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를 통해 전세계 생중계 된, 플레어 진 컴백 쇼
입력 2025.02.28 22:28

전세계 패션 알고리즘을 점령한 검색어 켄드릭 라마, 그리고 플레어 진(Flare Jeans). 1억 여 명이 시청하는 제 59회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 켄드릭 라마가 플레어 진을 입고, 그 중독성 강한 흐느적거리는 스텝과 함께 ‘Not Like Us’를 부르는 순간은 2025년 최고의 패션신의 하나로 기록됐다. 힙합 팬츠는 곧 헐렁한 엑스트라 와이드 핏이라는 이전의 공식을 깨뜨리며, 새로운 힙합 팬츠 시대를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켄드릭 라마의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이 ‘플레어 진 컴백 쇼’ 같았다고 해야 할까.
제 59회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 켄드릭 라마가 플레어 진을 입고 등장하며, 플레어 진 유행 컴백을 전세계에 알렸다.

플레어 진은 지난 시즌부터 패션 스트리트에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트렌드 컴백이라고 말할 만큼 영향력이 강력하진 못했다. 그러나 켄드릭 라마가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 입고 등장하며, 드디어 패션 트렌드의 센터로 당당하게 컴백했다. 슈퍼볼 종료 48시간만에 플레어 진 관련 구글 검색 횟수가 5000%나 급증했을 정도다.
켄드릭 라마가 입은 플레어 진은 셀린느의 ‘마르코 진-다크 유니온 워시’ 모델이다.

70년대 디스코와 록 문화를 상징했던 플레어 진은 힙과 허벅지 부분은 붙고, 무릎 아래부터 밑단까지 퍼지는 디자인이다. 플레어(Flare)는 ‘불꽃처럼 퍼지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밑단으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실루엣으로 인해 벨 보텀(Bell-Bottoms), 부츠컷(Bootscut)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국내에선 70년대에 나팔 바지로 알려졌다. 19세기 유럽 해군 유니폼 팬츠에서 유래한 디자인으로 60년대 처음 현대 패션계에 등장했고, 70년대 록과 디스코 문화와 맞물려 전성기를 누렸다.
셀린느 2024년 봄, 여름 컬렉션 메인을 이뤘던 플레어 진. 셀린느.

2025년 봄, 여름 루이 비통 컬렉션의 퍼렐 윌리엄스. 켄드릭 라마 보다 앞서 플레어 진을 입기 시작했다. 루이 비통.

60~70년대 록&히피 문화의 패션 아이콘인 지미 헨드릭스, 글램 록의 전설 데이빗 보위, 60~70년대 프랑스의 패션 아이콘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이 플레어 진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모든 트렌드가 그러했듯 시대가 흐르며 스키니 진이 플레어 진을 밀어냈다. 2000년대 Y2K 시대에 플레어 진이 보헤미안 시크와 함께 돌아왔지만, 2020년대가 되어서는 와이드 팬츠들이 다시 플레어 진과 스키니 진을 동시에 유행의 백스테이지로 물러나게 했다. 2024년이 되며 퍼렐 윌리엄스, 지드래곤 같은 패션 선구자들이 플레어 팬츠를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켄드릭 라마에 의해 플레어 진은 메인 무대로 완전하게 복귀하게 됐다. 켄드릭 라마가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입은 플레어 진은 셀린느의 ‘마르코 진-다크 유니온 워시’ 모델이다.
셀린느 마르코 진- 다크 유니언 워시 데님. 셀린느.

이번 시즌 새로운 데님 쇼핑에 나선다면 플레어 진부터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만약 아직도 오래 전에 입었던 플레어 진이 드레스 룸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면, 먼지를 툴툴 털고 다시 거리 구경을 시켜주어도 될 것이다.
끌로에 스트레치 울 플레어 테일러드 팬츠. 끌로에.

루이 비통 플레어 워시드 데님 팬츠. 루이 비통.


발렌시아가 하이 라이즈 부츠컷 진. 발렌시아가.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내놓은 플레어 진 신상은 다양한 실루엣을 지니고 있다. 밑단으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넓어지는 실루엣부터 살짝 퍼지는 정도의 부츠컷까지 다양하다. 플레어 진을 2000년대 Y2K 시대에 먼저 접해 본 세대들에겐 플레어 진 유행의 복귀가 반가울 것이다. 플레어 진 유행의 컴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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