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 키즈가 ‘도미네이트(dominATE)’ 월드 투어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데뷔 후 처음 아시아와 북미를 넘어 유럽, 영국, 라틴아메리카까지, 34개국 55회 공연을 마치며, BTS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월드 투어의 관객 기록을 깨뜨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현재 데드라인(DEADLINE) 월드 투어 중인 블랙핑크와 함께 월드 투어 패션사도 새로 써내려 갔다.
블랙핑크와 BTS 이후 케이팝 월드 투어는 거대한 런웨이자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쇼케이스가 됐다. 디올과 타미 힐피거가 블랙핑크 지수의 무대 의상을, 루이 비통이 리사의 무대 의상을 커스텀 디자인했듯, 스트레이 키즈 도미네이트(dominATE) 월드 투어 기간 동안, 럭셔리 하우스들이 앞다투어 멤버들의 커스텀 무대 의상을 디자인하고, 이를 톱 이슈로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세계적인 상징성을 지닌 무대 위에서 이들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시대 패션 기록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스트레이 키즈의 도미네이트(dominATE) 월드 투어는 케이팝 남성 그룹의 패션이 어떻게 퍼포먼스 컨셉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도미네이트(dominATE)’라는 타이틀은 의미대로 지배의 미학을 선언한다. 무대 위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의상은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닌, 컨셉의 시각적 확장이다. 멤버들의 룩은 강렬한 긴장감 속에서 퍼포먼스를 증폭시키며, 한순간의 포즈조차 패션 화보처럼 완성시킨다. 럭셔리 하우스들이 아티스트를 통해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재해석하고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펜디의 글로벌 앰버서더 방찬은 파리와 로마 공연에서 두 가지 펜디 커스텀 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파리 공연에서는 블랙 니트 톱에 펜디 2025-26 가을, 겨울 남성 컬렉션이 반영된 블랙 새틴 슬리브리스 수트에 레이스업 부츠와 볼 체인 디테일의 FF 스피어 네크리스를 매치하여 클래식하면서도 과감한 스타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로마 공연에서는 FF 로고가 있는 블랙 탑 위에 블랙과 실버 컬러의 메탈릭 니트 시어 탑을 레이어링하고, FF 메탈 로고 벨트와 곧 출시될 FF 큐브 네크리스로 포인트를 주어 강렬하고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방찬의 펜디 룩은 하우스가 펼쳐가고자 하는 스타일 비전의 에센스라 할 수 있다.
루이 비통의 글로벌 앰버서더 필릭스는 네이비 블루 자카드 실크 V넥 버튼 재킷과 플레어 팬츠로 록 시크의 댄디 룩을 연출했다. 이 룩은 필릭스의 시그니처 블론드 헤어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관능과 파워라는 이중적 매력을 발산했다. 루이 비통은 아티스트의 예술적 표현을 극대화하는 창의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공연 중 필릭스의 움직임에 따라 물결치는 실크와 플레어 팬츠는 퍼포먼스의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키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앞선 런던 공연에서는 퀼팅 디테일이 포인트인 후드 베스트와 지퍼 디테일 팬츠로 럭셔리 버전의 모던 힙합 스타일을 새롭게 제시했다.
버버리의 앰버서더로 발탁된 승민은 버버리 시그니처 체크 패턴을 활용한 슬리브리스 셋업을 착용했다. 이 매력적인 모던 클랙시의 셋업엔 무대 조명에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장식되었고, 메시 소재 이너를 매치하여 아티스트적인 감각을 더했다. 버버리와 승민의 파트너십은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케이팝이라는 젊고 역동적인 문화를 통해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시도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버버리는 고유의 클래식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크리스털과 같은 무대 요소를 도입함으로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스트레이 키즈 월드 투어 기간 동안 보여준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은 럭셔리 브랜드 남성복 마켓에서도 케이팝 문화가 중심이 되고 있음을 재증명했다. 젠더의 경계를 가볍게 초월하며, 케이팝이 럭셔리 패션의 새로운 심장 박동, 곧 시대를 움직이는 트렌드의 중심이자 엔진임을 보여준다.
