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즈 2024 홀리데이 컬렉션

올 한해 데뷔전을 치른 디자이너 중에 가장 주목받은 이를 꼽으라면 단연 마테오 탐부리니다. 지난해 말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 토즈(Tod’s)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그는 이번 2월 밀라노 컬렉션을 시작으로 토즈의 기운을 바꿔놓았다. 토즈가 오늘날 명성을 얻게 된 ‘편안한’ 구두의 DNA를 확장시켜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상향적인 방식으로 온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가죽 계열의 소재를 다양하게 연구했다. 가죽을 소재로, 힘있게 체형을 잡아주면서도 움직이기 편한 촉감을 구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탐부리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가죽을 마치 질 좋은 실크처럼 다루는 재주를 지녔다. 소재의 본성에 충실하면서도 자연스레 생기는 볼륨을 거부하지 않았다.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소재는 한층 가볍게 느껴지고, 슬림 핏(slim fit·몸선을 따라 거의 밀착되는 형태)의 바지로 균형을 맞춘다. 로고는 최소화하면서도, 마치 포인트 장식처럼 이용돼 더욱 악센트를 준다. 요즘 말하는 ‘조용한 럭셔리’ 그 자체다.


신진 스타의 출현에 목말랐던 해외 매체들은 앞다퉈 토즈의 밝은 전망에 대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드러운 접근 방식이 브랜드의 핵심”(The soft approach is key to the brand)라는 디자인 철학을 뽑아냈다. 패션에선 때로, 멋을 위해서라면 불편함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약속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항상 강조하듯, ‘사람이 옷에 묻혀서는 안된다’는 것을 입증하면서도, 착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으려면 다양한 체형과 비율에 대한 완벽한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예술적인 미학은 기본. 소재 개발과 신기술 접목 등 스타트업 종사자나 과학자의 관점도 지녀야 하며 건축가적인 감각도 배어있어야 한다. 1mm 바느질의 차이가 숨통을 조여올 수도, 없는 볼륨도 만들어줄 수도 있다.
로샤스, 스키아파렐리, 에밀리오 푸치 등을 거쳐 2017년 보테가 베네타 수석 레디투웨어(기성복) 담당자가 된 그는 우아함과 혁신의 현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이번 캠페인에서도 그의 미학적 관대함과 위트를 엿볼 수 있다. 영국의 사진 작가 마틴 파의 위트있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사진들이 편안해 보이면서도 어쩐지 허영있어 보여 더 유머러스한 아이러니를 녹여냈다. 밝고 강렬한 컬러의 대비를 통해, 일상을 마치 사각 프레임 속 ‘설치 미술’처럼 포착해 다양한 해석을 낳는 마틴 파의 의도를 다분히 재해석했다.

럭셔리 스키 리조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의 모델들로 구성된 토즈의 캠페인은 설원(雪原)인데도 해변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고, 마치 집안을 돌아다니는 듯한 편안한 기분도 묻어난다. 어쩌면 과도한 느낌이 들 정도의 털로 뒤덮인 외투와 가방은 너무나도 당당하고 우아한 자태의 은백발 모델과 어우러져 오히려 젊음을 가미한다. 여성 홀리데이 컬렉션에서는 고미노와 토즈 W.G.(윈터 고미노)가 소프트한 퍼 안감 버전의 디자인과 아웃도어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70년대 풍의 장모 램스킨 버전의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다르세나 가방의 경우 고트스킨 소재가 돋보인다. 살짝 광택이 도는 긴 천연모가 특징. 남성 홀리데이 컬렉션 역시 토즈 W.G.(윈터 고미노)에 소프트한 퍼 안감이 있는 모델을 새롭게 선보여 눈길을 끈다. 가방 내부와 외부 디테일에 시어링(직물 표면에 나와 있는 잔털을 깎아 올을 뚜렷하게 하는 모직물 공정) 소재를 사용한 토즈 디아이(Di) 백은 연말 분위기에 제격. 패션성을 유지하면서도, 품고 있으면 온기를 나눠줄 것 같이 따뜻해 보인다. 딱딱해 보이는 직장인의 인상을 바꿔줄 만한 아이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