영한 듀안 마이클과 2024년 5월부터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제이콥 엘로디의 조우는 하우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제이콥 엘로디의 연기는 인간성과 괴물성의 경계를 허무는 또 하나의 시적 실험이었다. 그렇게 스크린 속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 그가, 이번에는 또 다른 차원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와 전설적인 포토그래퍼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이 함께한 시네마틱 필름 및 포토 시리즈 ‘꿈이란(What Are Dreams)’을 통해서다.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와 배우 제이콥 엘로디, 전설적인 포토그래퍼 듀안 마이클이 함께한 시네마틱 필름 및 포토 시리즈 ‘꿈이란(What Are Dreams)’.

이번 작품은 무의식과 환상, 그리고 시간이 해체되는 꿈의 세계를 탐험하는 초현실적 여정이다. 듀안 마이클은 자신의 뉴욕 자택에서 흑백으로 촬영된 12점의 이미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 하려 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커튼, 볼록거울, 깃털, 기울어진 받침대와 같은 상징적 오브제를 반복적으로 탐구해왔으며, 이번에도 그 모티프들을 다시 불러내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리게 했다. 몇몇 요소들은 마이클이 존경하는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나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등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연상시킨다.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보이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 또한 하나의 꿈이며, ‘프랑케슈타인’은 그 중에서도 두려운 꿈이라 할 수 있다. 제이콥은 내가 표현하고자 한 마법과 미스터리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듀안 마이클은 회상했다.
11월 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제이콥 엘로디는 인간성을 배우고자 하는 순수한 존재로서,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으로 괴물을 연기해 호평 받고 있다. 영화 '프랑케슈타인' 스틸컷.

시네마틱 필름 속에서 제이콥 엘로디는 마이클이 2001년에 출간한 포토북 ‘Questions Without Answers’에 수록된 시 ‘꿈이란(What Are Dreams)’을 낭독하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초현실의 세계를 살아낸다. “마음 속 자정의 영화…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상을 비춘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이 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공간을 그린다. 제이콥 엘로디의 낮고 잔잔한 목소리가 화면 위를 스치며, 그의 시선과 몸짓이 정지된 시간 속에서 조용히 흘러간다. 패션은 여기서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감정과 사유의 언어가 된다.
커스텀 그레인 드 푸드레 턱시도, 보타이, 코튼 트윌 셔츠, 로마 레이스업 슈즈의 턱시도 룩. 영화 ‘프랑켄슈타인’ 홍보 투어 동안 제이콥 엘로디는 보테가 베네타의 스타일을 완벽히 재현하며, 클래식과 모던함이 교차하는 패션 모멘트를 만들어냈다. 보테가 베네타.

제이콥 엘로디는 보테가 베네타의 구조적인 수트나 가죽 코트를 걸치지 않은 채, 마이클의 환상적 공간 속에서 ‘존재’ 그 자체로 등장한다. 필름 속에서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커튼 너머로 흘러드는 바람을 응시하거나, 떠오르는 깃털을 바라본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손글씨 시구가 적힌 투명한 필름을 마주하고, 흩날리는 커튼 사이에서 멈춘 듯 움직인다. 그 모든 순간은 연극처럼 연출되지만 동시에 너무도 자연스럽다. 이 장면 속에서 옷과 몸, 그리고 빛은 서로를 대화하듯 감싼다. 패션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배우이며, 예술의 언어가 된다. 그렇게 그는 패션을 입는 것이 아니라, 패션 속에서 꿈을 꾼다. 패션은 여기서 형태나 소재가 아닌 감각의 흐름이며,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통로가 된다.
파리 프리미어에서 입은 커스텀 그레인 드 푸드레 수트, 타이, 화이트 코튼 트윌 셔츠, 로마 레이스업 슈즈.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베네타가 이 캠페인을 통해 보여주려 한 것은 대화의 힘이다. 1985년, 보테가 베네타의 첫 캠페인을 촬영했던 듀안 마이클과 2024년 5월 브랜드 앰버서더로 임명된 제이콥 엘로디의 협업은 세대와 시간, 그리고 장르를 넘어선 상징적 만남이다. 마이클이 창조한 과거의 시적 이미지와 제이콥 엘로디가 가진 현재의 감각이 만나며, 하우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인 순간을 완성한다.
LA 프리미어에서 보테가 베네타 2026년 여름 컬렉션의 48번 룩을 입었다. 보테가 베네타.

제이콥 엘로디는 비극적인 크리처의 연기를 넘어 꿈의 화자가 되었다. 그리고 보테가 베네타는 옷을 만드는 패션 하우스이자, 꿈을 짓는 예술가가 됐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그 찰나, 패션은 하나의 꿈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꿈 속에서, 아름다움이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베니스 프리미어에선 커스텀 플루이드 코튼 트윌 트라우저와 코튼 셔츠의 화이트 룩을 선보였다. 보테가 베네타.

베니스에서 제이콥 엘로디는 체크 셔츠, 플루이드 코튼 트윌 트라우저로 여유 넘치는 모던 이탈리아 클래식 캐주얼을 연출했다. 보테가 베네타.

제이콥 엘로디는 최근 영화뿐 아니라 스타일에서도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홍보 투어 내내 그는 그는 보테가 베네타의 감각을 완벽히 재현하며, 클래식과 모던함이 교차하는 패션 모멘트를 만들어냈다. 코튼 트윌 셔츠와 보타이를 매치한 턱시도 룩, 그레이 타이와 함께한 수트 스타일, 그리고 2026년 여름 컬렉션의 48번째 룩인 라이트 울 트윌 수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스타일링은 단정함 속에서도 자유로움을 연출했다. 특히 베니스 프리미어에서 선보인 커스텀 플루이드 코튼 트윌 트라우저와 코튼 셔츠의 화이트 룩, 그리고 체크 셔츠와 트윌 팬츠로 완성한 캐주얼 룩은 이탈리안 클래식의 여유로움에 뉴 모더니즘적 감각을 더하며, 현대적 우아함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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