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가 현실로! 오랜 기간 제작 루머가 돌았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며 현실이 됐다. 20년전만 해도 종이에 인쇄된 프린트 패션 매거진들이 패션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패션 미디어 생태계가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로 뒤바뀌었다. 이 새로운 패션 생태계에서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여전히 ‘핫’할 수 있을까? 영리하게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파파라치 사진으로 위장한 고의적인 ‘패션 스포일러’를 통해, 바이럴 마케팅 시대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중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패션과 영화계의 불문율을 깨고, 마케팅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공식 개봉 전부터 파파라치 사진으로 위장한 ‘의상 스포일러’를 통해 전세계 패션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에 바이럴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영화 홍보 효과와 함께 노출된 패션 브랜드들은 수천만 달러의 미디어 영향력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지금은 영화도 하나의 브랜드처럼 브랜딩 되어 마케팅과 홍보 전략을 펼치는 시대다. 그런 면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영화 그 이상 하나의 브랜드로서 멋지게 리브랜딩되고 있는 셈이다.
세룰리안 모놀로그의 귀환, 스트리트 파파라치 사진으로 점화시킨 바이럴 폭풍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 영화의 바이블이 됐다. 수많은 명장면과 대사를 남겼는데, 그 중 특히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신이 ‘세룰리안’ 모놀로그다. 이 장면은 앤디 삭스(앤 해서웨이 분)가 패션계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발언을 한 후,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 분)에게 의미 심장한 교훈을 얻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 앤디는 유사해 보이는 블루 컬러의 벨트를 두고 ‘런웨이’ 직원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보며 비웃는다. 미란다는 이를 보고 앤디가 입고 있는 촌스런 블루 스웨터를 언급하며 이 스웨터의 블루가 그냥 블루가 아니라 ‘세룰리안’이라고 강조한다. 앤디가 알지 못하지만 앤디가 입은 세룰리안 컬러는 이미 2002년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세룰리안 가운 컬렉션을 선보였고, 이어 생로랑이 세룰리안 재킷을 내놓은 후 다른 디자이너들이 이 컬러를 유행시켰기 때문에 선택된 컬러라고 설명한다. 이 장면은 개인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믿는 컬러와 디자인이 사실은 패션계 전문가들이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유행을 대중에까지 하향 침투(trickle-down) 시킨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바로 ‘세룰리안’ 모놀로그에서 언급된 하향 침투 방식을 영리하게 활용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공식 예고편이 나오기도 전에, 뉴욕 거리에서 촬영된 앤 해서웨이와 에밀리 블런트의 의상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바이럴 콘텐츠가 되었다. 런치메트릭스(Lauchmetrics)에 의하면, 앤 해서웨이가 입은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eila Hearst)의 의상들은 단기간 만에 135만 달러(한화 약 18.7억) 의 미디어 영향력 가치(MIV: Media Impact Value)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파파라치 컷과 함께 앤 헤서웨이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 폴 고티에 1990년대 빈티지 핀스트라이프 베스트와 팬츠도 단기간 만에 106만 달러(한화 약 14.7억)의 미디어 영향력 가치를 창출했다. 또한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의상은 브랜드 자체의 파리 패션위크 쇼보다 무려 60%나 더 높은 미디어 가치를 기록했다. 이는 패션쇼가 더 이상 유일한 홍보 수단이 아니며, 영화 제작 현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트리트 패션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런치메트릭스(Lauchmetrics)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엔터테인먼트와 패션의 파트너십이 이벤트 중심에서 더 광범위한 전략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브랜드는 더이상 시사회나 프레스 투어를 기다리지 않고, 제작 과정에 관객을 미리 참여시키고 자발적으로 바이럴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스토리라인 힌트를 찾고, 패션을 분석하고, 캐릭터 변화를 추적하려는 팬심을 영화 제작 초기 현장부터 함께 하는 새로운 전략이다. 단 한번의 레드 카펫 협찬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스트리트 스타일의 다큐멘터리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영화 개봉까지 수개월 동안 브랜드의 존재감을 퍼뜨릴 수 있어 더 매력적인 마케팅이다. 고의적인 패션 스포일러를 통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마케팅 전략은 팬심을 활용한 정교한 브랜딩이다. 앞으로 패션과 엔터테인먼트의 파트너십에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란다 VS 에밀리, 새로운 시대의 전쟁
원작 영화는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앤디 삭스가 악마 같은 상사 미란다 프리슬리 밑에서 겪는 고군분투와 성장기를 다루는 성장 서사였다. 그러나 속편의 줄거리는 중심 갈등을 미란다와 에밀리 찰튼(에밀리 블런트 분) 사이의 대결로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새로운 서사에서 미란다는 전통적인 인쇄 매체의 몰락에 직면한 구세대를, 에밀리는 생존을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광고비를 좌지우지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대변한다. 두 메인 캐릭터의 갈등을 넘어, 쇠퇴하는 산업이 새로운 권력 구조에 맞서 싸우는 사회적 이슈로 그 서사적 깊이를 확장시켜,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앤디 삭스의 역할은 아직까지 노출시키지 않았지만, 성공한 전문직 여성을 성장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잠재적 연인으로 패트릭 브램몰을 캐스팅하여 새로운 러브 스토리도 기대되고 있다.
또한 올드 아이콘과 뉴 페이스의 새로운 앙상블도 영화를 기다리게 하는 요소다. 1편의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 ‘핵심 4인방’의 복귀에 모두 박수를 보내며 안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케네스 브래너, 루시 리우, 저스틴 테루, B.J. 노박, 폴린 샬라메, 시몬 애슐리 등 유명 배우와 신예들이 대거 합류하여 서사의 깊이와 폭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처럼 원작의 정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인물들을 도입하는 전략은 기존의 팬과 함께 새로운 세대의 팬을 속편 영화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과거의 향수와 새로운 패션 미디어의 시대, 그리고 전략적인 스포일러와 팬심 마케팅으로 하나의 영화를 넘어 새로운 브랜드로 리브랜딩하며 다시 20년 전 신드롬을 꿈꾸고 있다. 일단 그 시작은 멋지게 성공했다. 예정된 2026년 5월 개봉일까지 또 어떤 서프라이즈와 뉴 센세이션을 일으킬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