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가 팩트로! 다니엘 리를 이어 보테가 베네타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로 향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리고 12월 13일(한국 시간), 샤넬은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패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로 합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앞으로 샤넬의 모든 오뜨 꾸뛰르, 레디투웨어, 그리고 액세서리 컬렉션을 총괄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마티유 블라지가 떠난 자리에 까르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루이스 트로터가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음이 공식 발표됐다. 럭셔리 패션 하우스 디자인 수장들의 변동과 이동이 유난히 많았던 2024년. 그 패션 왕좌의 게임은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행이란 드라마틱한 엔딩으로 느낌표를 찍었다. 2025년 다음 시즌 패션 왕좌의 게임이 어떤 서사를 펼치게 될지 기대감을 극대화시킨다.

당장은 마티유 블라지가 없는 보테가 베네타도, 마티유 블라지가 새롭게 열 샤넬 왕국의 새 연대기도 상상이 쉽지 않다. 디자인과 상업성에서 그 능력을 인정 받은 디자이너들이 전세계인이 사랑하는 두 패션 하우스에서 그들의 재능을 최대치 이상으로 발휘할 것은 분명하다.
샤넬 패션의 왕좌를 차지한, 마티유 블라지
마티유 블라지는 1984년 파리에서 태어나 브뤼셀의 라 캉브르(La Cambre)를 졸업한 프랑스-벨기에 디자이너이다. 그는 라프 시몬스에서 남성복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아티자널’(오뜨 꾸뛰르) 라인과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담당했다. 2014년에는 셀린느에서 피비 파일로와 함께 여성복 시니어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라프 시몬스와 함께 캘빈클라인에서 레디-투-웨어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했다. 2021년부터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그의 커리어는 클라이맥스를 향했고 이제 샤넬의 패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로 정점을 찍었다 할 수 있다.

샤넬이 마티유 블라지를 선택한 건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샤넬에 오랫동안 몸담아오며 ‘샤넬화’된 칼 라거펠트와 버지니 비아르를 임명해왔던 것과 달리, 외부 브랜드에서 디렉터를 선정한 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샤넬 글로벌 운영 회장 알랭 베르트하이머(Alain Wertheimer)과 글로벌 CEO 리나 나이르(Leena Nair)는 “마티유 블라지는 현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의 비전과 재능은 샤넬의 에너지를 강화하고, 럭셔리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며,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왕좌에 오른, 루이스 트로터
루이스 트로터는 2025년 1월 말경 보테가 베네타에 합류할 예정이다. 2023년 까르뱅에서 성공적인 데뷔 쇼를 펼친 지 겨우 1년 여만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디자인과 장인정신에 대한 섬세한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다. 루이스 트로터가 패션계의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까르뱅 이전 라코스테에서 였다. 캐주얼 웨어로만 인식됐던 라코스테에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하이 패션으로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였다고 평가 받았다.
케어링(Kering)과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를 하우스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며, 이는 브랜드의 창의적인 여정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테가 베네타 CEO 레오 롱고네(Leo Rongone)는 “루이스 트로터의 세련된 시각을 통해 하우스의 유산을 기리는 동시에 현대성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케어링 그룹 브랜드 개발 부문 부사장(Deputy CEO) 프란체스카 발레티니(Francesca Bellettini) 역시 “루이스는 대담한 창의성과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함으로 마티유 블라지가 시작한 놀라운 여정을 이어갈 이상적인 크리에이티브 인재”라고 덧붙였다.
예측불허의 2025년 패션 왕좌의 게임
최근 샤넬과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디렉터 발표 이전, 2024년 빅 뉴스는 셀린느와 지방시였다. 셀린느는 에디 슬리먼이 떠나고 마이클 라이더가 새로운 디렉터로 발탁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마이클 라이더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를 시작으로 셀린느의 전성기를 이룬 피비 필로와 함께 셀린느 디자인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2025년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그녀가 피비 필로의 감성을 재현하여 셀린느의 뉴 르네상스를 일으킬지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은 지방시의 여성 및 남성 컬렉션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동했다. 가장 맥퀸적인 컬렉션으로 찬사 받아왔던 사라 버튼이 지방시 하우스의 고귀한 유산을 또 어떻게 창의적으로 변주해갈지, 사라 버튼의 지방시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톰 포드는 하이더 아커만을 맞이했다. 기존 하이더 아커만이 스트리트 감성의 캐주얼과 스포츠 웨어를 주로 보여줘 왔기에, 매우 섹시한 테일러링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톰 포드를 어떻게 풀어갈지 패션계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가오는 3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하이더 아커만의 톰 포드 쇼가 공개되며 궁금증의 베일을 벗게 된다.

또한 드리스 반 노튼의 마지막 고별 쇼 후, 줄리안 클라우스너가 다음 디렉터로 발표됐다. 지난 6년간 드리스 반 노튼과 함께 여성복 디자이너를 맡아왔다. 줄리안 클라우스너의 드리스 반 노튼 데뷔쇼 역시 3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정식 공개된다.
더불어 놀라운 뉴스의 랠리가 계속 펼쳐지고 있다. 존 갈리아노가 메종 마르지엘라를 떠난다는 소문도 현실이 됐고, 와이 프로젝트(Y Project)와 11년을 동행한 글랜 마티스도 이별을 고했다. 펜디의 여성복과 꾸뛰르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고 있는 킴 존스도 갑작스런 사임을 발표했다. 현재 패션계에 돌고 있는 소문에 의하면, 발렌티노를 떠난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가 펜디로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외에, 킴 존스는 버버리로,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로, 마르티나 티펜탈러가 로에베로, 에디 슬리먼이 아르마니로,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구찌로, 디젤의 글렌 마틴스가 메종 마르지엘라로 이동하는 소문이 들려온다.



2024년 만큼 패션계가 이토록 격동적이었던 해가 있었을까. 2025년 본격적인 서막을 열게 될, 패션 하우스들의 왕좌의 게임이 다시 어떤 엔딩을 향해 드라마틱한 서사를 펼쳐갈지 어느 해보다 더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