고양에서 시작해 북미를 거쳐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까지 이른 블랙핑크의 데드라인(DEADLINE) 월드 투어에서도 블랙핑크의 패션쇼가 계속 되고 있다. 케이팝 걸그룹 최초로 멤버 모두가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된 전설적인 그룹 답게, 블랙핑크만의 무대 커스텀 의상 또한 역대급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블랙핑크 멤버별 스타일링은 그들이 활약하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전략적인 파트너십 관계 이상, 아티스트와 브랜드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데드라인 월드 투어에서 지수의 커스텀 의상들은 꾸뛰르 급으로 아름답다. LA와 파리 공연에서 디올이 특별히 제작한 핑크 셋업을 착용하여 특유의 우아하고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빛냈다. 조나단 앤더슨이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새로 발탁된 후, 첫 커스텀 드레스라 의미가 남다르기도 하다. 또한 뉴욕 공연에서선 아메리칸 클래식의 대명사인 타미 힐피거의 커스텀 의상 두 벌을 착용했다. 첫 번째 룩은 레드, 화이트, 블루 컬러의 프레피 아가일 패턴 바디 수트로, 수작업으로 장식된 크리스털 비즈가 움직일 때마다 반짝였다. 두 번째 룩은 세퀸 장식이 돋보이는 프레피 셔츠와 랩 스커트로, 우아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리사는 뉴욕 공연에서 루이 비통의 파격적인 바디 수트를 착용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니하이 롱부츠와 글러브를 함께 매치하여 마치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루이 비통은 리사의 강력한 퍼포먼스 능력과 카리스마를 브랜드의 대담하고 도전적인 이미지와 연결시켰다. 리사의 루이 비통 룩은 리사의 춤선과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퍼포먼스 아키텍처가 됐다는 찬사를 받았다. 바르셀로나 공연에선 펜디의 커스텀 룩을 착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체적인 시퀸 엠브로이더리 장식이 돋보이는 바디수트에 버건디 컬러의 와이드 실루엣 카고 팬츠를 매치해 세련되면서도 강렬한 퍼포먼스 룩을 완성했다. 조명 아래 반짝이는 의상은 무대 위 리사의 에너지와 어우러져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 무대인 런던 공연에서도 지수는 매력적인 커스텀 룩으로 주목 받았다. 지수는 영국 패션 브랜드 셀프포트레이트(Self-Portrait) 역사상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된 첫 뮤지션이다. 2024년 봄 컬렉션부터 2025년 가을, 겨울 캠페인까지 광고 캠페인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지수를 위해 셀프포트레이트는 지수의 솔로 무대에 꼭 어울리는 무대 커스텀 드레스를 제작했다. 고급스럽게 반짝이는 크리스털 장식 체인과 사랑스런 리본 디테일의 화이트 톱과 깃털 스커트, 그리고 세퀸과 진주 장식의 크림빛 앙상블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지수는 모든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를 한단계 끌어 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런던 공연에 맞춰 리사와 제니는 각각 솔로 무대에서 현지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의상을 입어 화제를 일으켰다. 리사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그래피티 패치워크 코르셋 드레스로 새로운 여전사 이미지를 연출했고, 제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시그니처인 타탄 체크 안나 톱(Anna Top)과 기존 레깅스를 커스텀한 마이크로 쇼츠를 입었다.
스트레이 키즈와 블랙핑크의 월드 투어 패션은 케이팝과 럭셔리 패션의 새역사를 써왔다. 두 그룹 모두 이전의 협찬 개념을 넘어, 투어 컨셉과 멤버의 개성을 반영한 커스텀 제작을 통해 각 멤버와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가치를 함께 높이고 있다.
케이팝 월드 투어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마케팅 플랫폼이자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대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케이팝 아이돌은 광고 모델 그 이상, 브랜드의 DNA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