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이끈 ‘팀 트럼프(Team Trump)’의 핵심 멤버는 트럼프 패밀리였다. 특히 돋보였던 건, 트럼프 우먼들의 파워다. 트럼프 1기 때의 센터 역할을 했던 장녀 이방카 대신 차남 에릭 트럼프의 아내 라라 트럼프가 급부상했고, 그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던 차녀 티파니 트럼프도 적극적으로 선거 캠프에 참여했다.

또한 새로운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전 아내 바네사 트럼프의 딸 17세의 카이 매디슨 트럼프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우리 할아버지는 부모님 몰래 탄산음료나 사탕을 주고,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세요. 그저 평범함 할아버지입니다”라고 지지 연설을 하며 인기를 끌었다. 17세란 나이를 믿을 수 없는 여유 넘치는 애티튜드, 적절하게 유머를 가미한 자연스러운 연설로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고, 동시에 손녀를 할아버지 미소로 흐뭇하게 바라보는 트럼프의 모습이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며 드라마틱한 한 장면을 완성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손녀를 바라볼 때는 트럼프도 그냥 할아버지구나’임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트럼프 DNA를 물려받은 대가족사는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으며 손녀 세대까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이 트럼프는 플로리다 주피터의 벤자민 하이스쿨의 골프팀 캡틴으로 활약하고 있다. 자신을 골퍼로 소개하며 골프 선수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카이는 마이애미 대학의 골프 선수로 입학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트럼프 당선인 선거 파티 참석을 준비하는 브이로그를 올려 3백만이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은 집의 키친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급 라운지웨어 브랜드인 애비에이터 네이션(Aviator Nation)의 네이비 블루 집업 후디를 입은 카이는 고급 롤렉스 시계와 노드스트롬에서 구매한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블랙 스팽글 미니 드레스, 배즐리 미슈카의 스트랩 힐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카이가 입은 드레스는 노드스트롬의 주니어 브랜드인 BP의 59.50달러짜리 나이트 아웃 스팽글 캐미솔 드레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 역시 트럼프 패밀리의 DNA를 물려 받았다. 모델 출신엄마에게서 뛰어난 피지컬을 물려 받았고, 가깝게 지낸다는 숙모인 이방카의 틴에이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패션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라라 트럼프는 2014년 결혼하며 트럼프 가문의 며느리가 됐다. 그녀는 트럼프 며느리로만 머물지 않고, CBS의 유명 시사교양 프로그램 ‘인사인드 에디션(Inside Edtion)’의 프로듀서로 독립적인 커리어를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며 라라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공동 의장으로 임명되며, 약 5억 달러의 선거 모금 목표를 달성해내며 트럼프의 신임을 얻게 된다. 라라는 현대적 보수주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사이드 에디션’에서 일하며, 클래식한 파워 수트, 펜슬 스커트와 같은 프로페셔널 워킹 우먼 스타일의 클래식 룩을 보여왔다.

삼종경기와 육상 선수 출신의 운동 마니아로 알려진 라라는 11월 21일, 액티브웨어 브랜드 ‘LT 브랜드 바이 라라 트럼프 컬렉션(LT Brand by Lala Trump Collection)’을 런칭했다. 강인함, 회복력, 애국심을 기념하는 액티브웨어 라인으로, 모든 제품이 미국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메이드 인 USA’다. ‘미국 노동자들과 공장을 지원하는데 헌신한다’는 브랜드 미션을 갖고 있다. 또한 2018년 워싱턴 행정부에서의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닫은 처형 이방카 트럼프의 발자취를 뒤따르는 일이라고 밝힌다.

티파니 트럼프는 도날드 트럼프의 두 번째 부인인 여배우 말라 메이플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트럼프 1기 때는 잘 드러나지 않아 ‘숨은 딸’이라 불리기도 했다. 티파니는 도날드 트럼프부터 장남, 장녀, 차남 모두 졸업한 명문 유펜(펜실베니아 대학)을 졸업 후 조지타운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까지 수여했다. 이 후 2018년 레바논계 억만장자 재벌가의 후계자 마이클 블로스를 만나, 트럼프 임기 마지막 날 백악관의 로즈 가든에서 120만 달러짜리 1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와 함께 프로포즈를 받았다.

티파니는 2011년 이방카의 도움으로 패션지 ‘보그’의 인턴으로 일하면서, 패션 감각을 깨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명 모델이자 여배우였던 어머니의 DNA도 물려 받았을 것이다. 이방카처럼 패션 모델로 뉴욕 패션위크에 런웨이 데뷔를 하기도 했다. 티파니는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아버지의 재선 캠페인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팬츠 옆 라인에 슬릿이 들어간 벨보텀 팬츠의 파워 수트 룩을 시선을 끌었다.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스커트와 팬츠 셋업 수트로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주어 왔다.



트럼프 2기의 패션 헤드라인은 멜라니아 트럼프만이 아닐 듯 하다. 트럼프 1기 때는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와 장녀 이방카가 투 톱을 이뤘지만, 2기에는 멜라니아를 중심으로 여러 트럼프 우먼들이 함께 활약할 것으로 기대 된다. 트럼프 우먼들은 패션에서 ‘현대적 보수주의’적인 성향의 클래식 룩을 보여주고 있다. 50대인 멜라니아부터 10대 카이까지, 현재 미국 동부 상류층 여성들의 나이별 스타일을 보게 된다. 그녀들의 스타일은 ‘올드 머니 패션’에서 ‘드뮤어 룩’으로 이름을 바꿔온, 현대적 클래식 룩의 연장선이기도 하다.