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귀함, 지속가능한 영원한 가치! 여기에 아름답고 기발하며 밝은 에너지에 기능까지 더해진 아트 오브제를 만난다면? 일상의 공간 속에 나만의 아트를 소장하는 아트 컬렉터들과 패션에 진심인 애호가들이라면, 지금 ‘에르메스 메종 도산’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쁘띠 아쉬(petit h), 류성희 감독의 영화 속 주연으로
서울 에르메스 메종 도산이 아트 디렉터 류성희 감독의 연출 아래, 하나의 영화 세트로 재탄생한다. 영화의 주연은 뜻밖에도 에르메스 ‘쁘띠 아쉬(petit h)’의 창의력과 위트 넘치는 오브제들이다. 류성희 감독은 특수 효과 없이, 오브제의 숨결과 존재감을 세심하게 그녀만의 영상 세계 속으로 초대한다. 무대 위의 오브제들은 배우처럼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며, 장난기 가득한 시나리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침실에서 다락방으로 이어지는 장면 속에서, 관객은 일상의 서사를 새롭게 경험한다. 텐트 미러는 모험의 빛을 비추고, 보자기 예술에서 영감을 받은 조각보 선반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다.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를 오가는 한국 해녀의 형상이 새겨진 레더 마케트리 수납 버킷은, 쁘띠 아쉬가 포착한 또 하나의 예술적 미장센이다. 무대 뒤편에서는 또 다른 오브제들이 다음 장면을 기다린다. 이 특별한 영화 속에선 조연도 단역도 없다. 오직 ‘쁘띠 아쉬’를 통해 아름답게 재창조된 주연들만 존재할 뿐이다.
그건 마치, ‘스타 탄생’의 스토리와도 같다. 무명의 배우가 발굴 되고 스타로 길러져 스포트라이트와 갈채를 받는 감동적인 과정을 연상시킨다. 류성희 감독의 주연이 된 ‘쁘띠 아쉬’ 오브제들의 탄생지가 곧 사용되지 못한 가죽과 실크 조각들이 모여 있는 재료실이기 때문이다.
쁘띠 아쉬, 사용되지 않은 조각에서 세상 단 하나뿐인 아트로
파리 외곽 팡탕(Pantin)의 한 공방에는 특별한 에너지가 흐른다. 그곳은 완벽함을 향해 달려가는 다른 에르메스 공방들과는 공기가 다르다. 이곳에서는 열정과 사려, 유머와 정교함이 공존하며, 장인과 아티스트들이 서로의 감각을 나눈다. 사용되지 않은 가죽 조각과 실크는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고, 사용되지 못한 버튼, 크리스털과 같은 소재들이 그들의 손끝에서 다시 새 생명을 얻는다.
이곳이 바로 ‘쁘띠 아쉬(petit h)’, 에르메스의 또 다른 심장이다. ‘버려지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이 재창조되면서 새로운 오브제가 탄생한다’는 모토 아래, 사용되지 못한 조각들이 상상력을 거쳐 근사한 오브제로 부활한다. 파스칼 뮈사르(Pascale Mussard)가 2010년 처음 구상한 이 프로젝트는 에르메스의 철학을 가장 감각적으로 구현한 실험실이자, 지속 가능한 럭셔리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공간이다. 파스칼 뮈사르는 에르메스 가문의 6대손으로, 장인 정신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이해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에르메스의 16개 메티에(Métier: 에르메스의 제품군을 말하는 호칭)에서 사용되지 않은 최고급 소재—가죽, 실크, 크리스털, 금속, 포슬린—을 모아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리고 그 모든 실험의 출발점은 하나였다. 풍부함과 놀라움, 열망으로 가득한 곳, 자재 보관실이다.
예상치 못한 소재의 결합, 창조의 역발상이 새로움과 놀라움으로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드프루아 드 비리유(Godefroy de Virieu)가 그 철학을 이어받았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탐구하고, 자연과 일상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수집한다. 그의 작업실에는 실험이 일상이다. 안장 프레임이 기타가 되고, 도자기와 가죽이 만나 카라프가 되며, 포슬린 조각은 모자이크 테이블로 재탄생한다. 켈리백의 손잡이가 달린 카라프 물병과 크리스털 마개, 여행 가방의 가죽 손잡이가 달린 도기병 등 유리와 가죽 메티에가 점토와 결합하여, 의외의 오브제가 탄생되기도 한다. 프랑스 최고의 현악기 제작자(Luthiers)가 만든 일렉트릭 기타는 원래 안장에 사용되는 원목 소재의 뼈대 부분으로 제작된 것이다.
그렇게 ‘쁘띠 아쉬’의 창작 과정은 역순으로 흐른다. 미리 정해진 아이디어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소재로부터 시작되어 장인의 손길, 아티스트의 비전을 거치며 유일무이한 컨셉이 창조된다. 그리고 제2의 생명을 선사 받은 ‘쁘띠 아쉬’ 오브제들은 매년 두 개의 나라로 여정을 떠나, 새로운 문화 속에서 또 한 번의 생명을 얻는다. 국가별로 다른 전통적 요소를 만나 ‘쁘띠 아쉬’의 감성이 공유되고 창의성이 확장되며, 현지 설치 디자이너와 협력해 컬렉션을 선보인다.
2025년 가을, 그 여정의 종착지는 한국이다. 류성희 감독의 영화 속 주연으로 재탄생해, 10월 23일부터 11월 9일(오전 11시-오후7시)까지 에르메스 메종 도산에서 창조와 지속, 그리고 아름다운 유머의 서사를 직접 보여준다. 조각보, 해녀와 같은 한국적 요소를 만나 더욱 특별해진 ‘쁘띠 아쉬’를 통해, 역발상이 창조의 시작이며 지속가능성의 가치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