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에르메스 컴플리케이션’ 시리즈
기술 중심의 시계 업계에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창의력을 통해 완벽한 시계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에르메스의 제품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메종의 철학이다. 기존의 스위스 워치 메이커들이 걷지 않았던 ‘또 다른 길’을 선택한 에르메스의 해석은 ‘에르메스 컴플리케이션’(고도의 복잡시계) 시리즈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에르메스에서 지금껏 이런 ‘초고도 복잡시계는 없었다-아쏘 뒥 아뜰레(Arceau Duc Attelé)
올 초 세계적인 시계 박람회 ‘워치스앤 원더스’를 통해 공개된 뒤 각종 시계 전문 매체와 유력 패션 매체들로부터 “충격적으로 멋진”(레볼루션 워치) “승마 미학과 기술의 경이적인 조화”(GQ) “시간을 초월한 우아함”(하입비스트) 등의 찬사를 받은 제품이다. 에르메스 마니아라면 일부 눈치 챘겠지만, ‘아쏘 뒥 아뜰레’라는 이름은 에르메스 로고가 탄생한 작품에서 따 온 것이기도 하다. 19세기 프랑스 왕실과 귀족들의 승마 초상화로 유명했던 승마 예술의 거장 알프레드 드뢰(Alfred Dreux)의 그림 르 아뜰레(Le Duc Attelé·아뜰레 공작)이다. 이 작품은 1920년 에밀 에르메스가 구매하며 에르메스 로고의 바탕이 된다.
제품 이름이 지닌 가치는 제품의 철학과도 연관된다. 에르메스의 유산이자 영감의 원천이기도 한 승마 문화와, 에르메스 로고 탄생에 영향을 준 이름을 담을 정도로 기술적 혁신과 창의성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아쏘 뒥 아뜰레는 중앙의 3축(Triple-axis) 뚜르비용(중력에 의해 발생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계식 시계에 포함되는 기계 장치 중 하나)과 튜닝 포크(tuning fork·U자 모양의 금속 막대로 일정한 진동수의 소리를 내는 기구) 미니트 리피터(소리를 울려 시간을 알리는 기능)가 특징이다. 처음으로 두 가지 주요 컴플리케이션과 고진동 무브먼트(부품)를 결합해 시계의 중심부에 선보였다. 지금껏 에르메스 시계가 선보인 제품 중 가장 복잡한 시계 중 하나다.
다이얼의 사파이어 돔을 통해 1900년 에밀 에르메스와 줄리 올랑드의 결혼을 상징하는 두 개의 ‘H’가 얽혀 있는 형태가 단번에 눈에 띈다. 3축 뚜르비용과 미러 폴리싱(광채가 나도록 연마한 것) 처리된 티타늄 캐리지(견고하고 가벼운 특성의 티타늄을 이용해 각종 부품을 담은 것)를 볼 수 있다. 해외 유명 시계 전문 매체 모노크롬 워치스는 “에르메스의 혁신을 따라잡을 수 있는 브랜드는 거의 없으며, 이번 시계를 통해 에르메스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뿌리(승마)와 장인정신, 혁신에 대해 접근하는 지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중앙에 설치하는 것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제 기능을 하면서 작은 크기를 유지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 세계적인 시계 전문 매체 레볼루션 워치는 “센트럴 뚜르비용(중앙에 위치한 뚜르비용)도 제작하기 어려운데, 다축 센트럴 투르비용은 더욱 희귀하다”면서 “무브먼트 내에서 뚜르비용을 중앙에 배치하려면 다른 모든 부품을 거의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데, 이러한 초고도 기술 작업을 에르메스 시계가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3축 뚜르비용은 세 개의 별도의 축과 각기 다른 회전 속도를 갖고 있으며(300초, 60초, 25초로 1회전), 곡선과 편심(한쪽으로 쏠린 것) 형태의 아워 서클(hour circles·시간권·천구의 북극과 남극을 잇는 커다란 원)에서 작동한다.
갈고리 모양의 시곗바늘은 아워 서클 주변에 배치되어 있으며, 시곗바늘의 푸른 색상 다이얼의 하단에 배치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조화를 이룬다. 케이스 측면의 전용 슬라이드를 통해 시, 분, 그리고 15분 단위로 울리며 시간을 알려주는 다이얼 위 해머(물건을 두드리는 일종의 망치 같은 것)들은 가장자리에 자리한 길고 단단한 U자 형태의 가지를 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대성당 종소리를 연상시켜 웅장함을 가미한다.
아쏘 뒥 아뜰레는 고진동 밸런스 휠(5 Hz)을 장착한 매뉴팩처 H1926 무브먼트가 탑재되어 있으며, 사파이어 케이스 백(뒷면)을 통해 이 무브먼트만의 독특한 장식을 감상할 수 있다. 기어들이 조각된 디자인 형태는 두 마리 말이 끄는 캐노피가 있는 마차인 아뜰레의 바퀴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H1926 칼리버의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에 적용된 앤트러사이트(무연탄) PVD 코팅(초고밀도 특수 코팅) 처리는 소리를 더욱 청명하게 한다. 말 머리와 갈기 모양의 랙, 에르메스 마차에서 영감을 받은 톱니 모양의 디테일 역시 돋보인다. 티타늄 또는 로즈 골드 두 가지 모델이 각각 24개 한정판.
◇궁극의 간결함을 추구하다-슬림 데르메스 퍼페추얼 캘린더

슬림 데르메스 퍼페추얼 캘린더는 간결함의 미학에 대한 에르메스의 도전 정신을 담았다. 2015년 탄생한 슬림 데르메스 라인은 극도의 간결함과 균형 잡힌 형태로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제작됐다. 프랑스의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필립 아펠로아가 특별히 디자인한 숫자 폰트는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마감이 특징. 날짜와 월, 듀얼 타임과 윤년 인디케이터 모두 각각의 카운터에 장착돼 있다. 3시 방향에 위치한 화이트 자개로 이루어진 문페이즈는 어벤추린(주로 녹색을 띄는 반짝이는 광석)을 배경으로 더욱 밝게 빛난다.
에르메스 매뉴팩처 H1950 울트라-씬 무브먼트 위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이 얹어졌다. 매월 마지막 날짜를 30일 또는 31일로 자동 조정하며,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윤년의 2월 29일 또한 아무런 수동적 기능 조작 없이 표시한다. 에르메스의 H 문양이 장식됐고, 모두 수공으로 사면을 깎아 만든 4mm 두께의 무브먼트는 낮과 밤, 듀얼 타임, 문페이즈 표시 기능도 갖추고 있다. 2015년 시계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통하는 GPHG(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캘린더 워치 부문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