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사랑하는 코치·마뗑킴의 만남, 제대로 통했네요
입력 2025.01.24 00:30

노혜정 코치 코리아 대표

코치 마뗑킴 리미티드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이하 코치 마뗑킴 컬렉션)의 모델로 선정된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가 코치 마뗑킴 컬렉션 의상을 착용하고 카메라 앞에 나섰다. 캣츠아이는 요즘 세대의 에너지와 스타일을 구현하며, 코치 마뗑킴 컬렉션을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얻었다. 모두 한정판 제작으로, 캣츠아이 멤버들이 착장한 카고 토트백, 엠브로이더드 후디, 볼캡 등은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며 코치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품절되기도 했다. 일부 온라인 품절 제품은 현재 코치 마뗑킴 팝업과 일부 코치 백화점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코치 마뗑킴 컬렉션 전 라인이 있는 코치 마뗑킴 팝업은 서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지하 1층에서 2월 2일까지 운영된다. /코치 제공

뉴욕 패션 브랜드 코치(Coach)를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C로고가 잔뜩 박힌 가방? 2000년대 인기있던 브랜드? 일명 ‘Affordable Luxury(어포더블 럭셔리·접근 가능한 럭셔리)’를 대표하는 브랜드? 여기에서 답변이 멈춘다면, 아마 당신은 ‘요즘 세대’ 즉 ‘젠지(Gen Z·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출생자)’로 부르는 Z세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소위 ‘패션 문외한’인데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나’라고 응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치의 변화는 단지 패션을 뛰어넘는다. 10대 트렌드 자체를 대변하는 단어 중 하나로 쓰인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에선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구글 트렌드에서 젠지와 연관성 높은 검색어’ 등 다양하게 언급됐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가 발표한 ‘10대 소비자 보고서’에서 코치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10대 선호 브랜드’ 1위를 고수했다. 글로벌 럭셔리 온라인 플랫폼인 리스트(Lyst)가 각종 검색량, 소셜미디어 언급량, 판매 등을 통합해 발표하는 ‘핫한 럭셔리 브랜드 순위 20′에서도 지난해 2분기 20위로 신규 진입한 뒤 3분기엔 1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 매체 BOF는 “각종 데이터 조사 등으로 젊은 층에 다가가는 방법을 파악해 이미지 변신과 체질 개선에 가장 성공한 브랜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때 ‘엄마 가방’이라 불리며 소비자들에 외면당했던 코치가 변신하고 있다. 코치는 1941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가죽 장인 브랜드. 201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를 영입한 이후 레디투웨어(기성복)까지 확장하면서 종합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더니, 얼마 전부터는 ‘Expressive Luxury(익스프레시브 럭셔리)’라는 브랜드 철학과 함께 ‘Courage To Be Real(진정한 나 자신이 될 용기)’을 브랜드 메시지로 내세우며 ‘자기표현의 가치를 존중하는 럭셔리’로 ‘리브랜딩(이미지 등 변화로 브랜드 위치를 재정립시키는 것)’ 했다.
국내에서 최근 이러한 변화를 단번에 알리는 협업을 선보였다. 국내 브랜드 인큐베이터 하고하우스가 투자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Matin Kim)과 협업해 ‘코치 마뗑킴(COACH Matin Kim) 리미티드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지난해 12월 26일 한국·일본·홍콩에서 동시 출시했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코치 마뗑킴 컬렉션은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가 캠페인 모델로 나서 화제가 됐다. 이 모든 과정과 전략을 기획·추진해 성공시킨 코치 코리아 노혜정 대표를 이메일로 만났다. 노 대표는 16년간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의 한국과 싱가포르·중국·일본 지사에 근무하며,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 SK2의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개발 등을 진두지휘한 뒤 2023년 12월 코치 코리아 대표로 선임됐다.
노혜정 코치 코리아 대표. 코치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회사 태피스트리의 브랜드로, 노혜정 대표 뒤로 보이는 벽면에 '태피스트리'와 '코치'가 적혀 있다. /코치 제공

―이번 협업을 기획한 배경은?
“마뗑킴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한국 대표 브랜드다. 젠지는 브랜드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더욱 민감하다. 우리는 젠지와의 공감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진정한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협업 중심에 두었다. 소비자가 코치와 마뗑킴을 통해 진정한 ‘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뉴욕 본사 글로벌 팀 역시 매우 긍정적인 평가였다. 마뗑킴이 신선하면서도 매우 트렌디한 브랜드라는 반응이었고,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한국에서의 성공이 곧 글로벌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협업이 식상해진 시대에 과감히 도전했다. 남다른 전략과 노력이 있었을 것 같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협업보다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모든 팀들이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소비자 중심 전략을 위해 홈 스터디 조사와 타깃 인터뷰를 통해 젠지 소비자의 취향을 깊이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일부 제품은 빠르게 온라인 품절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치 마뗑킴 컬렉션 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끈 '카고 토트백'. 코치의 장인 정신과 마뗑킴의 자유로운 감성이 조화를 이룬 제품으로, 데님과 리파인드 카프(refined calf·정제되고 세련된 가공을 거친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로 제작됐다. /코치 제공

―한번 등 돌린 고객들을 다시 오게 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코치는 과거 미국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지만, 한국에서는 브랜드의 포지셔닝이 젊은 세대와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2019년 등장한 태비백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도 젠지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트렌디한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집중했다. 가수이자 래퍼인 이영지 같이 영향력 있는 젠지 글로벌 앰버서더를 빠르게 기용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파악에 집중했다. 오늘날 젠지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자신의 정체성이 일치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젠지가 중요시하는 환경적·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대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
―코치 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지 1년이 좀 지났다. 주로 중점을 둔 것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옷장을 살펴보면서, 어떤 브랜드의 가방을 보유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확인하고, 코치 브랜드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들었고, 나아가서는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배우게 됐다. 특히 젠지를 대상으로 ‘Expressive Luxury’ 전략을 더욱 강화했다.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과 메시지를 파악하는데 앞섰다.”
―연간 매출 역시 증가했다.
“2024~2025 회계연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신규 젠지 고객이 약 두 배로 늘었다. 매출 또한 상승세다.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코치가 젠지 세대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부 조직의 성장과 새로운 도전과 전략을 실행하는 코치 코리아의 문화도 중요한 전략의 축이 됐다. 내외부적인 변화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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